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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예측불가능한 삶 속 ‘단절(들)’ 사이에 서서 [도서]

가능한 모든 기쁨을 느끼려고 시도하는 것

by 최수인 에디터
2026.06.17 20:00

 

  
우리의 삶은 오직 단절로 이루어져 있을 뿐 (p.9)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단절을 겪는다고 할 수 있다. 모체와의 분리, 또 태어난 이후의 점진적 분리. 결별 혹은 이별, 상실을 겪고, 과거의 자신과 단절하기도 한다.

책은 들어가는 이야기에서 그러한 ‘단절’의 철학적 정의에 관해 이야기한다. ‘단절’이라고 함은 절단과 같이 깔끔하게 나누어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떤 한 부분을 찢어내는 것. ‘함께해온 삶이라는 천을 찢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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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 철학 교사인 클레르 마랭의 『단절(들)』은 단절에 대하여 사유하고 고찰하나, 다른 철학서만큼 읽기에 어려운 책은 아니다.
 
‘단절’이라는 주제는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겪기에 충분하다. 삶에서 빼놓을 수 없고, 또 삶과 맞닿아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 책의 어떤 부분이든 한 곳 이상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단절을 겪은 후에는 ‘이전의 나’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앞서 말했듯 단절은 찢기는 것이다. 그 절단면은 깔끔하지 않으며 얼기설기 뭉툭하고 양쪽 면이 제대로 맞지 않아서, 억지로 붙이려 해도 불가능하다. 마치 베인 상처와 찢어진 상처의 흉터를 비교하듯이. 찢어진 상처의 흉터는 더욱 울퉁불퉁한 법이니까.

단절을 포함한 모든 상황을 우리는 씹어 삼키려, 혹은 잊어버리려 노력한다. 끊이지 않는 반추에 오지 않는 잠은 밤을 두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잊는 것보다는, 재창조하는 것을 권하며 말한다. “단절이란, 부러뜨린 것을 다시 붙잡을 때 비로소 창조적이다.” 단절 이전의 삶을 복원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정보다, 찢긴 자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미래로 나아가기에는 더욱 좋은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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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점 한 가지는,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나 사고, 존재의 연속성에 대한 단절과 같은 생각을 우리가 거부한다는 것이다. (p.192)
  

단절은 예측불가능하다. 11장 ‘계약 파기’에서 이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삶에 단절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단절을 겪은 후. 더 이상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클레르 마랭은 이 주제에 있어서 ‘이런 본질적 위협 앞에서 살아갈 용기를 찾는 것은 기쁨으로부터’라고 말한다.

  
삶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 그것은 가능한 모든 기쁨을 느끼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비극적인 밤을 보낼 때조차, 자신 안에 깃든 기쁨의 작은 불꽃을 기억하는 힘을 갖기. (p.195)
  

소확행이라는 말이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단절 사이에 서서 ‘기쁨을 느끼려고 시도하는 것’은 삶에서 소확행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거창한 기쁨을 바라는 것이 아니니. 단절로 인한 상실감에 고통스러울 때, 밤을 통과하며, 그 절망 속에서도 기쁨을 기억한다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클레르 마랭은 책의 제사(題辭)로 니체의 『반시대적 고찰』 제2편의 “우린 끈기 있고 하룻밤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니”를 인용했다. 단절이 ‘나’를 찢어놓을지라도, 존재가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그 고통이 영원을 갈 것 같고, 어쩌면 상실 자체가 영원할지라도.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을 책의 첫머리에서 보여주는 듯하다.

읽어본 적 있을 수도 있고, 처음 들어봤을 수도 있는 여러 작가의 책. 많은 문헌의 인용과 그에 대한 옮긴이의 역주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이 다 지나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다. 옮긴이와의 인터뷰에서 번역가가 말했듯이, ‘천천히 새겨가며 읽을 책’이다.

어떤 문단에서는 위로와 공감을, 다른 어떤 문단에서는 존재에 대한 고민과 고통을 주는 책. 그럼에도 어느 때이건 다시 찾아올 단절(들) 앞에 나는 또다시 이 푸른 표지 앞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단절 이후의 재창조와 단절 사이의 기쁨을 되새기기 위해서.
 
 
단절(들)
사람in. 클레르 마랭 지음, 류재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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