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 원색적 답변에 대한 회피에 관한 지적

글 입력 2020.06.21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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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집단이 모여 공동체를 이룩하고 공동체들이 모여 사회를 건설한다. 거리에 나가 주위를 둘러보면 한 나라에서도 이 나라 저 나라 사람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이 모든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순간부터 가장 오래 속해 있었던 사회의 영향을 받아 그에 따라 형성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판단을 내린다.

 

그중에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은 언제나 논란을 불러왔다. 아름다움은 다수의 입맛에 맞춰 쉽게 정의되는 것이 아닌 개인의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다. 외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내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 이처럼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듯이 들리는 논조의 주장들은 꽤 대중의 이목을 끌었고 그게 정답인 것처럼 행동해 왔으나 결국 정답은 따로 있었다. 아름다움은 섹스였다.

 

 

 

지적이며 예의 바른 태도로 뒤통수 때리기


 

첫 챕터부터 머리를 띵하게 만들지만 왜들 그렇게 섹스에 호들갑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굉장히 자극적이면서도 일상 속에서 내 머릿속에 깊게 파고들어 있던 무언가를 경고도 없이 훅 꺼내버렸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나름 한창이라면 한창이고 자제할 나이라면 자제할 나이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아직 젊음에 취해있기에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을 좋아했고 술도 하나의 문화였기에 한 두잔 정도의 위스키를 간혹 즐긴다. 술이 있는 곳 주변에는 자연스레 클럽이 들어서고 클럽이 생기는 곳에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그들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단 한 가지의 의구심이 머리를 들이민다. 왜들 그렇게 섹스에 호들갑일까.

 

클럽 입구에 늘어서는 젊은이들, 그러니까 내 또래의 남녀들을 보고 있으면 거리를 수놓은 조명보다도 화려하다. 머리 모양부터 시작해서 화장, 각종 반지나 가방, 신발, 시계에 이르기까지 어떻게든 자신이 가진 외적인 매력을 최대로 살려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꾸미고 나온다. 이들의 목적은 아마 대부분 그 날 마음에 든 상대방을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누군가와 만날 약속이 있을 때도 자신을 꾸미기도 한다. 혹자는 자기만족이라고 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먹이는 이들 중에서 스스로가 첫 번째에 해당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말하는 이들이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본다. 꾸민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이고 그 아름다움은 결국 종족 번식을 위한 상대방을 선택하기 위해 발전해온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고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이니 당연한 일이다.


 

인간이 구애에 활용하는 언어와 기술도 탁월하지만, 모든 동물은 성적인 유혹과 짝짓기 전략으로서 자신의 형태와 행동양식을 화려하고 심지어는 외설적이도록 진화시켜왔다. 나비와 물고기의 색깔, 곤충과 새의 노래, 나방과 포유류의 향기, 이 모두가 섹스라는 목적을 위해 진화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눈부신 외모의 미인이 지나갈 때 여성들은 한숨을, 남성들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많은 특성들이 섹스를 위해 진화했다.

 

성적 아름다움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름다움이 긴 수명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운 개체들에게 짝짓기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고, 더 많은 자손과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12쪽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자손을 남기며 대를 이어갈 수 있는 번식 행위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 천 년간 섹스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소리다. 번식 행위가 끊어지지 않으려면 같은 종 간의 상호 선택이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번식의 상대방으로 선택할 때는 오직 어떠한 상대와 함께 자손을 남길 것인가만을 고려한다.

 

즉, 어떤 상대가 나에게 매력적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전부였고 그 기준은 곧 아름다움이기에 이를 위해서 더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그에 따라 종의 진화가 이루어졌다. 결국 지금의 인간 사회가 이런저런 가치를 떠들어대는 그 아름다움의 본질은 생존을 위한 번식이라는 본능적 욕구에 가장 충실했기에 얻어진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움이 마치 어떠한 신념적인 가치관이나 종교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된 몹시 고차원적인 요소라는 착각에 빠져 자신들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을 매도하는 집단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려 할 때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거나 충격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 할지도 모른다.

