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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든 이름이 한 편의 시다 -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분한 인생에게 건네는 유가 캔디

by 임솔지 에디터
2026.06.20 18:52

 

 

"오늘 수업을 참관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연 시작 전, 안내 멘트가 나온 후 막이 오른다. 참관인들은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 학생들을 원치 않게 취재하러 온 다큐 PD, '석구'와 함께 팔복리 문해학교에 도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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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라이브(주)

 

 

오늘은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 날. 받아쓰기 문제는 노래가 되어 4명의 학생들을 재밌고 정겹게 소개한다.


"영란이는V반장입니다." 문해학교의 기강을 책임지는 맏언니 '영란'.

"춘심이의V꿈은V가수입니다." 평생 가수의 꿈을 마음에 안고 살아 온 '춘심'.

"인순이는V소녀V같아요." 수줍음 많은 문해학교 낭만소녀 '인순'.

"분한이는V막내입니다." 언니들의 믹스 커피를 책임지는 유쾌한 황금막내 '분한'까지.


시험 후 채점 시간, 학생들의 점수는 오늘도 50점을 넘지 못한다. 늙어서 공부하려니 힘들다며 소란을 피우지만, 문해학교를 이끄는 '가을' 선생님의 "선생님을 봅니다" 한 마디에 "예..." 하고 금세 조용해지는 학생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선생님은 야외 소풍을 내걸고, 받아쓰기 대신 각자만의 '시'를 찾아올 것을 제안한다. 받아쓰기와 다르게 시는 누구든지 쓸 수 있고 정답이 없으며, 잘 쓴 것도 못 쓴 것도 없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렇게 작품은 시를 읽어 본 적도 없는 할머니들이 자신만의 시를 찾아 발표하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흘러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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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라이브(주)

 

 

석구는 처음에 팔곡리 문해학교를 취재하는 것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해, 카메라를 낯설어 하는 할머니들을 핑계 대며 촬영을 접고자 한다. 그러나 가을은 방송을 통해서 수업 중단 위기에 처한 문해학교를 지키기 위해 그를 붙잡는다. 그렇게 석구는 학생들을 계속 찍으며 시를 찾는 여정을 함께하고, 그들의 순수한 사랑과 꿈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들었던 그의 태도는 점차 음악방송에서 아이돌을 찍는 열혈 카메라맨처럼 변해 간다.


그런데 자칫 뻔할 수도 있는 그 변화의 과정이 과하지 않고 잔잔하게 표현되어 좋았다. 처음에 냉소적이었던 자신의 태도를 반성한다는 가사의 단독 넘버를 부르는 전개로 흘러가지 않아 좋았다. 대신 그러한 석구의 심정 변화는 "우리는 가시나"라는 합창 넘버에서 아주 잠깐 나오는 솔로 파트 한 소절로 다뤄진다. 그때의 가사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대신 그의 '시선'에서 많은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게 석구 또한 자신이 찾은 시를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갈아엎은 흙처럼 까무잡잡하고

노동의 고달픔 배인 나이 든 손

주름진 손에 쥔 낡은 몽당연필이

사각사각 소리내어 종이 위에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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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작품은 할머니들의 각 에피소드들에서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로 대단한 감동과 눈물을 뽑아내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순수하고 귀여운 이야기들을 적당한 무게로 풀어낸다. 그런데 그 담백함 속에는, 마치 나주곰탕처럼 깊은 맛도 담겨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자신의 이름을 싫어했던 분한의 이야기였다.


 

우리 어매 딸 셋 낳고

분하다고 지은 내 이름처럼

분한 일의 연속이었지만

칠십에 배운 글자가

분했던 내 인생을 위로해 줘요

 

 

분한이 이 가사를 노래하고 나서 언니들은 "분한아, 학교 가자. 이분한!"이라고 그녀를 부른다. 그런데 사투리 때문에 '이분한'은 '이분하이'라고 불렸는데, 그것이 꼭 [이쁜 아이]라는 말로 들려서 왠지 뭉클했다. 그러고 나서 분한은 이렇게 말한다.


"내 시는 내 이름이다."


그 대사를 들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의 이름에는 다 뜻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이름은 다 '시'이지 않을까. 가을 선생님이 어디서든 시를 찾을 수 있고 무엇이든 시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로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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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도 분한처럼 내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시로 공유해 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쓰고 나니 다른 사람의 이름에 숨겨진 시들도 궁금해진다.

 

 

G코드

 

임솔지

 

''은 계이름 중 하나다

그리고 '지'(G) 코드는 그 음으로 시작되는 코드다

그래서 나는 음악 같은 내 이름 '솔지'가 좋다


,비(B) 걸지 마 솔,지(G)야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기타를 배웠는데

친구들이 코드 이름을 그런 식으로 외웠다


벨이 초짜인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운다는 코드

기타의 여섯 줄이 전부 시원하게 울리는 아름다운 코드

나도 그렇게 친근하고 풍부한 사람이 되어서 이름값 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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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팔복리 문해학교가 예산 삭감으로 결국 문을 닫게 된다는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괜찮을 것이다. 오늘을 살아갈 설렘을 찾아 시를 쓰는 법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비단 학생들한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관객들에게도 각자만의 시를 찾아 보라는 숙제를 남긴다.

 

극장에서 나온 후, 공연 중 '춘심'이 객석으로 다가와 내게 건네 준 유가 캔디를 먹으며 생각했다. 삶이 문득 분해질 때면, 작지만 달콤한 일상 속 시들을 발견해 입속에서 굴려대며 살아야겠다고.

 

 

 

컬처리스트 명함 임솔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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