[Preview] 혐오와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에 맞설 대안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글 입력 2020.08.0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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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사마에게>를 본 날이었다. 처참한 시리아의 모습을 보며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글에서 “지금은 전쟁이 사라진 시대”라고 함부로 정의 내린 나를 부끄러워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상영관을 나오는데 카메라를 보고 영화 소감을 말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거절도 못 하고 얼떨결에 떠오르는 대로 내뱉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요청한 측에서 소감을 말해준 보답이라며 책 한 권을 선물해주었다. 황윤 감독의 <사랑할까, 먹을까> 라는 책이었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났고 나는 그 책을 한 번도 책장에서 꺼내지 않았다. 성차별, 노동문제, 학교폭력, 인종차별 등 여러 사회 문제가 있다. 나는 그런 문제들을 다룬 작품을 즐겨 보며 모두가 사회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괜히 피하고 싶은 주제가 있었다. 바로 ‘비건’ 이슈였다. 아직도 고기를 부르짖는 내가 비건 이슈를 탐구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날은 시리아 내전에 채식주의까지 애써 외면했던 문제들이 한 번에 찾아온 날이었다. 편의적으로 나와 관련 있는 소수자들에게만 신경 썼던 지난날을 반성케 하는 날이기도 했다. 이렇게 그날 이후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사실 그날 이후에도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내 문제에만 신경 쓰기 급급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모든 소수자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온다. 바로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이 하는 날이다.

 

 

사진_네마프2020 공식포스터.jpg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시와 영화가 함께 하는 뉴미디어아트 대안영화영상 축제인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 2020)이 8월 20일에서 28일까지 ‘한국 대안영상예술 어디까지 왔나’라는 슬로건을 달고 메가박스 홍대, 서울아트시네마, 탈영역우정국, 신촌문화발전소 등에서 개최된다.

 

올해 네마프는 20회를 맞이하며 더욱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영화제로 변모할 것임을 선언했다. 비장한 선언에 걸맞게 베트남전, 천안문 사건과 같은 굵직한 현대사와 난민, 페미니즘과 같은 현대의 이슈까지 여러 국가에서 온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표현한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개막작과 회고전, 주제전 모두 네마프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행사를 준비했는지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개막작 : 유비호 <떠도는 이들>, <예언자의 말>


 

개막작인 유비호 감독의 <예언자의 말>은 난민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로 감독은 죽은 자가 산 자에게 전하는 예언자의 말을 영상으로써 관객들에게도 들려준다.

 

2015년 터키 남부 해변가에서 시리아 난민 아이가 익사체로 발견된 사건에서 시작된 영화이다. 이 사건으로 유비호 감독이 스스로에게 던진 ‘사회가 무얼 해야만 하고, 예술가는 무얼 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유효할 것이다.

 

또 다른 개막작인 <떠도는 이들> 역시 유비호 감독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곧 철거될 건물들 사이로 어머니를 업고 힘겹게 걷는 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도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누군가를 떠돌 수밖에 없게 하는 사회의 현주소를 묻는다.

  

 

 

작가회고전 : 트린 T. 민하



사진_트린T민하 감독.jpg

 

 

네마프는 매년 작가회고전을 통해 얀 슈반크마예르, 장 루슈 등 다양한 대안영화영상예술계 거장을 소개해왔다.

 

올해 네마프는 페미니즘 미학과 탈식민주의 영화영상예술의 거장 트린 T. 민하 감독을 소개한다. 트린 T. 민하 감독은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베트남과 제3 세계를 대상으로 주체성과 여성주의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고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실험적 영상 세계를 구축했다.

 

네마프는 <재집합(1982)>, <그녀의 이름은 베트남(1989)>, <벌거벗은 공간 : 지속되는 삶(1985)>, <베트남 잊기(2015)> 등 트린 T. 민하 감독의 영화 10편을 상영한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8월 21일부터 24일까지 영화가 상영되며 전시는 탈영역우정국에서 8월 20일부터 28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그녀의 이름은 베트남.jpg

<그녀의 이름은 베트남>의 스틸컷

 

 

 

주제전 : <뒷산의 괴물 - '같이' 사는 것에 대하여>


 

여성, 아동, 난민 등 늘 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던 네마프는 올해에는 인간 외 타자에도 시선을 돌려보았다. <뒷산의 괴물 - ‘같이’ 사는 것에 대하여>이라는 이름의 올해 주제전은 ‘비인간’, ‘생명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11편의 작품을 선정해 상영/전시한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뒤틀어 자연의 시점으로 환경 문제를 바라본 캄퐁 아예르의 실험 비디오 <죽음의 싹>에서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새들을 다룬 최희현 감독의 실험다큐멘터리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1장>까지 다양한 작품이 여태 얘기되지 않았던 것들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경쟁 부문과 한국-체코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교류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

 

 *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사회가 변화한 만큼 네마프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00년 인디비디오페스티벌로 시작해 이후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로 명칭을 변경해 행사를 개최해왔다. 올해 2020년에는 20회를 맞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더욱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디지털 영상매체의 창작 작업을 선보이기 위해 행사명을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로 변경했다.

 

이토록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20년이나 행사를 이어왔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보통 20년이나 이어왔으면 정통성을 내세우고 자부심을 펼칠 텐데 네마프는 행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명칭을 변경했다.

 

어쩌다 옛날에 나온 작품을 보면 젠더감수성의 부재, 약자에 대한 조롱에 깜짝 놀라곤 한다. 불과 3,4년 전의 작품만 봐도 그러하다. 더 놀라운 건 혐오로 얼룩진 작품들을 아무 생각 없이 즐겼던 그 시절의 나다. ‘내가 그렇게 무지했다니’라는 생각에 수치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다. 과거를 부끄러워한다는 건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기 위해 명칭까지 바꾼 네마프의 파격적인 행보가 멋있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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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 네마프(NeMaf) 2020 -


일자 : 2020.08.20 ~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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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프로그램은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홈페이지 참고

장소
메가박스 홍대
서울아트시네마
탈영역우정국
미디어극장 아이공
신촌문화발전소

티켓가격
상영 1회권 7,000원
상영 5회권 30,000원
상영 10회권 50,000원
미디어아트포럼 통합 1일권 7,000원

주최
(사)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마포구, 서대문구
영화진흥위원회
주한체코문화원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서울아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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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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