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특집] 누가 예술가에게 가난을 강요하는가?- 가수겸 작곡가 SV 인터뷰[예술=노동]

여러분은 ‘예술가’ 혹은 ‘뮤지션’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글 입력 2016.01.2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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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특집] '예술=노동'은 연재물입니다. 처음 저희가 이 연재물을 기획한 의도를 프롤로그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읽어보시면, 기사의 의도까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여러분은 ‘예술가’ 혹은 ‘뮤지션’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생전에 비극적 삶을 살다 간 고흐, 최고은 작가와 달빛역전만루홈런의 비극적 죽음 등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제가 떠올린 이미지에서 공통점을 발견하셨나요? 네, 맞습니다. 제가 떠 올린 예술인들은 모두 예술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최소한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인들은 언제까지 가난해야만 할까? 물론, 예술인들 모두가 가난하다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산업 구조 속 소위 대중문화 주체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을 자본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저는 극소수 상위 예술가들이 아닌 우리가 평소에 잘 알지 못한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경제적 문제에 대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보다 생생한 예술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저는 가수 SV님께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종로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익동다방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운 좋게 훌륭한 interviewee를 만난 덕에 저는 예술인들의 삶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인디가수, 인디씬에 대한 편견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인터뷰 기사를 읽고 우리가 어떻게 문화를 향유하게 있었고, 그로 인해 예술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 interviewee 소개 >

음악가를 소개하는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이름, 학력, 키, 몸무게, 앨범을 나열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죠. 
처음에는 저도 네이버에서 인물 검색하고, 복사하고 붙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성의있게 인터뷰에 응해 주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가들은 자신의 생각을 노래로 표한하는 사람들이니, 저도 인터뷰를 하기 전과 후에 그 분의 음악들을 들어 보았습니다. 

물론 다 들어 보지는 못 했습니다. 제가 들어본 SV의 음악 중 저도 모르게 빨려 들어갔던 음악을 영상으로 두 개 소개 해 보려 합니다. 여러분도 이 음악을 듣고, 혹시 SV 음악에 더 관심이 가신다면, 찾아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나오겠지만, 저는 여러분이 단순히 주어진 컨텐츠를 소비하는 문화 향유층이 아닌, 능동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갖고 문화를 소비하는 향유층이 되길 바랍니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수 겸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SV입니다. 저는 특별한 음악적 장르를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때에 따라 랩을 하기도 하고, 슬프거나 감성적인 음악을 작업하기도 합니다. 저의 앨범을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2006년 데뷔부터 2012년 전반까지는 주로 ‘사랑’을 주제로 곡을 많이 작업했습니다. 2012년 대선을 계기로 점차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커졌고, 그 관심이 음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음악 주제 측면에서 봤을 때 변화가 있다고 볼 순 있겠네요.
 

-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겠습니다. 음원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소비재라고 생각하십니까?
 
음악가 입장에서 음원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트리밍 음악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음원은 헐값으로 소비되고 있어요. 더 이상 대중들은 음원을 소장품으로 생각하지 않죠. 한 번 듣고 마는 소모품으로 전락해 버렸죠. 결국 스트리밍 중심의 음악시장에서 돈을 버는 주체는 음원을 유통하는 멜론과 같은 회사가 되어버린 거죠.
 

- 이러한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음악가들의 개선 의지는 없습니까? 구체적인 활동이 있습니까?
 
외국의 사례와 비교할 필요가 있어요. 미국과 영국 같은 경우, 애플 아이튠즈 스트리밍 서비스는 기존 전통 음반사, 음악가, 유통업자들이 모두 협의를 거쳐 유통 구조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스트리밍 서비스 방식에도 다양한 이견이 있습니다. 방점은 각각 관계자들이 모여 협의를 이뤄나가는 과정이 있었다는 거죠. 하지만 한국은 어떨까요? 애초부터 한국의 음원 시장은 유통사 주도로 이뤄졌어요. 어떠한 협의의 과정도 없었던 거죠. 당연히 유통사에게만 유리한 자본구조가 형성된 거죠. 이미 형성된 자본구조를 음악가들이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현재 [뮤지션 유니온]과 같은 조합이 음악가들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특히 인디뮤지션과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청년 뮤지션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된 삼성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에 대해 항의 버스킹을 하거나, 여러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도 음악을 통해 의견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캡쳐.JPG


 
- 음악인의 권리라고 하면 저작권이 먼저 떠오릅니다. 최근 가수 개리가 저작권 정산문제로 한국저작권협회와 마찰을 빚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저작권 정산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음악가는 위탁 업체를 한 곳만 정할 수 있어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저작권협회 한 곳에만 저작권을 위탁할 수 있었죠. 법이 개정되어 최근에는 위탁업체 두 곳 정도가 더 생겼어요. 기존의 한국저작권협회 독점 구조에서는 경쟁체제가 도입되지 않다 보니 저작권 협회의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죠. 현재 그나마 음악가들이 여러 위탁업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는 있죠. 가령, 제가 A 업체에 저작권을 등록하면, 그 위탁업체에서 저의 저작권 전반, 즉 수익을 정산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제가 A 업체에 저작권을 등록하면 다른 업체에는 저작권을 등록할 수 없어요. 물론 위탁업체에 저작권을 등록하지 않는 음악가들도 있어요. 자신이 직접 저작권을 관리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알만한 음악가들 이죠. 대표적으로 서태지가 있죠.
 

- 소위 거대자본을 가지고 있는 SM, YG, JYP와 같은 거대 기획사들이 나서서 음원 유통구조에 수익구조에 문제제기를 한 경우는 없습니까?
 
