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국 회화, 그 불후의 명작 [전시]

글 입력 2018.01.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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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한국 회화는 친숙한 듯 낯선 미술이다. 간접적으로 접해오긴 했지만, 전시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감상해본 적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작>전은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한국 회화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큰 줄기를 훑어볼 수 있는 전시였다.

'불후의 명작'이라는 전시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본 전시에는 한국 근현대 회화의 걸작들이 소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필자가 처음 접하는 것들이었다. 많은 작품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보자마자 발길을 휘어잡았던 작품들이 있었다. 바로 <산>, <우물가>,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이다.



김환기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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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산
1958, 캔버스에 유채, 100x73cm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것을 끄집어 내는 예술에 끌린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이 곧 자기 자신을 닮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은 마음이 가장 통하는 작품이었다.

먼저 깊고 짙은 푸른색이 시선을 압도했다. 결코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감상자를 그림 속으로 끌어들이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한국의 대표적 추상 화가인 만큼 거칠고 굵은 선, 관념적인 표현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한 가지 말로 규정할 수 없는 '푸른색'의 표현이었다. 검푸른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 구성이 단조롭지 않아 그림을 바라보면 볼수록 다양한 감상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어둡고 우울하지만 그 속에 또 다른 감정을 겹겹이 쌓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박수근 <우물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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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우물가(집)
1953, 캔버스에 유채, 80.3x100 cm


작품을 보자마자 왜 박수근이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명인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소박한 일상적 풍경을 꾸미지도 과장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평범한 아낙네들의 생활이 우둘투둘한 질감으로 표현되었는데, 서민의 입장에서 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마당의 흙을 닮은 투박한 질감에는 자연스레 친근감이 느껴지고, 익숙한 여인들의 모습에는 나도 모르게 따뜻한 정감이 생겨났다. <산>이 강렬하게 마음을 흔들었다면, <우물가>는 부드럽고 따뜻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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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6, 종이에 채색, 130x162cm


'야생동물이 거니는 아프리카 초원 한 가운데서 벌거벗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있는 한 여자' 라는 주제만으로도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작가 개인의 삶과 경험이 가장 잘 드러난 그림이었던 것 같다. 한 폭의 회화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담길 수 있는지 느꼈다. 나름대로 그 감정을 가늠해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작품 수가 다소 적어 아쉬웠으나, 한국 회화가 이토록 다양한 주제와 표현으로 예술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또한 <불후의 명작>전과 더불어 서울 미술관에서 함께 진행 중인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 <사랑의 묘약> 등을 함께 감상한다면 더욱 알찬 시간이 될 것이다. 근현대 회화부터 다양한 장르의 현대 미술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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