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킬과 하이드를 빼면 과연 무엇이 남는가 [공연예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대한 칭찬과 비판
글 입력 2019.03.3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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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

기간 : 2018. 11. 13~2019. 05. 19

장소 : 샤롯데씨어터



<지킬앤하이드>의 명성


2018년 하반기와 2019년 상반기를 통틀어 뮤지컬계의 화제는 단연 <지킬앤하이드>였다.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이른바 초호화 캐스팅으로 불렸으며, 특히나 조승우는 회차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해 원래 표 가격보다 몇 배나 더 비싸게 파는 암표가 성행할 정도였다.

나 또한 ‘죽기 전에 조승우 배우가 하는 <지킬앤하이드>는 꼭 봐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겨우겨우 티켓팅에 성공했고, 드디어 조승우 배우가 연기하는 이른바 ’조지킬‘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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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지킬앤하이드>의 흥행 주역, 조승우


사실 <지킬앤하이드>는 본토인 브로드웨이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뮤지컬이다. <지킬앤하이드>는 1997년 3월 2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막을 올렸다. 이후 약 4년간이나 공연됐지만 결국 적자가 났다. 평론가들의 평도 냉담했다. ‘이미 여러 번 각색되어진 익숙한 이야기에 새로운 심리적 통찰을 불어넣지 못했으며, 인물도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것이 이유였다.(버라이어티지)

반면 한국에서 <지킬앤하이드>는 2004년 초연 이후 매번 흥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지킬앤하이드> 공연을 제작한 오디컴퍼니는 오리지널 공연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현지 정서에 맞춰 수정을 가하는 연출하는 방식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흥행 요인은 다름 아닌 배우 조승우다. 2004년 초연 조승우의 연기 실력과 공연을 관람한 관객의 입소문이 더해져 흥행에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조승우는 현재까지도 <지킬앤하이드> 흥행 보증 수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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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능력은 약이자 독

직접 공연을 관람한 사람으로서 조승우가 연기하는 지킬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원작 뮤지컬에서 지킬은 중후한 남성이었으나, 한국판에선 도전적인 청년 박사로 바뀌었기에 조승우는 패기롭지만 젠틀한 천재 과학자의 목소리로 지킬을 연기했다.

그가 하이드로 변하는 순간은 마술쇼를 보는 듯 했다. 지금 내 눈 앞의 하이드를 방금과 같은 사람이 연기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목소리와 눈빛, 행동까지 짐승처럼 바꿔가면서 연기하곤 했다. 지킬과 하이드가 대립을 하는 장면은 한 배우가 같은 자리에서 여러 번 캐릭터를 바꿔가며 스스로 싸우는 장면인데, 나를 비롯한 모든 관객들은 그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으리라. 막이 내린 후, 모두 기립박수를 진심으로 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대단한 배우의 연기력이지만,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이것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킬앤하이드>의 감상평은 ‘지킬을 맡은 배우의 연기력’만으로 평가되기 일쑤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지킬앤하이드>는 유독 주인공의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것도 다른 앙상블이나 인물을 제외하고 주인공이 혼자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난 어떤 관람객은 ‘지킬 1인극’이란 표현까지 사용해 후기를 남겼다. 배우의 소름 돋는 연기력은 당연히 관객을 몰입하게 하니 문제없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의 취향은 다양하다. 주연 배우의 연기력 말고도 배우들과의 케미, 앙상블, 화려한 무대연출, 참신한 스토리 등을 기대하는 관객 또한 많다. <지킬앤하이드>를 본 모든 관객의 감상평이 “(지킬 역 맡은 배우)가 연기를 참 잘해.”로 동일하다는 것은 관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배우의 역량에 너무 의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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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성과 폭력성에 관한 논란