그들은 아쉬 울 것이 없죠. 더 이상 그들은 음악을 가지고 자본을 형성하지 않아요. 일례로, YG가 외식산업 등 음악 이외 부문에 사업을 확장하는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들은 이제 음악 산업을 사양 산업으로 여기고 있어요. 그리고 소속 아티스트들만 보더라도 그들은 더 이상 음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 않아요. 유명세에 따라 연기를 하고 CF를 찍어 수익을 내는 구조죠.
 

-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유명 festival의 open stage 역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기본 전제는 예술 행위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뮤지션으로서의 권리라는 거예요. 다만, 무명 뮤지션으로서 유명 festival과 같은 큰 무대에 돈을 받지 않고 서는 문제는 좋은 기회라고 여긴다면 개인적으로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오픈 마이크’에요. 최근 홍대 카페를 중심으로 소규모 음향 장비만으로 카페에서 음악가들이 대가를 받지 않고 공연을 해요. 명목은 있죠. 이름 없는 음악가들에게 무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거죠.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물론 카페 사장님들 중 어떤 분들은 음악가들을 존중해 주고, 공연이 끝난 뒤, 공연비는 주지 못 하더라도 식사 정도는 제공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카페에는 설사 공연비를 받지 못 하더라도 또 가고 싶죠. 하지만 공연을 하러 온 공연자에게 음료를 주문하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워요. 공연비는 주지 못 할 망정 돈 돈을 내고 공연을 하는 상황은 잘못 된 것 아닌가요? 물론 제가 이 부분을 비판하기는 민감해요. 저 역시 신인 음악가들이 무대를 서고 싶어 하는 간절함을 알기 때문이죠. 음악가는 점점 많아지는데, 음악을 공연할 기회는 그만큼 많지 않으니 일부 오픈 마이크를 여는 사장들의 태도에서 음악가로서 불쾌한 경우도 있죠. 일부 사장들은 은연중에 음악가들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죠. 
 

- 대부분 홍대 공연은 음악가들을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줄로만 알았다.
 
제가 보기에 홍대 공연장의 공연은 2가지 형태로 보여요. 오픈 마이크 공연과 섭외 공연이 따로 있어요. 섭외 공연은 티켓팅을 하고 일정 정도 공연비를 받을 수 있긴 하죠. 오픈 마이크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카페 사장님의 개인적 의지에 따라 섭외 공연으로 가는 것 같아요. 일종의 level up 이라고 느껴져요. 이렇게 오픈 마이크에서 섭외 공연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해요. 공정한 기준으로 올라가는 음악가들도 있고, 개중에는 카페 사장님의 개인적 취향이 많이 반영된 느낌도 있어요. 그러면 음악가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도 있죠.

제가 오픈 마이크에서 가장 불만을 갖는 지점은 카페 사장님들이 마치 음악가들에게 공연장을 베푼다는 인식 구조에요. 결국 음악가들이 오픈 마이크를 통해 공연을 했을 때, 결과적으로는 수익이 적건 많건 카페 사장님들이 자본적 이익을 얻고 공연무대에 갈증을 느끼는 음악가들은 공연욕구를 충족하는 상호 보완적 관계에요. 여기서 누가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논리는 맞지 않아요. 하지만 오픈 마이크 모집글에서 종종 '공연무대가 부족한 음악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라는 문구가 종종 붙어요. 이런 말은 이치에 맞지 않죠. 서로 쌍방의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지, 한 쪽에서 기회를 '제공'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예술인에 대한 복지 정책에 한국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요?
 
최고은 작가의 비극적 죽음으로 국회에서도 나름대로 예술인을 위한 법을 개정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예술인 타운, 아현동 뮤지스탕스 같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작업공간도 있고요. 우리 같은 소위 인디음악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제도들이 잘 정비되고 시행된다면 반가운 일이죠. 최근 예술인들에게 300 만 원을 지원해 준다는 정책이 있어 신청하려 했는데, 첫 요건부터 탈락이더라고요. ‘예술인 활동증명’이라는 것이 있는데, 최근 5년 이내에 예술가로서 활동한 것을 증명하라는 거예요. 물론 저는 2006년부터 활동한 내역이 음반으로 남아 있으니 그나마 그거라도 증명(?)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한 신인 음악가나 공연만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무슨 수로 증명(?)을 할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었어요.
또 최근 음반제작비를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그 수혜자들이 대부분 우리가 아는 유명 가수들 이었죠. 시스타나 fly to the sky가 과연 음반제작비를 지원 받을 정도로 어려운 음악가들일까요? 선정 기준이 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이죠.
 

- 마지막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음악가 입장에서 음악을 소비하는 청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소비하고 들어줬으면 좋겠습니까?
 
사실 제가 일반적인 대중의 입장이 될 수 없으니 답하기 어렵네요. 저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 입장에서 최소한 아무리 취향에 맞지 않은 음악이라도 ‘성의 있게’들으려고 하죠. 가사의 의미도 생각해 보고, 음악가의 작곡의도도 생각해 보고, 음반 트랙 순서에 대해서도 나름 의미를 추론해 보죠. 물론 일반 청자들에게 이런 태도를 모두 요구할 순 없어요. 다만 음악을 듣는 첫 순간만이라도 청자들 음악가의 의도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기사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가 예술가들에게 가난을 강요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부당한 기준으로 주먹구구식 예술인 복지 정책을 펴는 정부, 예술을 하나의 소모품으로 소비하는 문화 향유층, 거대 예술 소비재를 유통하는 회사, 인디씬 내에서도 착취하는 또 다른 갑을 관계를 만드는 구조. 해결하기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적어도 예술가들이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알고 있어야 그 다음 단계로 잘못 된 사항에 대해서 고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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