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우리는 왜 여행을 가면 사진부터 찍는가

순간을 붙잡고 싶은 인간의 오래된 욕망

by 강효정 에디터
2026.06.16 17:00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음식을 먹을 때 본능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다. 핸드폰을 꺼내 장면을 고스란히 담는 것.

    

우리는 여행지에서 멋진 풍경을 보면 사진을 남기자며 그 배경 앞에 서보라고 권한다. 또는 찍어 줄 사람이 없을 땐 행인을 붙잡아 “죄송한데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라며 조심스레 묻는다.

 

다른 사람의 짧은 시간을 붙잡으면서까지 나의 현 상황을 디지털 기기 속에 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증은 어느새 우리의 본능이 되었다


 

1720078426915.jpg

 

 

전시장에서는 이와 관련한 문제가 심각하다. 유명한 그림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그림을 막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전시관을 찾은 목적이 무엇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림을 보지도 않고 등을 진 채 핸드폰을 바라보며 웃는 사람들. 요즘엔 자연스러운 인증사진이 대세인지라 핀 조명을 받는 작품을 보는 나의 뒷모습을 많이 찍는다.

 

문제는 나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볼 땐 ‘얼른 찍고 가지, 동선 걸리적거리네’ 싶다가도 막상 내 차례가 오면 당연하다는 듯이 자세를 취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피곤하다. 안 찍으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러기엔 아쉬운데? 여기까지 왔는데 인증사진은 하나 남겨야지’라며 쏘아댄다.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현상이 자연스럽게도 우리의 삶에 녹아들었다. 매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놓고 이를 SNS상에 올려놓아야 성에 차는 문화권을 살아가고 있다.


한가로이 유튜브에서 유명 가수의 공연 영상을 눌렀다가 놀란 적이 있다. 그곳은 온통 핸드폰 밭이었다. 두 손 자유로이 흔들며 공연을 즐기기에도 아까운 시간에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느라 모두 망부석이 되었다. 징그러울 정도로 복잡한 전자파 소굴에서 감미로운 멜로디까지 모두 학을 떼고 달아날 지경이다. 팬들의 열찬 함성과 반응을 먹고 사는 가수들은 핸드폰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고화질의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며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좋은 화질의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 나 혼자 핸드폰에 영상을 간직하기보다 유튜브나 X,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게시한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아름답게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공연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공연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팬들 또한 피해를 본다. 마음껏 소리 질렀다가 그만 영상을 찍는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는다. 같은 돈을 내고 들어왔지만 위축되고 만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사진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


 

KakaoTalk_20241009_101631654 복사본.jpg

 

 

우리는 왜 즐기고자 떠난 여행이나 장소에서 사진을 찍을까?

 

기록하고 싶은 욕구는 왜 나타나는 걸까?

 

카메라로 출사하는 사람들은 그날 찍은 사진들은 되도록 빨리 백업하려고 한다. 소중히 담은 사진들이 갑자기 메모리 고장으로 날아갈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내가 그러하다. 여행을 다녀오면 피곤한 몸을 무릅쓰고 노트북에 카메라 메모리를 꽂는다.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첫 여행지에서 먹었던 음식의 모양새와 맛이 어떠했는지 떠올린다. 맛있었다면 또다시 군침이 돋고, 맛이 없었다면 다시는 이곳에 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식후 디저트는 또 어떠했는가? 완벽한 식사 다음에는 디저트를 빼놓을 수 없다며 심사숙고해서 찾은 유명한 디저트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화면 너머로 손을 뻗어 다시 맛보고 싶은 심정이다.

 

유명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 한 장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내가 이런 표정을 지었다고? 우스꽝스럽다.’

 

‘풍경 죽인다~ 자연은 참 대단해!’

 

'이때 이 옷 입고 가길 잘했네! 분위기 좋다.’

 

마치 여행지의 냄새와 온도, 날씨가 지금 내게로 다가온 것만 같다. 사진은 순간의 찰나를 포착한다. 내가 바라본 시야를 구도 속에 담는다.

 

사진 좀 찍어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찍어준 사진이 제일 이쁘게 나온다.’ 그만큼 피사체를 바라보는 촬영자의 애정 어린 마음이 녹아든 것이다. 남들보다 더 많이 관찰하고 신경 쓰고 생각하니 사진이 더 잘 나올 수밖에 없다. 나의 전담 사진작가는 엄마이다. 같이 국내나 해외를 가든 간데 항상 나보다 몇 걸음 뒤에서 나를 사진 속에 담는다. 여행을 마친 후 사진을 정리하면 잘 나온 사진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이 발명되기 전에는 그림을 그렸듯이 사람은 내가 보고 느끼는 바를 꼭 남기고 싶어 한다. 태어나서 사진 촬영을 한 번도 안 해봤다면 이 맛을 미처 몰랐겠지만 이미 경험한 이상 사진을 안 찍고는 살아갈 수 없다. 순간의 기억과 모습을 담기에 이보다 더 좋은 도구가 있을까? 우리의 기억은 사진이 없었다면 많은 것이 미화되고 잊힐 것이다.


 

 

기억을 붙잡고 싶은 마음


 

20231225_152653 - 복사본.jpg

 

 

사진을 찍는다는 건 이 순간을 놓치기가 싫은 거다.

 

여행은 이미 끝나고 지나갔지만 사진은 영원하다. 데이터값에 남은 색상 정보와 픽셀 크기는 나의 흔적을 붙잡아둔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도 엄마 아빠의 사진을 자주 남겨두는 것도 이 순간이 그만큼 귀하다는 걸 알기에 꼭 붙잡고 싶은 애증의 마음이다.

 

그때 그 사람, 음식, 공간, 분위기, 감정 이 모든 것을 언제나 꺼내 보고 싶은 나의 욕망이다.


사진을 찍는 인증 문화가 과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여행을 가서 사진을 안 찍자니 갔다 오고 나서 추억할 거리가 부족하다. 몸에 익힌 버릇처럼 바로 인증사진부터 찍는 내 행동에 피곤함을 느낄 때도 다수다. 그러나 사진은 지금 우리와 떼어낼 수 없는 은밀한 관계다. 찍을 수밖에 없는 환경과 문화권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나도 흐름에 맞춰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순간에도 나는 다음 여행지를 찾고 있다. 그곳에서는 어떤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낼지 벌써 기대된다.

 

대어를 낚는 낚시꾼의 마음처럼 곧 내 마음에 들어찰 찰나의 장면들이 요동치고 있다.

 
 
강효정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일상을 담습니다

강효정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K-POP의 다음 무기는 무엇일까 [음악]
  2. 02 [Opinion] 좀비는 영화 밖에도 있다 [영화]
  3. 03 [Review]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 괜찮아질까 – 상자 속의 양 [도서]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