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명력, 나 살아있어. - 제주도의 자연 [여행]

글 입력 2020.03.0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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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를 향했다. 제주도에서 만난 건 자연 그리고 또 자연이었다. 3일 동안 가장 많이 보고 가장 가까이 있던 건 바다였다. 그리고 나무, 숲, 바람, 태양, 보름달, 별이 있었다. 그들의 하모니를 맛보았던 달콤한 짧은 기록이다.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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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넓고 깊으니까

끝없는 생명이 탄생한다.

내 안에 빨갛고 파란 물이 흘러 흘러서 외친다.

나 아직 살아있다.

끝없이 흐르고 흐르지.

 


역시 모든 바다는 옳다. 끝없는 거대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무엇인가 폭발할 웅장함도 맛볼 수 있고 나를 어루만져주는 포근함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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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바다는 나에게 “무엇이든 도전해보자, 성공할 거야.” 당당함을 불어 넣어준다.

 

큰 파도 소리, 바람 소리는 자신감이 꽉 차 있다. 끝없이 흐르고 끝없는 생명이 탄생하고 이야기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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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자신감. 당당함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토닥토닥

 


 

살아있음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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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에 대한 정의를 새삼 깨닫는다.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건 인간의 생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력하고 활기찬 생명은 오히려 자연 속에 있음을 느낀 여행이다. 생명을 잃어가는 노인들,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 역경에 빠진 사람들, 자살 시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이 질긴 생명력을 가진 그들을 보며 생명력은 빛나는 감사한 존재이면서도 우리를 속박하는 간사한 힘이라고 느껴진다.

 

우리는 이 생명력으로 탄생해 길지도 않은 유한한 기간 동안 여러 사건으로 감정을 느끼고 성장하고 때로는 끈질긴 생명력을 저주하기도 한다. 부정적이고도 긍정적인 생명력을 지닌 사람인 내가 제주도에서 만난 파도와 숲, 바다, 보름달과 별 그리고 누군가의 생명력을 통해 묘사된 자연은 감히 인간의 생명력과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 거대하면서도 초라해 보이기도 하는 이 자연의 생명력이 우리를 감싸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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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고 우리의 생명력이 너무나 끈질겨 힘들게 느껴질 때 자연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면 자연이 우리를 토닥여준다.


비슷하게 느껴지는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와 파도 소리, 억울해 보이는 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반짝 우리를 향해 반짝 웃는 하늘, 빨간 해와 파란 바다가 맞닿는 순간, 보름달이 뜬 암흑을 계속 들여다본다면 천천히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주는 오리온자리, 금성,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모든 것들이 나에게 힘을 준다. 충분히 그들의 생명력에 내 마음을 적시고 푹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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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을 만지고 보고 맡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나의 생명력이 어디까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모르지만, 자연의 생명력이 투영된 모든 존재들을 가까이하며 그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충분히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하며 살고 싶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평소에 실제로는 잘 느끼지 못하는 자연을 며칠 동안 원 없이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많은 예술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배경으로서의 자연과, 어떠한 큰 의미를 지닌 존재로서의 자연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랭보가 왜 그토록 자연을 향했는지, 고흐가 왜 달과 별의 하모니를 캔버스에 담고 싶어 했는지, 왜 바다에 결말을 쓰려고 하는지, 직접 다 열거할 수 없는 하나하나 그들이 그려내었던 자연의 이상향을 내 눈으로 보니 그들의 마음에 나 또한 적셔졌다. 이들이 모여 복잡하고 커다란 정신으로 나에게 받아들여졌다. 그들이 그토록 자연을 외친 이유는 결국 자신의 생명력을 느끼고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함이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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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뿜는 생명력으로 나도 살아갈 수 있고 무엇보다 예술은 그런 생명력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커다란 정신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내가 예술을 따르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느꼈고 그동안 예술을 가까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내 생각 또한 아직도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성장했음을 느꼈다. 조금 단단해진 내면을 가지고 또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다시 일상을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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