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일 미술관 여행 (2) [시각예술]

글 입력 2019.04.0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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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술관 여행 (2)
- 로이틀링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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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틀링겐은 바덴-뷔르템부르크 주에 위치한, 튀빙겐 중앙역에서 기차로 10분만 가면 도착하는 옆 동네 마을이다. 비교적 큰 영화관이 있어서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러 놀러가기도 했던 곳이다. 튀빙겐의 바로 옆 동네여서 그런지 독일식 건물들로 가득한, 튀빙겐과 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이었다.


독일에서의 교환학생 기간 동안 소묘의 기초 수업을 수강했었다. 교수님께서 소묘의 기본적인 방법들을 보여주시면, 그날그날 가져오신 정물을 각자 그리고, 서로 그린 것을 돌아가면서 감상하는 수업이었다. 비록 수업이 독일어로 진행되어서 대부분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두시간 동안이라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 수업시간이 나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었다.


로이틀링겐 미술관은 이 수업 덕분에 알게 된 곳인데, 수업에 갈 때마다 항상 업데이트된 미술관 브로슈어와 포스터가 놓여 있길래 궁금해서 찾아가 본 곳이다.




Kunstmuseum Reutlingen / Spend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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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틀링겐 미술관의 첫인상은 미술관이라기보다는 마치 튀빙겐에 있는 관공서를 떠오르게 하는, 전통적인 독일 건물같다는 느낌이었다. 중심으로부터 꽤 외곽 지역에 있던 튀빙겐 미술관과는 다르게 구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미술관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옛날의 건축 양식이 주위 건물과 잘 어우러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술관의 역사를 살펴보니, 이 건물은 실제로 1518년에 건축된 로이틀링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였다.


원래는 빈민이나 기타 원조가 필요한 자에게 제공할 농산물을 보관하는 저장 창고로 쓰였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Spendhaus(Giving house)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 이후 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으로 사용된 이 건물은 1987년 이후로부터 독립된 미술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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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틀링겐 미술관의 입장료는 무료였고, 방문한 날에는 목재를 사용한 미술작품과 판화 관련 전시를 하고 있었다. 작은 동네의 미술관이어서 영어 설명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작품들 자체는 꽤 새로웠다.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작품들도 있었고, 그 깎아 만든 나무를 찍어낸 작품들도 있었다.


처음엔 이 작품들이 기획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로이틀링겐 미술관은 20-21세기의 미술 양식 중 특히 목판화에 중점을 둔 작품들을 주로 전시한다고 한다. 이는 로이틀링겐의 미술가 Wilhelm Laage (1868-1930), HAP Grieshaber (1909-1981)와 관련이 깊은데, 이들이 목판화를 현대미술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이를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전시는 총 5층에 걸쳐 있었으며, 한 층의 공간이 굉장히 작은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구성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맘에 드는데, 한 층에 너무 많은 작품이 걸려 있을 때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겠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한 층에 있더라도 섹션을 나누어 놓거나, 작게 여러 층으로 만드는 것이 전시 전체를 아울러 이해하기에는 더 편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각 층마다 이전 시대의 작품들과, 현대의 작품들이 같이 걸려 있었는데 이전의 작품이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현재의 의미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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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층에는 밖으로 작은 창문이 나 있어서 로이틀링겐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독일 소도시의 풍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 새삼 내가 독일의 아주 작은 곳에 있고, 이 곳을 떠날 날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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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일의 미술관이 그렇듯 이곳에서도 전시 행사나 세미나가 열리는 모양이었다. 의자가 많이 세팅되어 있었다. 평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이 작은 미술관에 동네 주민들로 보이는 방문객들이 꽤 자주 드나들었고, 견학 온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로이틀링겐 미술관은 연계된 큰 갤러리에서 로이틀링겐의 지역 미술가들의 작품활동을 돕고, 전시장으로서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방문한 날 갤러리는 닫혀 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밖에서 보기에도 굉장히 큰 건물이었다. 미술관은 지역의 정체성을 잘 지키면서도, 동시에 지역 예술가 양성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로이틀링겐 미술관을 다녀오며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미술관이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별한 ‘문화생활’을 하는 것이 아닌, 언제든지 마음껏 드나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같다는 느낌이었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을 미술관으로 사용한다는 사실부터, 미술관이 곧 그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역사의 흐름 동안에도 살아남아 마을을 지켜 온, 옛날과 현재를 계속해서 이어주는 의미 있는 공간인 것이다. 어쩌면 이 공간이 옛날과 현재를 이어주기도 하는, 미술 그 자체의 역할과도 많이 닮아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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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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