<지킬앤하이드>에는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선정성과 폭력성이다. <지킬앤하이드>의 관람 등급은 만 7세 이상 관람가다. 그렇다면 8세 이상, 즉 초등학생부터는 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킬앤하이드>에서는 술집 여성 접대부들이 춤을 추며 남성을 유혹하는 장면, 미성년자가 성매매를 강요당하며 성추행당하는 장면, 폭행 및 살인 등의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심지어 극 후반부의 어떤 넘버는 넘버 내내 하이드가 루시의 신체 부위 여기저기를 만지며 진행된다. 이 모든 장면이 초등학생이 보기에는 부적합하다. 그런데도 제작사는 몇 년째 관람 등급 변경 없이 8세 관람가를 유지해오고 있다.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극의 여주인공인 엠마와 루시는 성녀와 창녀라는 지극히 이분법적인 대상으로 나뉜다. 의상과 조명도 엠마는 흰색과 하늘색을 주로 사용하고, 루시는 검은색과 빨간색을 사용한다. 그러나 둘은 여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서사가 없이 오로지 지킬의 비극을 심화시키기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다.

지킬을 중심으로 극이 흘러가되 지킬에 의존하는 느낌이 강하다 보니 여주인공의 매력을 보여 줄 기회가 적다. 물론 이들을 통해 지킬의 선과 하이드의 악을 극명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 표현 방식이 결코 세련되지 못한 것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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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극’이 아닌 ‘세련된 극’으로 거듭나길

2018년의 <지킬앤하이드>는 이전보다 무대와 의상 등을 더 업그레이드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다른 뮤지컬과 비교했을 때 무대나 의상이 더 화려하고 멋있단 느낌은 받지 못했다. 물론 배우의 연기력 하나는 정말 완벽하다. 초연부터 함께 해 온 조승우는 매번마다 더 업그레이드되고 달라진 디테일, 표현력으로 관객을 감동시킨다. 그러나 <지킬앤하이드> 공연도 배우와 함께 성장했는지는 의문이다. 이전과 바뀌지 않은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조금 아쉽다.

만약 <지킬앤하이드>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낡은 극’이라는 평을 벗을 수 없을 것이다. 뮤지컬계의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라는 명성에 걸맞게 앞으로도 쭉 사랑받는 세련된 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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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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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 Dexter
    • 뮤지컬이란 예술 작품에서 왜 세련됨을 찾아야 하는지 의문이네요.
      단지 지금의 잣대와 맞지 않는 여성캐릭터의 도구화 때문인가요? 의상과 무대장치는 일부동의합니다만
      캐릭터에 대한 내용은 이해가 안가네요.
      에디터님이 말씀하신 세련된극으로 가려면
      원작 무시하고 현재의 여성상 그리고 여성캐릭터의 줄거리및 역활상승
      또 무대의상 이런것인가요?
      예술작품은 그냥 그대로를 봐야합니다 설령 남성,여성, 장애인비하 , 인종차별. 이런것들이 있다고 해도
      현재의 작품에서 고치는게 아니라 그시대 그대로를 나타내는게 더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또 지킬과 여성 분량에 대한문제도
      이작품 자체가 그런걸 어떡합니까 맨오브라만차도 그렇구요.
      그만큼 중요한 남자 주인공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처음부터 작품자체가 그런거지
      다른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제일중요한 작품의 뼈대가 바로 대립이라 생각하는데
      선과악이라 생각하시는것같네요. 지킬앤하이드 제목에서 알수있듯 유독 이작품에선 대립 장면이 많이나오죠 역활과 줄거리 자체에도 많이나옵니다 선과악도 그중 일부라 생각합니다.
      유독 우리나라 뮤지컬이 여성관객이 많아서 이런이야기가 나올수있지만
      작품은 작품으로서 변함없이 가는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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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문
    • 2019.04.02 12: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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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xter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제일 중요한 작품의 뼈대가 대립인 것도 물론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체적인 주제를 선과 악의 대립이라고 보았습니다. 원작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며, 여성의 대한 분량을 무작정 늘리라는 말도 아닙니다. 현재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엔 당연히 무리가 있습니다. 과거에 지어진 것이니까요.

