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건가요, 데미안?

글 입력 2020.03.2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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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데미안'이 3월 7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개막했다. '데미안'은 두 명의 배우가 고정된 배역 없이 역할을 맡는 독특한 형태의 뮤지컬이다. 연극, 뮤지컬, 현대무용을 넘나드는 신체 표현으로 원작의 감동을 재연한다.
 
 
시놉시스

젊은 군인 싱클레어가 전쟁터의 폐허에서 죽어간다.

동료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로 이미 죽음을 맞았다. 홀로 남은 싱클레어는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없어 두려움에 떤다.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전쟁을 초월한 듯 유유히 걸어오는 그를 보며 싱클레어는 잊었던 옛 얼굴이 떠오른다.

싱클레어는 어둠 속의 보이지 않는 얼굴과 대화를 하며 자신의 과거를 천천히 여행하기 시작한다. 여행이 시작되며 폐허의 흔적은 과거를 향해 다시 건설된다. 모든 과거를 거치고, 다시 무너진 폐허 속에서 싱클레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뚜렷한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데미안'은 세계인의 필독서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데미안'을 읽거나, 읽었다고 해서 주체적인 삶을 살지는 않는다. 또한, 자아를 찾는 일은 평생의 숙제이고, 끝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고전 소설의 특성상, 책 자체가 쉽지는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읽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 영화나 공연으로 제작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고, 창작 뮤지컬로 제작되었다는 소식이 정말 반가웠다.
 
원작의 탄탄한 문장들에 공연 자체가 가진 생명력이 불어 넣어질 것을 상상하니, 온몸에 전율이 흐를 것이 예상된다. '데미안' 속 주옥같은 말들을 직접 음성으로 전해 듣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대된다.

원작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뮤지컬 '데미안'을 통해 자신에게로 가는 길을 찾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틀을 깨부수는 일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줄 것이다. 균열들이 모여 결국 하나의 세계를 깨고, 온전한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 진짜 '나'의 삶은 시작된다.

 

나와 '데미안' 이야기

 
삶이 공허할 때는 늘 '데미안'을 찾았다. 책장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책을 두고, 지친 날엔 손을 뻗었다. 아플 때 약을 먹는 것과 같았다. 여러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데미안'은 나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읽을 때마다 다른 색깔을 이용해 밑줄과 메모를 남겼고, 책이 컬러풀하게 채워졌을 때쯤, 오늘이 되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나는 내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던 아이였다. 주변 사람의 기쁨과 사회의 규칙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취해 왔고, 늘 괜찮다 믿었다. 내 안의 반발심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내가 반항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더욱 나를 죄었다. '주체성', '자아' 대체 그것들이 뭔진 몰랐어도, 내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시절 반 회장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늘 웃는 얼굴의 "YES맨"이었다. 누군가의 부탁에 거절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화가 나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게 좋은 건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저 당연한 일들이었고, 당연한 일들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매일 웃는 거, 안 힘들어?"

운동장에 앉아있던 내게 한 친구가 말을 걸었다. 많이 친했던 것도 아니었고, 깊은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던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갑자기 건넨 말치고는 공격적이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 말이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길 바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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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데미안'이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데미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일 수도,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다. 덕분에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나를 완전히 "나"라고 부르는 일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 전까지의 삶이 전부 허상인 것만 같았다.

무엇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나에겐 내가 없었기 때문에 전혀 몰랐다. 내가 괜찮지 않다는 것 따위 알 길이 없었다. 어쩌면 그 친구의 질문이 처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충분히 웃으며 "아니야"라고 답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데미안'은 그 친구가 나에게 추천해준 책이었다. 처음 '데미안'을 읽었을 때의 감정은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설렘과 두려움,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땅속 깊이 묻혀 있던 "나"를 처음 발굴해낸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날들이다. 내가 나로 살 수 있게 되었던 순간들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내 세계를 깨고 밖으로 나왔다. 삶에 다양한 터닝포인트가 있겠지만, 내 삶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는 '데미안'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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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읽는 상황마다 와닿는 부분이 다르고, 떠오르는 것들이 달라서 늘 새로운 경험을 주곤 한다. 나는 더이상 '싱클레어'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피스토리우스'의 말들이 좋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감상을 갖는 일은 내가 얼마큼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가 되곤 한다.

'데미안'이 너무도 필요한 날이 있다. 그의 말들이 생각나는 날들은, 내가 나를 잃을 것 같은 날들이다. 나를 당장 깨워줘야 할 것 같을 때, '데미안'에 손을 뻗는데, 늘 새로운 감상을 갖게 된다. 잊고 있던 것들과 동시에 몰랐던 것들까지 전부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지금 '데미안'이 간절하다. 뮤지컬 '데미안'을 앞두고 돌아본 '데미안'과 나의 이야기엔 내 삶이 통째로 들어 있었다. 부디 공연장에서 이뤄질 우리의 재회 역시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순간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뮤지컬 <데미안>
 
공연장소
유니플렉스 2관
 
공연기간
2020.3.7(토) ~ 4.26(일)
 
공연시간
화, 수, 목, 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 7시 
일, 공휴일 오후 2시, 6시 
 
티켓가격
R석 55,000원
S석 45,000원
 
러닝타임
약 100분
 
관람연령
만 8세 이상

주    최
㈜컨텐츠원
 
제    작
㈜컨텐츠원
 
연    출
이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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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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