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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얼마나 더 가져야 덜 원할 수 있을까 - 연극 아이들 [공연]

세상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내가 원한다고 해서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

by 강소정 에디터
2026.06.06 11:26

 

 

우리는 얼마나 더 가져야 덜 원할 수 있을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은 숭고한 마음과 지금 당장 쾌적한 삶을 살고 싶은 이기심이 충돌한다. 전혀 다른 두 마음 사이에서 나는, 과연 내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환경 보호를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고, 지구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를 뽑는 습관은 미래를 위해 내 욕구를 덜어내는 나름의 노력이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쌓아둔 마음의 짐을 조금씩 덜어내곤 했다. 이러한 행위들은 내 삶의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이러한 행위들은 내 삶의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까.하지만 만약, 내 일상과 존재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극단적인 선택 앞에 섰을 때 나는 과연 타인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을까? 나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할 뿐이다. 아마도 '나는 결코 그럴 수 없을 거야'라는 무언의 대답인지도 모르겠다.

 

극단 돌파구의 연극 <아이들>은 이러한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을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내비추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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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은퇴한 핵물리학자 부부 헤이즐과 로빈이 살고 있는 해안가의 고립된 오두막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라는 거대한 재앙이 휩쓸고 간 이후의 시점이지만, 이들의 대화는 사소하고 일상적이다. 그러다 과거 발전소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인 로즈가 찾아오면서, 두 부부가 애써 유지하고 있던 평온한 일상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28년만에 이들 부부를 찾아온 로즈는 헤이즐과 로빈에게 다시 발전소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한다. 그녀의 제안에는 자신들이 과거에 만들어둔 위험 구역에서 매일 방사능에 노출되고 있는 2-30대 젊은 직원들을 안전한 삶으로 돌려보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겉보기에는 아주 숭고한 희생 정신이 묻어나는 제안이지만,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전에 세 인물이 처한 각자의 상황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먼저 제안을 한 로즈는 암에 걸린 시한부 환자이며, 매일같이 위험 구역을 드나드는 로빈은 이미 피폭된 인물이다. 반면 헤이즐은 은퇴 후 자신이 바라던 노후를 즐기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60대 아내이자 4명의 자녀를 둔 엄마였다.

 

 

260521 극단 돌파구 아이들 리허설 ⓒ김보연 (089).jpg

극단 돌파구 제공 ©김신중, 김보연

 

 

로즈가 갑작스런 제안을 꺼내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오갔던 작은 방 안에, 갑자기 숨 막히는 팽팽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로즈는 헤이즐을 설득하기 위해 그녀에게 의도치 않게 죄책감을 심어주는데, 헤이즐을 그런 로즈의 태도를 불편해 한다.

 

앞서 언급했듯, 암에 걸려 시한부로 살고 있는 로즈와 이미 피폭된 로빈과 달리 헤이즐은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의 안락한 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발전소를 돌아가는 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태도는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만 잘못된 상황이 바로잡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희생'이라는 행위가 타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제3자에게 선한 영향력을 준다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막상 그 희생의 대상이 내가 되는 순간,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굳이 나여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그 선택을 망설이게 되기 때문이다.

 

 

[돌파구] 아이들(26-0521)_ⓒShin-joong Kim_075.jpg

극단 돌파구 제공 ©김신중, 김보연

 

 

연극 <아이들>에서 말하는 희생은 다음 세대에게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어른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 살고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았을지라도, 우리가 인간인 이상 가진 것을 내려놓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을 작품은 보여준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헤이즐 역시 본인의 자유로운 노후를 포기해야 하는 제안 앞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얼마나 더 가져야 덜 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정답은 내릴 수 없다. 다만 작품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세상은 텀블러를 사용하고 플러그를 뽑는 행위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타인을 위한 희생 앞에서 영웅을 자처하기는 어렵다. 이런 나도 어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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