      그러나 한국의 <지킬앤하이드> 공연은 논 레플리카 형식(Non Replica)으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이는 극본과 음악은 유지한 채 스토리나 기존 무대는 바꿀 수 있는 형식으로, <지킬앤하이드>는 국내 논 레플리카 형식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입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조금 더 신파적이고 감성적인 요소를 더해 스토리에 수정을 가했습니다. 원작이 있는 공연은 단순히 책을 번역하는 것처럼 언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을 고스란히 잘 유지하는 것도 물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수정이 되었고, 수정이 가능한 형식으로 국내에 들어왔다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문화를 반영하여 재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의견이었습니다. ‘낡은’ 또는 ‘세련된’ 등의 표현은 저의 개인적인 표현 선택이었으나 다소 비약적으로 느껴지셨다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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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
    • 유튜브로 특정배우의 노래에 빠졌다가 그 배우가 노래 하는걸 직접 보고싶어졌어요. 우연히도 처음 듣게된 노래와 비슷한 무습을 볼 수 있는 무대가 열릴 예정이었고 힘들게 티켓팅에 성공했습니다.
      그게 지킬앤하이드에요. 원래도 알고는 있는 이야기지만 한번 보면 제대로 빠져서 보고싶은 탓에 원작소설을 다시 읽었어요.
      그러면서 뮤지컬과는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는걸 알게되었죠. 비평글도 많이 보게됐구요. 원작에는 없는 부모님에 대한 효심과 성녀와 창녀의 추가, 극적인 결혼식까지... 왜 추가된걸까?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그걸 알아보기위해 구글링을 시작했고 보게된 기사입니다. 뮤지컬은 가끔 유명한게 있으면 부모님과 함께 본 정도였어서 이쪽 분야에 대해선 아는게 전혀 없었죠. 그런데 기사덕분에 논레플리카? 그런걸 처음 알게되었어요.
      전 세계에 공연되는 지킬 앤 하이드가 모두 같은 내용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각색된 내용은 그렇다면 한국에서 첨가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더 찾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매년 다를 수도 있는거겠죠? 그래서 같은극을 여러번 보는 관객도 생기나봐요. 이번에 새롭게 알게된 배우덕에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도 있네요.
      아직 극을 보러가진 않았지만 유튜브, 음원,블로그 등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과 흐름은 파악했는데요, 여주인공의 활용은 2021년스럽지는 않다고 봐요 저도.
      이야기와 관계가 없는데 정말 굳이..? 그래서 각색을 한 이유를 찾아보고 싶었던거구요... 대체 왜? 싶더라구요.
      오래전 각색을 한 아마도 남자작가는 모든 뮤지컬엔 모든 이야기엔 모든 남자에겐 진부한 스토리와 진주한 여자조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걸까, 제 짐각은 그렇네요
      몰랐던 여러가지를 기사를 통해 잘 배워갑니다. 보통은 기사에 댓글을 남길 생각은 잘 않지만 좋은 기사에 좋은 댓글도 남기고 싶더라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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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ㅅㅇ
    • 원작이라 어쩔수없다는 의견이 있을 줄 알았지만.. 원작은 스티븐슨의 소설이고 여성은 아예 등장도 안함.
      잭더리퍼 차용이 분명한 창녀설정부터 눈쌀을 찌푸렸는데 쓸데없이 디테일한 아동성매매 묘사에 할말을 잃음.. 눈요깃감으로 전락한 여성 캐릭터들의 활용이 이대로도 좋다는건가
      원작의 지킬은 외로운 죽음을 선택하지만 그 내면의 서사가 훨씬 방대하고 치밀한데 굳이 난데없는 결혼식이라니 의상을 갈아입히고 싶었던가 싶을만큼 진부하기 짝이없는 진행
      연출, 연기, 무대, 효과, 음악의 완성도가 충성하는것은 극의 서사이고 극의 서사가 바로 서지 않으면 그나머지만을 가지고 감동받긴 힘들다..
      제발 좀 깨어나야할텐데 공연계의 굳어진 머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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