 

 

암컷은 복합음성을 내는 수컷 외에도 몸집이 큰 수컷을 배우자감으로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두운 밤중에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암컷들은 어떻게 누가 더 큰지 알 수 있을까? 이들은 확실히 울음소리를 활용하는 것 같다. 그러면 울음소리만으로도 누가 몸집이 큰지 판별할 수 있다는 말일까?

 

동물의 발성에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개체의 신체 크기와 음성 주파수(음높이)에는 연관성이 있으며, 그 원인은 기초 생물물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몸집이 큰 개체일수록 발음기관의 크기도 더 크다. 이는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알다시피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굵고 울리는 목소리는 왜소한 체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 45쪽

 

 

퉁가라 개구리 암컷이 울음소리가 큰 수컷을 번식 행위의 파트너로 선택하는 이유는 울음소리가 클수록 덩치가 크기 때문이었다. 덩치가 클수록 작은 종에 비해서 경쟁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자연법칙의 결과였다. 암컷에게 선택 받아야 하는 수컷 개구리들은 더 큰 울음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로 진화를 거듭했다. 대부분의 동물은 자연의 먹이사슬에 얽매여 있으므로 퉁가라 개구리처럼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진화적 선택을 했지만 현재의 인류는 이 먹이사슬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지 오래기에 어떠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생존 이외의 다른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가 변했을 수는 있다.

 

우리가 염색하거나, 새로운 옷을 사거나, 향수를 뿌리거나 하는 행동들이 다른 동물과의 경쟁에서 목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그저 내가 마음을 품은 상대의 환심을 얻기 위해서, 나다운 모습을 담은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그 외 무언가의 목적을 위해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 시작은 자연법칙을 따라는 여타의 종들과 같이 생존과 번식이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그들과 다른 길을 가기에 동일하게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면 엉뚱한 해석이 나올지도 모른다.

 

지금의 인류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 이후로의 인류가 가진 아름다움의 진화의 방향일 수도 있다.

 

 

 

왜 우리는 물음표를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가


 

살다 보면 가끔 정말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내 경우에는 주로 이름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가위는 왜 가위일까. 파스타는 왜 파스타일까. 딱히 그 이유를 알아낸다고 해서 사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 질문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인지가 아닌 계속해서 무언가에 질문하는 태도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습관이다. 이 책도 3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을 쓰기 위해서 이런저런 동물과 사람에 관한 연구를 실행하고 자료를 모은 이유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왜 저게 아름다운 걸까?”라는 의문을 품었기에 나온 결과물이다.

 

실제로 자연에 존재하는 동물들의 생활 습관과 그 진화 과정에 대한 유전학적 추적을 근거로 도출해낸 결과들이 가득 담겨 있다기에 한 권의 과학책이라고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실적 정보만 담았기에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어도 좋을 책이지만 나에게 가장 깊게 와 닿았던 것은 그러한 수치와 기록이 아닌, 어쩌다 품은 사소한 의문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 의문의 답을 찾아내려는 시간과 노력이었다. 우리는 왜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고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조사를 반복했다. 그 끝에 이렇듯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결과물을 만들었고 세상에 자신의 기록을 하나 남겼다.

 

점점 세상의 흐름이 빨라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능력보다 만들어진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더욱 많은 노력을 투자한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도 분명 필요하나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아무리 분석을 잘한다 하더라도 분석할 자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소개처럼 처음에는 배경을 제시하고, 자료를 제공한 뒤에 자신의 의견을 풀어낸다. 이 탄탄한 짜임새 덕분에 글을 이해하는 과정도 수월해지고 논리적인 자료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도 배울 수가 있다. 전문 용어를 제외하면 그렇게 꼬인 문장이 없는 저자의 필력도 한몫하기에 여러모로 얻어갈 것이 많았다.

 

뇌는 왜 아름다움을 추구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속에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왜 우리는 질문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찾고 배워가는 재미를 느껴 볼 수 있었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뒤통수를 후려 맞은 시간은 꽤 강렬했다.

 

 

 

도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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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원제 A Taste for the Beautiful

 

지은이 마이클 라이언

 

옮긴이 박단비

 

출간일 2020년 6월 15일

 

분야 자연과학

 

판형 국판

 

페이지 344쪽

 

값 18,000원

 

ISBN 979-11-89249-29-8 03470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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