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큐를 좋아하시나요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2.1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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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얘기가 있는 거죠"

 

다큐를 좋아하는 이들의 진심 어린 애정이 느껴진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온 정신과 힘을 들여 만든 하나의 작품이다. 관객들은 그걸 보며 타인의 삶을 마주한다.

 

평소 나는 영상에 등장하는 이들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프레임 밖에 있는 사람들이 다큐를 지켜내기 위해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각본 없는 한 편의 영화라고 하지만 정해진 틀이 없기에 큰 노력이 필요하다. 알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하며 인물들의 역할이 변하기도 한다. 그만큼 알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발생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배움과 깨달음을 얻어간다.

 

 

때때로 우리는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살던 곳을 떠나서야 그 공간에 이어져 있는 자신이 오롯이 보이는 것처럼, 타인의 인생을 통해 자신을 바라볼 때 우리는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다.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각자의 자리뿐 아니라, 감독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함께 바라보고 대화할 때 우리는 타인의 삶을 내 삶으로 치환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큐멘터리는 인생을 배우는 학교이기도 하다.

 

182p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럴까 ‘다큐멘터리‘을 즐겨보는 편이다. 쉽게 말하자면 세상에 모든 변화를 목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종이신문 한 장씩 펼쳐보며 관심 가져야 할 이야기가 있지 않나 꼼꼼히 살펴보고 유튜브 알고리즘을 마주하며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가 있는지 늘 관심 있게 지켜본다.

 

어쩌면 타인의 일생을 담은 '다큐'는 한편의 세상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나. 매일 보이는 환경만으로 세상을 다 알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어쩌면 다큐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인생의 공부 같은 매체이다.

 

나와 연고 없는 나라에 관한 소식,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그리고 주변에 살아가는 가까운 이웃들의 사연까지 영상을 통해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매번 다큐를 보고 난 후,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변화한다. 일상에서 나만의 프레임을 잡는다. 그런 후, 한사람 한 사람에게 시선이 간다.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집중한다.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고, 어떤 고난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나 혼자만의 상상으로 채운다. 각자 지닌 무언가, 즉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어떤 사연을 가지며 살아갈까, 이들의 삶을 다큐 한편으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와 뉴스는 같은 집합에 속한다. 하지만 이 둘이 전혀 다른 장르로 분류되는 이유는 바로 감독의 시선 때문이다. 뉴스는 언론으로서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하는 반면, 다큐멘터리는 사건이나 대상에 감독의 시선을 더한다. 시선은 메시지로 해석되기도 하며,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다큐멘터리 감독의 메시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감독의 시선은 절대적인 요소다.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143p

 

 

우리는 같은 세상을 살아가며 주어진 시간이 같지만, 각각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다큐’는 타인을 보게 해주는 창문 같은 존재이다. 감독이 담아낸 시선은 우리의 눈이 되고 그 창을 넘어 영상으로 타인의 삶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큐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알아채야 한다. 그들을 보며 감독은 어떤 걸 느끼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우리는 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중요한 주제이다. 나는 인물들의 눈빛에 집중하는 편이다. 감정의 변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의 요동치는 눈동자에 모든 것이 표현된다.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등장인물의 눈을 바라보면 나와 가까운 관계가 된 것만 같다. 마치 조금 전 이야기 나눴다는 듯이, 이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고 공감한다.


 

“개인의 세계가 넓어지는 느낌이 좋아요.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고. 다큐 한 편을 만들 때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이고 집약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하잖아요. 그 세계를 알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데 괴롭기도 하지만 저 스스로 많이 확장되는 것이 좋아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할 때마다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타인의 삶을 촬영해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나의 시선이 들어가는 거고. 근데 그 시선이 올바른지, 이 촬영이 그분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고민돼요”

 

- 강유가람 감독

 

 

때로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즉 ‘나의 시선이 옳은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들에게 동정하는 감정을 가져도 되는지, 이들이 행했던 행동을 나만의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지 스스로 질문한다. 영상을 시청하며 누군가의 인생을 판단하기에는 너무나도 짧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주어진 잣대를 잠시 풀어주기로 했다. 내가 가진 ‘관심’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어준다고 생각하기에. 영상 속에 나오는 인물들 그리고 다큐를 만드는 여러 제작진은 관객들의 판단이 아닌 관심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맞춰 살아가야 하므로 우리는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다.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고통의 소리뿐만 아니라 가까운 이웃이 가진 고난에 관해 관심 가지기 힘든 경우가 많다.

 

만약 나처럼 다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잠시 내려놔도 좋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지닌 이 여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다큐멘터리는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음’으로 증명한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 집요한 시선,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용기,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말이다. 비록 촬영된 시간은 전부가 아니며, 편집되어 보이는 시간은 짧은 순간일지라도 다큐멘터리는 그것과 함께 머문다. 함께 머무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용기이고 응원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머무르는 시간 동안 새겨진 현장의 바람, 목소리, 눈물은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몸을 얻어 관객들을 만나는 순간 저마다의 이야기로 다시 피어난다. 이것이 다큐멘터리가 가진 힘이고 사랑이다.
 



함께 머무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라는 이 말이 인상 깊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이 담긴 영상과 그걸 보는 관객들. 그리고 각자의 감상으로 빚어낸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시 탄생하지 않나 싶다.

 

다큐를 위해 힘쓰는 이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많은 것을 쏟아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시간까지 할애하며 하나의 장면을 잡으려는 사람들과,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애정을 쏟고 있다.

 

그저 관객인 나는,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심과 애정을 드러낸다. 끊임없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타인의 삶을 알아간다.

 

다큐에 담긴 인물들과 함께 머무르기 위해, 꾸준히 관심을 이어 나갈 것이라 말한다.

 

 

[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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