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호캉스 부수는 영화, "더 랍스터" [영화]

영화 <더 랍스터> 속 '호텔' 공간 분석
글 입력 2020.01.28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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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편하기만 한 공간일까


 

이제 우리는 휴가를 한국의 호텔로 떠난다. 호텔의 기원은 ‘순례 또는 참배자를 위한 숙소’이지만, 현재는 일탈의 의미가 강화된 듯하다. 호텔에서 지낸다는 뜻은 일상의 공간인 집에서 벗어나 비일상의 공간으로 떠났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일탈의 의미에는 다시 돌아갈 일상이 전제되어 있으며 이러한 목적을 위한 호텔이라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일시성을 띠게 된다. 그리고 이는 곧 ‘나가야 한다’라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대부분 숙박시설은 나가는 일정과 시간이 정해져 있는 명확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숙박객은 그에 따라야 한다.

 

호텔의 일시성이 주는 압박은 시간의 문제로만 다가가는 것이 아니다. 한정된 시간이라는 특성은 공간과 결부되는데, 이러한 예로 그 공간에는 개인이 선택한 것으로 채울 수 없다. 모두에게 똑같이 제공하는 수건, 이불, 소파, 의자를 써야 하며 호텔의 객실들은 구조만 조금씩 다를 뿐 내부는 동일하게 채워진다. 또한, 부엌과 같은 조리시설이 없는 것과 일회용의 어메니티들 역시 장기적으로 머무는 집과 가장 큰 차이로 호텔의 일시성을 부각하는 요소이다.

 

호텔이라는 공간은 이렇게 일률적인 시스템을 지니고 있는 것에 반해 역설적으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들의 개별성, 숙박 이유와 상관없이 호텔은 명확한 목적성을 지니고 구성된다. 자고 씻는 장소인 객실, 밥을 먹는 식당, 로비 등 모든 장소가 목적과 그에 따른 행위의 구분이 뚜렷하다. 이러한 공평하고도 일률적인 시스템은 투숙객에게 은근한 압박을 가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더 랍스터>는 이러한 호텔의 특성을 극대화해 초현실주의적인 스토리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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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랍스터>가 말하는 호텔사회


 

영화 <더 랍스터> 속 세계에서는 커플만이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으며, 싱글은 45일간 도시에서 떨어진 호텔에서 투숙하며 자신의 연인을 찾아야 한다. 만약 45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커플이 되지 못한다면 동물로 남은 생을 살아야 하는 벌을 받는다.


주인공 데이비드가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도시, 호텔, 숲이라는 세 공간에서 서사가 전개된다. 도시는 커플들만이 살 수 있으며, 싱글이 될 시 호텔로 보내져 다시 커플이 되어야만 도시로 가는 시스템이다. 숲은 커플이 되기 싫은 이들이 호텔에서 도망쳐 나와 몰래 살아가는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커플이 될 시 사형에 처한다.


이처럼 극단적인 영화의 세계관은 호텔의 일률적이고 명확하게 구분 짓는 시스템과 닮아있으며, 이는 영화 속 호텔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객실의 이불, 소파, 커튼 등은 모두 같을 뿐만 아니라 투숙객은 똑같은 디자인의 신발과 옷을 부여받는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이성애와 동성애, 신발 사이즈는 44와 45중에서 갈등하자 하나만을 선택하길 강요받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양성애나 44 반사이즈와 같은 선택지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세계에서 호텔의 시스템과 그에 따르는 억압을 과장하여 구성된 공간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뿐만 아니라 호텔 내부의 공간은 데칼코마니처럼 좌우 대칭적으로 구성되어있어 영화 속에서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 압박을 가시화시킨다. 첫 번째 압박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선택 강요에서 온다. <더 랍스터>의 세계에서 동성애 아니면 이성애, 44 사이즈 아니면 45 사이즈이어야 하며 그 중간의 수많은 가능성은 무시된다. 두 번째 압박은 커플이 되어야만 하는 영화 속 세계관의 강요로부터 오는 것이다. 호텔은 솔로는 불완전하며 커플이어야 이 세상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고 정기적으로 교육하며, 이는 내부에 솔로의 공간과 커플의 공간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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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싱글룸(상)과 커플룸(하)

 

 

 

대칭이 주는 억압


 

같은 호텔을 쓰지만, 커플이 할 수 있는 스포츠와 커플들만의 식당, 객실이 나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공간 배치에서도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커플들은 서로 마주 보며 밥을 먹지만 솔로들은 미묘하게 좌우대칭이 틀어진 식당에서 모두 앞만 보며 밥을 먹어야 한다. 또한 주인공 데이비드가 쓰는 싱글룸에는 액자가 오른쪽 벽에는 세 개, 왼쪽 벽에는 하나로 불균형을 이루지만 커플룸은 의자, 책상 스탠드, 액자까지 완벽한 좌우대칭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의 일상공간에서 대칭성이란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실제 좌우 대칭적 공간을 마주하였을 때 비인간성까지 느끼게 된다. 때문에 영화 속 커플룸의 대칭성은 관객에게 위화감을 주며, 오히려 대칭적이지 않은 싱글룸에서 친밀감을 느낀다.

 

이렇게 공간에서 느끼는 억압은 나아가 개인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분법적 선택 강요와 일률적인 시스템을 억압적이라고 느끼게 한다. 결국, 영화 <더 랍스터>는 실제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일시성과 일률적 시스템에 대한 억압을 사회로 확장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사회의 일률적, 획일적 시스템을 비판하기 위함이며 이것의 비유로서 호텔이라는 공간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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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루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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