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면, 소네트로 풀어 보는 비발디 사계 -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 @롯데콘서트홀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면, 소네트로 풀어 보는 비발디 사계
글 입력 2018.06.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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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면,
소네트로 풀어 보는 비발디 사계"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
- 로시니의 유쾌함과 비발디의 상상력을 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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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어느덧 여름이 성큼 다가왔고 무더위를 물리치기 위해서인지 오랜만에 찾은 롯데콘서트홀은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에 맞춘 것인지 롯데콘서트홀에서 하는 이번 연주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각각 계절의 변화에 따른 색다른 매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 비발디의 사계는 아마 클래식 계의 '벚꽃 앤딩'과도 같은 곡이 아닐까 싶다.


뮤직 앙상블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는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과
밝고 따뜻한 감성, 풍부한 해석으로
환상적인 바로크 음악의 정수를 들려 주었고,
이탈리아의 영혼을 담은 연주를 전했다.

-THE MOV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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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와 함께 듣는 비발디 사계


1부에서는 로시니와 파가니니의 곡이 연주되었고 인터미션 후 2부에서 드디어 바이올린 협주곡집 Op.8 "화성과 창의의 시도" 중 "사계"가 시작되었다.

비발디는 '사계'를 출간할 당시 각 계절마다 14행시로 이루어진 소네트(sonnet)를 붙였는다. 소네트의 작가는 알 수 없고, 그 내용은 단순한 계절 묘사에 그치고 있지만 아마도 비발디 자신이 직접 지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그리고 '사계'의 악보에는 소네트뿐 아니라 비발디 자신이 쓴 메모가 몇몇 부분 붙어 있는데 예를 들면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을 묘사한 부분에 '주정뱅이'라고 적어놓는 식이다.

더불어 사계는 소네트를 충실하게 음악화 시키고 있고, 나아가 서는 마치 그림을 그리듯 뛰어난 자연 묘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협주곡이다. 연주에 있어서도 제1 바이올린군이 상당한 독립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과, 첼로 독주가 왕왕 독주 바이얼린과 어울릴 때가 있는데, 이 경우 첼로에 독주 악기로서의 기능을 부여했다기 보다는 전체적인 음량을 조절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것도 그 당시로 서는 획기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번 이 비르투어 이탈리아니의 비발디의 공연을 듣고 '꼭 소네트와 함께 비발디의 사계를 다시 한 번 감상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다음은 위에서 언급한 각 계절 별 소네트이다. 천천히 소네트를 읽어 본 뒤, 음악을 들어보도록 하자. 아마 그 내용을 모르고 감상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들릴 것이니, 약 50분에 달하는 긴 곡이지만 꼭 한 번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제 1곡 '봄'의 소네트


1악장/ 봄이 왔다. 작은 새들은 즐거운 노래를 부르며 봄에게 인사한다. 시냇물은 산들바람과 상냥하게 얘기하며 흘러간다. 그러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인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 작은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즐겁게 부른다.

2악장/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목장에서 나뭇잎들이 달콤하게 속삭이고, 양치기는 충실한 개를 곁에 둔 채 깊은 잠에 빠졌다.

3악장/ 요정들과 양치기들은 눈부시게 빛나는 봄에, 양치기가 부는 피리의 활기찬 음률에 맞춰 즐겁게 춤춘다.


1악장의 솔로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새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보자. 2악장은 솔로 바이올린이 한가롭게 쉬고 있는 양치기를 묘사하고 바람의 스쳐 흔들리는 소니는 현악 중주가 표현하고 있으며, 비올라는 그 옆에서 '멍멍'하고 짖는 개를 형상화하고 있다. 3악장은 백파이프의 반주는 봄날의 들판에서 벌어지는 흥겨운 춤판을 묘사한다.


제 2곡 '여름'의 소네트


1악장/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는 계절, 사람과 가축의 무리가 활기를 잃고 나무와 풀들도 더위에 지쳤다. 뻐꾸기가 지저귀고 산비둘기와 검은 방울새가 노래한다.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그러다 갑자기 북풍이 산들바람을 덮치고, 양치기는 비를 두려워하며 불운을 한탄하고 눈물을 흘린다.

