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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오면 생각나는 것들

그 한 음절이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마침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by 문아휘 에디터
2026.06.09 16:02


 

누구나 어떤 계절이 오면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사람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 시기에 본 영화가 생각나기도 하고 색감이나 사진이나 노래가 생각나기도 한다. 나도 그런게 있다.

 

봄의 끝자락 밤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고 추운 겨울 새벽공기를 맡으며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고 뜨거운 한여름 꿉꿉하지않고 열기로만 가득찬 날 생각나는 웹툰도 있다. 그 중 습하고 꿉꿉하지만 또 이상하게 은은하게 맡아지는 물기 섞인 풀내음이 생각나는 장마, 장마가 다가오고있다. 고등학생때 우산을 안들고 갔다가 갑작스레 맞이한 장마로 발이 전부 젖었던 기억, 친구들과 살 때 장마철만 되면 우리 집으로 바퀴벌레가 들어와서 식탁과 쇼파 위에 올라가 살충제를 바닥에 뿌려대던 기억, 여행을갔다가 무겁지않고 후두두두 나리는 비때문에 우산을 써도 아무 의미 없어 그냥 비를 맞으면서 여행을 한 기억. 매년 돌아오는 장마지만 늘 새로운 것으로 채웠던 과거를 돌아보면서 장마가 시작되면 생각나는 것들을 나열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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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상견니

 

“사랑이 유적으로 남겨질때 빙하기로 돌아가 당신을 힘껏 안고싶어요“

 

장마의 꿉꿉함보다는 시원함이 느껴지는 영상미를 가지고있는 대만 드라마 상견니는 이름도 나이도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된 여자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청량한 대만 학교, 자전거, 여름 하복. 이색적이면서도 익숙한 대만의 여름은 몇년이 지나도 계속 기억속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장르물과 로맨스가 적절하게 섞여있는 이 작품은 몇년전 한국에서 리메이크될 정도로 국내에서도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첫사랑, 여름, 쌍방구원서사라는 필승조합으로 만들어졌기에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도 않는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오후에 이상하게 자주 생각이 나는 이유는 여름의 풋풋함과 그리움을 담고있기에 그럴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죽은 연인의 얼굴을 너무도 닮은 나이도 이름도 다른 남자아이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그 아이에게도 보이는 전 연인의 흔적으로 힘들어 하다가도 위로받고 어느새 웃고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짙어지는 그리움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스이길 원하는 사람에게 이 드라마는 잘 맞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로맨스면서 서브 스토리도 흥미진진한걸 좋아한다면 돋보적인 여름을 머금고 있는 상견니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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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언어의 정원

 

“그 사람이 많이 걷고 싶어질 구두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인 언어의 정원은 화려함 없이 비오는 날의 아름다움을 담아내어서 가끔 생각나는 영화다. 날씨의 아이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감을 강조해서 비현실적인 폭우를 보여주었는데 언어의 정원은 담백하면서 눅눅한 일본도시를 비추는게 인상적이었다.

 

늘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미뤘던 이 영화를 몇년전 장시간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을때 이참에 보자라는 마음으로 봤었다. 음질도 떨어지는 기내 모니터로 봤지만 그 감성을 온전히 느끼는데에 문제가 되진않았다.

 

비는 우울함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치유’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빗속에서 서로를 만나고 각자의 상처에 공감하고 치유한다. 선생과 학생이라는 자극적인 고전소설 소재이지만 나이가 들어 어른에 대한 환상에 가득찬 소년보단 지친 사회인의 모습을 한 여인의 치유 과정에 조금 더 눈길이 갔다. 어린 소년의 판타지로 이 작품을 보기엔 그가 여성을 향해 가진 애틋함과 동정은 이성을 넘어서 인간대 인간으로 가지는 인류애적 감정이었다.

 

누구든 치유받고 싶어하고 위로받고 싶어한다. 어른도 아이도 마찬가지다.

 

그 상대가 어린아이더라도 우리는 그들에게서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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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아가미 


“이름을 보르는 순간, 그 한 음절이 혈관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마침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지만 여름이 되면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불쾌의 감정이든 다시 읽고 싶은 감정이든 여름이 되면 이상하게 그 황홀할 정도로 이상하고 난해한 ’구병모 작가‘의 문체가 생각이 난다. 개인적으로 구병모 작가의 책을 좋아하진않는다. 단어나 문장이 어려워서 뇌에 힘을 주고 따라가야 하다보니 몰입력이 높고 스토리 진행이 흥미롭지만 빌드업에 비해 끝에 힘이 빠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가미는 조금 달랐다. 열린 결말에 불호를 외치는 사람이 다수인 것도 이해가되지만 이 결말을 ’여운‘이라고 본다면 좋은 책이라 말할 수있을 것이다.

 

결핍에서 오는 비뚤어진 사랑과 그 감정이 폭력적으로 분출된다는 플롯은 이미 너무 올드하고 흔하지만 그 뻔한게 늘 먹히는 것도 사실이다.

 

독보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읽는다면 내가 발견한 호수를 다른 이들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이상 불릴 수 없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의 여정을 함께 응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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