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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크리스마스의 온기와 그 바깥의 사람들 - Small Things Like These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영화]

by 신수빈 에디터
2026.08.13 10:18

쉬는 날 점심을 먹고 식곤증이 몰려올 즈음 영화를 틀었다. 겨울이라 그런 것인지 아일랜드의 풍경은 내내 흐리고 어두웠다. 여기에 빌 펄롱 역의 킬리언 머피는 정말 말이 없다. 대사가 적은 인물이 아니라, 거의 침묵으로 영화를 끌고 간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점심까지 먹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 나에게는 꽤 치명적인 조합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졸면 안될 것 같았다.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만큼은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영화를 잠시 멈췄다. 성격이 급한 탓도 있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 찾아보는 대신, 그 자리에서 원작에 관한 리뷰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의 역사와 막달레나 세탁소에 관한 이야기, 영화가 놓인 시대적 배경을 조금 알고 나서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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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아일랜드는 지나치게 아름답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따뜻한 겨울의 아름다움과는 다르다. 흐린 하늘, 차가운 공기, 낮은 채도의 풍경, 어둑한 실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데도 영화 속 세계에는 이상할 만큼 온기가 없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빌 펄롱은 매일 새벽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하는 일은 석탄을 나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직 잠들어 있을 때 석탄을 싣고 집집마다 배달한다. 추운 겨울, 누군가의 집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빌이 나르는 것은 단순한 석탄이 아니라 온기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빌에게도 어려운 어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외면받은 아이는 아니었다. 누군가는 그를 돌보았고, 누군가는 손을 내밀었다. 그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건네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서 그 온기를 받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런 빌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그 순간 영화는 빌의 현재와 과거를 겹쳐놓는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받았던 작은 친절을 기억하고, 동시에 지금 눈앞에서 외면받고 있는 아이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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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빌은 과거의 기억으로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같은 날일까.

 

누군가에게는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다. 가족이 모이고, 선물을 준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날. 하지만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혹은 가족이라는 존재 자체가 상처로 남은 사람에게 크리스마스는 오히려 일 년 중 가장 외로운 날일 수도 있다.

 

우리는 매년 농담처럼 말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혼자 있지 않을 거라고. 내년에는 꼭 연애를 하겠다고.

 

웃고 넘기는 말이지만 그 안에는 결국 ‘나도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것 같은 날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외로움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바로 그 크리스마스의 이면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모두가 따뜻해야 할 계절에 누군가는 추위 속에 있고, 모두가 가족을 이야기하는 날에 누군가는 가족으로부터 버려져 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모른 척하며 평범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더욱 오래 남는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누군가를 모른 척하지 않는 것. 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 내가 받았던 온기를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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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두고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 영화라는 평을 보았다. 영화는 빌이 옳았다고 선언하지도 않고, 그가 세상을 바꾸었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이 눈앞의 일을 외면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가진 작은 온기를 건넬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것은 '빌의 행동이 옳았는가'라는 답이 아니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다.

 

아마도 영화가 말하는 '사소한 것들'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을 지나치지 않는 것,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아주 작은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영화는 장담하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에게는 충분히 큰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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