2악장/ 번개, 격렬한 천둥소리, 그리고 파리떼. 달려드는 파리떼의 공격으로 양치기는 피로한 몸을 쉴 수가 없다.

3악장/ 아아, 양치기의 두려움을 얼마나 옳았던가. 하늘은 천둥을 울리고 번개를 치고 우박을 내리게 하여 익은 곡식들을 떨어트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해수욕장과 산림욕과 같은 여름 휴가의 이미지와는 달리 사계의 여름에서는 슬픈 감정이 드러난다. 1악장의 솔로 바이올린이 뻐꾸기와 산비둘기 그리고 검울 방울새의 울음소리를 묘사한다. 북풍이 몰아치는 장면은 전체 합주로 강하게 연주되고, 솔로 바이올린은 한탄하는 양치기를 표현하듯 애절하다. 2악장은 반주로 등장하는 바이올린 합주로 파리떼들을 형상화하고 다른 현악기들이 일제히 가세하면서 천둥과 번개의 웅장함을 묘사한다. 3악장은 묵직한 전체합주로 천둥과 번개, 우박을 묘사한다.


제 3곡 '가을'의 소네트


1악장/ 마을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수확의 즐거움을 기뻐하고 축하한다. 바커스의 술 덕택에 사람들은 흥겨움에 빠진다. 그러다 모두 잠든다.

2악장/ 모두 춤을 멈추고 노래도 끝났다. 조용한 공기가 평화롭다. 달콤한 잠이 사람들을 휴식으로 이끈다.

3악장/ 새벽이 되자 사냥꾼들은 피리와 총을 들고, 개를 데리고 사냥을 떠난다. 짐승들은 무서워하면서 달아나고 그들은 쫓는다. 총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쫓긴 짐승들은 상처를 입고 떨고 있다. 도망칠 힘마저 다 떨어진 채 궁지에 몰려서 죽는다.


정신 없었던 여름이 지나, 어느덧 수확의 계절 가을이 다가온다. 다시 흥겨운 춤과 노래가 펼쳐지는 악장으로 중간쯤에 솔로 바이올린의 나른한 리듬에 맞춰 술 취한 걸음걸이와 잠 들어버리는 모습을 묘사한다. 반면에 2악장에서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펼쳐진다. 사람들의 잠과 휴식을 묘사하는 까닭에 약간 몽환적이기도 하지요. 3악장은 다시 박진감 넘치는 사냥 장면을 묘사하며 짐승을 쫓는 식으로 음악의 전개가 이루어진다.


제 4곡 '겨울'의 소네트


1악장/ 차가운 눈 속에서 벌벌 떨며,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쉴 새 없이 달리지만 제자리걸음일 뿐. 너무 추워서 이가 덜덜 떨린다.

2악장/ 불 곁에서 조용하고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집 밖에서는 비가 만물을 적신다

3악장/ 얼음 위를 걷는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다급하게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진다. 다시 일어나서, 얼음이 깨질 정도로 힘차게 달린다. 문 밖으로 나가 남풍과 북풍, 모든 바람들의 싸움에 귀 기울인다. 이것이 겨울이다. 이렇게 해서 겨울은 기쁨을 가져다준다.


1악장의 달려가는 사람과 휘몰아치는 바람은 솔로 바이올린과 합주의 소리가 이리저리 섞이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러다 2악장에서는 따뜻한 난로가 있는 집 안을 묘사하고 3악장에서는 빠르고 격렬하게 미끌거리는 얼음을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악기가 등장해 마침표를 찍으며 곡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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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연 못지 않았던 앙코르 세 곡


2부가 끝나고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잠시, 공식 프로그램에 이어 세 곡의 앙코르 곡이 연주되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앙코르에서 들려준 세 곡이 본 공연 만큼이나 강한 여운과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본공연만큼 뜨거운 앙코르 무대를 펼치며 관객들의 환호에 화답한 이 비르투오시 이탈리아니에 박수를 보낸다. 다음은 앙코르로 들려준 곡 리스트다.


Nyman suit from piano lessons
Corelli concerto grosso op 6
Tartini Cargo andante from Violin concerto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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