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 태어나서』는 우리가 먹는 ‘고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도축 현장과 동물의 삶에 대해 조명한다. 고기는 우리 삶과 가까운 식량이다. 구워먹는 고기, 삶아먹는 고기, 생으로 먹는 고기 같이 우리의 밥상에서 고기는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고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 밥상에 도달하였는지 잘 모른다. 어떠한 현장에서 동물을 도축하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도축하는지, 그렇게 길러지는 동물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 시간 내어 궁금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동물원’이라는, 사람의 유흥을 위해 개조된 공간 안에서 동물을 바라보고 관찰한다. 그리고 그 동물원의 동물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된다. 동물원 안에서의 동물도 물론 사람의 재미나 흥미 같은 유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길러진다는 점에서 비판할 점이 많지만 그 동물원보다 열악한 환경이 바로 도축장이다.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그러한 목소리를 내는 장소 또한 마련할 수 있으나 동물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닭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고 돼지고기도 먹어본 적이 있으며 개고기 또한 종종 찾아 먹었다. 엄마는 내가 병에 들 때마다 개고기를 사서 먹였는데 지금은 내가 안 먹으려 하지만 어릴 적만 해도 잘 먹었던 고기였다. 나는 여러 고기를 섭취하면서도 이 고기가 어떻게 내 밥상까지 올라오게 되었는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돼지와 닭의 도축 현장이나 개의 도축 과정을 굳이 알기 위해 노력해본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개고기로 길러지는 개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지금껏 외면해왔던 동물의 모습이 너무 직접적으로 다가와 내가 먹는 고기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놀라게 되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을 하나 말하자면 돼지의 인공 수정 작업이다. 전국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돼지가 인공 수정하는 방법을 읽으면서 정말 충격 받았다. 노동 현장 에세이인 만큼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드러날 줄은 알았지만 주입대를 생식기에 집어넣고 돼지를 앉지 못하게 일으켜 세운다는 서술이 내 눈을 의심케 했다. 이 모든 게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에서 기반 되었다는 게 가장 믿고 싶지 않은 서술이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아빠가 내게 알려준 일화 한 가지가 떠올랐다. 아빠는 젊었을 적에 마장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아빠가 그곳에서 했던 일은 도축한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내장을 걸러내는 일이었다. 매일 돼지와 소의 내장을 만지며 도축한 동물을 보고 있자니 한동안은 고기를 먹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아빠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아빠는 지금까지도 돼지의 내장을 먹지 못한다. 어릴 적 나는 곱창이나 막창 같은 내장을 파는 가게에 가면 아빠의 몫 대신 내가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단순히 좋아했다. 아빠가 경험했던 순간을 다 알지 못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쉽게 먹을 수 있는 돼지 고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노동 현장에 관한 사실과 별개로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독자가 채식주의자를 희망하길 절대적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육식을 거부하지도 않고 육식이 잘못된 행위라는 것을 크게 주장하지도 않는다. 『고기로 태어나서』에서는 우리가 먹는 이 고기에 대해 자그마한 관심이라도, 이 고기에 대한 사실이라도 인지하고 육식을 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자 한다. 이 점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육식하는 행위는 누군가의 눈에는 비도덕적인 행위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육식에 내포된 영양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육식주의자가 되지 않더라도 육식을 섭취해야 하는 운명이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충격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을 덮은 후 채식만을 고수하기로 마음먹는 것은 어려웠다. 『고기로 태어나서』는 그 운명을 순응하면서 돼지와 닭, 개의 도축에 대한 진실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전달한다. 현장감 넘치는 취재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화를 중심으로 다뤘기 때문에 읽는 내내 내 눈 앞에 현장이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내가 쉽게 먹을 수 있는 ‘고기’에 감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