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도 음치가왕이 되고싶다. [사람]

때로는 못하는 걸 나서서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다.
글 입력 2020.08.0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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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을 쓴 채로 노래를 불러 순수하게 노래 실력으로만 가왕을 가려내는 프로그램이 있다.

 

인기가 많은 이 프로그램을 참고해 작년 내가 다니던 대학교 축제에서는 ‘복면 가왕’ 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노래를 잘 부르는 학생들 중 예선전을 거쳐 선발된 몇몇 학우들이 각양각색의 복면을 쓴 채로 각자의 노래를 뽐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나도 저 희고 높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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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음치는 역사가 깊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재롱잔치를 하던 유치원 때부터 내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면 감탄이 섞인 웃음이나 박수가 아닌, 어이없음이 섞인 웃음을 받았다.

 

내가 노래를 유난히 못 부른다는 것을 깨달은 어느 중학교의 겨울 이후, 나는 절대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을 가지 않았다. 노래방을 즐기러 가는 친구들과 달리, 나에게는 노래방은 내 약점, 노래를 못 부른다는 콤플렉스를 필수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공간으로 각인 되었고 잘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강제적으로 타인에게 드러내는 행위는 내게 너무 큰 수치와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2학년, 일주일 동안 노래방에 같이 가달라는 친구의 애원에 어쩔 수 없이 함께 들어간 노래방에서 우린 결국 각자 다른 방을 쓰면서 1시간을 보냈다. 이게 뭐냐고, 친구끼리 노래방도 제대로 못 가냐고 투덜거리는 친구의 목소리가 1시간동안 들은 노래의 반주보다 더욱 오랫동안 귀 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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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춤을 지독하게 못 추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노래를 징글징글하게 못 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박자를 정말 하나도 못 잡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 각자 무언가 하나쯤 약점이라 불릴 만큼 불완전한 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완벽함의 반대말은 무언가 부족함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컴플랙스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누군가는 나의 엉망진창이 노래를 듣고 웃으며 같이 따라 불러줄 수 있을 것이고, 박자가 다 틀리는 춤을 같이 춰 줄 수 있을 것인데 단지 못한다, 부끄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만든 나의 지레짐작이 내가 좋아해보고 즐겨볼 수 있는 기회들을 앗아버린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다.

 

내년에 만약 축제가 열린다면, 그 축제 속에 춤추고 노래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주저없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즐기고 싶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노래와 리듬이 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런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있다. 살다 보면 때로는못하는 걸 나서서 보여주고 싶을 때가 생기는 법이니까.

 

 

[조효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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