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로 ‘저항’ 또는 ‘반항’을 뜻하는 단어 ‘비더슈탄트(Widerstand)’는 ‘~에 반대하여(wider-)’와 ‘서다(stehen)’라는 어원이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다. 이는 무엇에 대한 단순한 거부를 넘어, 거대한 폭력이나 부조리한 질서 앞에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곧게 바로 서는 주체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뮤지컬 <비더슈탄트>는 이 단어의 어원적 깊이만큼이나 묵직하고 뜨거운 서사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려온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1938년 나치 치하 독일의 엘리트 스포츠 학교다. 최고의 펜싱 선수가 되겠다는 순수한 꿈을 안고 입학한 17세 소년들이었으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스포츠의 열정이 아닌 승리만을 강요하는 계급주의와 혹독한 군사 훈련, 그리고 엄격한 통제뿐이었다.
소년들은 금지된 라디오와 비밀스러운 모스 부호 쪽지를 통해 자신들이 속한 학교의 실상이 히틀러의 사관학교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진실과 직면하게 된다. 이때 뮤지컬 <비더슈탄트>는 국가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 던져진 청춘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연대하며 신념을 세워가는 치열한 성장의 과정을 한 편의 서사시처럼 그려낸다.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보기 드문 몰입감과 강렬한 에너지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뮤지컬 <비더슈탄트>가 삼연으로 돌아온 것은 재연 이후 3년 만이다. 2017년 '아르코-한예종 아카데미' 쇼케이스와 2018년 '공연예술창작산실'을 거쳐 2022년 초연된 이 작품은 전 회차 전석 매진, 관객 평점 9.7점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세웠고, 초연 종료 5개월 만에 일본 도쿄 라이선스 수출이라는 쾌거까지 이뤄내며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해왔다.
그러나 이번 재공연은 단순히 익숙한 무대를 답습하려 하지 않는다. 제작진은 익숙한 성공 방식을 과감히 내려놓고, 음악 전체를 새롭게 재창조하는 ‘올 뉴 프로덕션(All New Production)’을 감행한다. 이에, 공동 주최·제작을 맡은 ㈜라이브러리컴퍼니와 ㈜미스틱컬처는 오는 2026년 7월 23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무대로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번 새 프로덕션의 핵심 변주는 단연 ‘음악’에 있다. 정은비 작가가 다듬어낸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대사와 묵직한 서사 구조는 유지하되, 그 위를 흐르는 음악적 언어를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뮤지컬 <줄리 앤 폴>, <붉은 정원>, <뱀파이어 아더> 등을 통해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을 증명해 온 김드리 작곡가가 새롭게 합류했다.
김드리 작곡가는 작품의 모든 수록곡을 다시 쓰는 ‘All New Number’ 작업을 맡았다. 펜싱이라는 역동적인 액션 속에 가려져 있던 소년들의 아련한 정서와 감정의 결, 서정성을 한층 극대화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관객에게는 익숙한 대사 속에서도 전혀 다른 감정적 파동과 새로운 소름을 선사하고, 처음 작품을 만나는 관객에게는 한 차원 높아진 완성도의 신작을 선보이겠다는 제작진의 강한 의지가 담긴 대목이다.
여기에 김태형 연출, 조윤화 음악감독, 이현정 안무감독, 서정주 무술감독 등 탄탄한 베테랑 창작진이 가세해 무대의 밀도를 더욱 높인다.
무대를 채울 배우진 역시 신구의 완벽한 조화를 자랑한다. 초연과 재연을 모두 거치며 작품의 뼈대를 단단히 구축해 온 최석진, 황순종, 이한솔, 김도현, 김방언, 김보현, 이형훈 등 7명의 기존 캐스트가 재합류하여 서사의 깊이와 연속성을 확고히 지킨다. 여기에 한상훈, 박정원, 강병훈, 김준식, 고철순, 조모세, 김지웅, 황건우, 김태환, 최기정, 김도민 등 탄탄한 연기력과 신선한 에너지를 갖춘 11명의 새로운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총 18인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하는 입체적인 앙상블을 완성할 전망이다.
나치즘의 폭력 앞에서도 서툴지만 뜨겁게 손을 잡았던 소년들의 이야기이자 시대의 불의에 맞서 끝내 끝내 바로 서고자 했던 청춘들의 뜨거운 저항을 담은 뮤지컬 <비더슈탄트>는 과감한 음악적 변신과 단단해진 캐스팅으로 무장한 채, 시대를 가로질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한번 던질 깊은 울림을 준비하고 있다.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끝내 연대하고자 했던 청춘들의 뜨거운 저항을 담은 뮤지컬 <비더슈탄트>가 대학로 무대에 또 한 번 어떠한 울림을 전할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