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힐링 에세이'에 관한 고찰 [도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중심으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언어의 온도>와 함께
글 입력 2019.10.1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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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에세이 열풍 – 정보의 시장에서 감성의 시장으로



사람들은 왜 에세이를 읽는걸까? 아니, 사는걸까? 책이 21세기 미디어환경의 급격한 다변화 속에서도 없어지지 않을 ’네버엔딩 스토리‘라고는 해도 출판시장의 침체는 오래됐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고, 사지 않는다. 이 나라의 평균 독서량은 연 10권이 채 안되고 글쓰기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전업작가는 손에 꼽는다. 한때는 문학이 사람들의 주된 화두였지만 시대가 조금 달라졌다. 영화나 드라마라면 모를까 요근래 일상에서 책을 가지고 토론하는 사람을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마저도 최근에는 유튜브에 밀려나는 듯 보인다. 정보검색도 유튜브로 하는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문화콘텐츠 업계에서 성장세를 보이는건 게임정도이다. 일상에서도 통계에서도 책은 그 입지를 많이 빼앗겼다는게 현실적인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베스트셀러라고 불리는 책은 어떤 책들일까. 그 책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최근 몇년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빠지지않고 올라오는 책들이 있다. 바로 에세이다. 에세이의 일반적 정의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산문 문학'이다. 에세이는 폭이 넓은 장르라서 더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 유명인이 자신의 삶을 쓴 에세이, 여행 에세이, 칼럼, 시인이나 평론가 등이 비평 형식으로 쓴 에세이 등등. 그 중에서 오늘 이야기할 책은 '힐링 에세이'로 계열화 되는 책이다. 본 수업에서 다루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언어의 온도>, <자존감 수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이 이에 속한다.

 

자, 이제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바꿔보자. 이렇게 책을 안 읽는 시대에서 왜 사람들은 '힐링 에세이'를 이렇게 많이 사는걸까? (<언어의 온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100쇄가 넘었다.) ‘힐링 에세이’계열의 책을 사는 사람들은 좀 더 총체적인 의미에서 책을 소비하는 듯하다. 예컨대 기존에 책을 산다는 것이 책에 담긴 ‘정보’를 소비하는것에 국한됐다면, ‘힐링 에세이’ 계열에서 사람들은 ‘책을 산다는 행위‘ 자체를 소비한다. 이른바 책에 담긴 감성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타의 책에 비해 형식이나 표지, 일러스트 등이 책 선택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책에 그림이나 일러스트가 많이 등장하고, 여백이 많으며, 표지가 예쁘고 감성을 자극한다. 해당 책들이 SNS인증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는 것도 감성소비행태의 방증이다. 내용을 살펴봐도 그렇다. 여백과 그림이 많은 것을 보면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는게 목적이 아니고, 메세지는 스스로를 찌르고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지금껏 옳다고 믿고있던 생각을 깨부수는 도끼같은 책이 아니라, 괜찮다고 달래주며 가벼운 위로를 전하는게 중점이다. 예쁜 카페에 앉아 책을 올려놓고, 가벼운 위로를 읽으며 나를 지지해주는 듯한 기분과 책을 읽는 지성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인스타에 업로드 하기 위한 책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될까.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책도 이른바 종합예술로써의 위치에서 소비되고 있음을 기뻐해야할까? 이렇게라도 책을 소비하게 만들어 도태되어가는 출판업계를 되살리는 시대의 흐름으로 인정해야할까? 이제부터는 책을 살펴보며 이 질문에 대답해보자.

 

 

 

힐링에 ‘참여하는‘ to do list


 

앞에서 미리 언급했듯이 ‘힐링 에세이’계열은 대단히 독특하거나 통찰력있는 시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같은 책을 분석할때는 형식적인 측면을 먼저 살펴보는게 나을듯하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그림이 지면을 많이 차지하고 ‘곰돌이 푸‘의 캐릭터에 상당부분을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의 온도>는 말과 글을 주제로 자신의 일상 사례나 어원을 밝히며 글을 풀어나간다. 그에 반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To do 리스트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십수년 전 한 영화로부터 시작된 버킷리스트 열풍의 영향도 있을까. 일정관리를 할 때도 흔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라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개조식으로 되어있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또한 자연스럽게 독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보통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의 강압적이거나 가르치는듯한 말투에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에서는 청유형의 문체를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 사용하는 to do 리스트의 형식은 그런 반감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형식이다. 기본적인 입장이 일방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참여자임을 전제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게 된다. 독자들이 실제로 to do 리스트를 체크하며 읽지 않더라도 그렇다.

 

작가는 이런 형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고 할까.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책의 목적을 ‘보통의 존재가 내가 아닌 것을 시기하지 않으며, 차가운 시선을 견디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살아가기 위하여’라고 밝혀두고 있다. 이 목표를 향해 6단계의 to do list를 통해 나아가는데, 나의 삶을 존중하며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part1,2. 그 가운에 생겨나는 불안에 붙잡히지 않기 위한 part3. 개인적 차원의 삶이 바로섰다면 함께 살아가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며 삶의 의미를 찾기를 권유하는 part4,5,6으로 이루어져 있다.

 

 

 

힐링의 ‘아우성‘


 

앞서 힐링 에세이 계열의 특징을 설명했다. 총체적인 소비의 특징을 보이는 이 계열의 판매행태는 현 시대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점점 심화되는 경쟁을 경험하는 ‘픽미세대’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 앞에서 ‘소확행’을 찾고, ‘나만의 케렌시아‘로써 ’힐링‘ 에세이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힐링 에세이 열풍에 관해서 본인은 약간의 불안과 반감을 드러냈다. 그것이 가볍기만한 위로로 점철된 부실한 책의 논리를 시각적인 요소로만 덧칠하고, 스스로의 처지를 낙관하거나 자위하기 위해 의식없이 소비하는 행태는 아닌가 하는것에 대한 불안이었다.

 

더하여 그것이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 앞에 숨어드는 케렌시아라면, 그곳이 연대하고 대항할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내면화시키는 장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예컨대, 곰돌이 푸는 행복한 일이 매일 있는데 찾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말하고, 언어의 온도는 당신의 말 온도를 통해 일상의 행복을 만들라고 말하고 있다는 식이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공공성론을 통해 이미 이같은 '소확행'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읽으며 느낀 이유모를 안도감은 이 책이 더 나은 삶을 위한 연대와 공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그 문제의식과 내용에서 새로운 인식을 발견하기는 힘들어보인다. 모두가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므로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은 의미를 가질수 있는걸까? 아직까지도 위의 내용이 낯설기만한 누군가에게는 이 역시도 여전히 필요한 책일지 모르겠다. ‘힐링 에세이’가 차지하는 중요한 지점이 분명 있을것이다. 그러나 끝없이 힐링을 외치는 이 '아우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또한 함께 고민해야할 것이다.

 

 

[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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