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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마구 흔들리면서도, 혼란하면서도 - 아이들 [공연]

극단 돌파구, 연극 <아이들>

by 차수민 에디터
2026.06.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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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떤 인간이 영웅이 되는 걸까. 인간의 어떤 성정이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걸까. 천부적인 희생정신? 티 없는 도덕성? 또는 타고나길 겁이 없는 용자라던가. 타인을 위해 나의 일부가 훼손되는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는 누군가는 분명 영웅일 테다.

 

다만 한 인간이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어떤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엔 언제나 의문이 남는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타인이 타인을 위해, 내가 당신을 위해 내딛는 용기의 동력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연극 <아이들>에는 영웅이 등장한다. 다만 그들은 우리가 쉬이 넘겨짚고 마는 영웅의 모습과는 판이하다. 이미 젊음의 세월을 다 흘려보낸, 은퇴한 60대 중반의 핵물리학자들은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일상을 근근이 살아내고 있는 소시민이다. 거대한 재난이 삶과 공간을 휩쓸고,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들은 마치 현재를 잊어보려는 듯, 과거의 일들을 꺼내고 저급한 농담을 하며 시간을 부유하듯 소통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자꾸 현실로 돌아온다. 결국 거대한 현재의 재난 앞에서 그들은 분명한 현재의 두려움과 공포를 이야기하고, 울고 웃으며 오래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하던 그들은 이윽고 미래에 도달하게 된다.

 

그들이 말하는 미래는 바로 아이들이다.

 

더글라스의 아이, 헤이즐과 로빈의 아이, 택시를 잡아주는 아이, 그리고 연구소의 아이들까지. 그들의 미래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우리가 쉬이 넘겨짚어 생각하고 마는 무결한 영웅이 아니다. 로즈는 헤이즐의 유산을 기도했고, 로빈은 피오나에게 불경한 마음을 품었으며, 헤이즐은 그들의 관계를 알면서도 임신을 계획했으니, 이들은 무결한 영웅이기보단 문제적인 개인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아이들을 생각한다. 그들을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기성세대가 저지른 잘못과 과오, 혹은 과거에 발생한 어떤 재난 같은 사건들에 대한 부채감을 느낀다. 이미 낡고 지친 몸을 한, 하지만 여전히 늙지 않은 마음을 가진 그들은 아이들을 위해 움직인다. 이는 미래세대를 위한 숭고한 희생정신이 아니다. 나의 뒤에 남겨진, 길게 늘어져 더럽혀진 발자국을 스스로 치우는, 일종의 책임감이다.

 

그래서 그들은 각혈하면서도 죽음을 택한다. 이는 이미 늙고 병들어버린 육체에 대한 자포자기도 아니고, 미래세대를 위한 숭고한 희생정신도 아니며, 억지로 떠밀려 선인을 행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느끼는 것이, 자신의 세대가 지불해야 할 값을 제대로 지불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거대한 재난 앞에서 인간은 여전히 나약한 개인으로 존재한다. 과거의 지난날에 울고 웃으며, 현재의 재난에 두려움을 느끼며, 즐거움을 위해 마시고 춤추며, 그리고 지난 과오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며. 그렇게 존재한다. 재난이 이 늙은 영웅들에게 갑작스런 사명감을 준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더러운 발자국은 자신이 닦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다만 그들은 계속 흔들린다.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늙지 않기에, 그들은 지난 젊음을 그리워하고 병든 몸이더라도 계속 살아가고 싶어 한다. 살고자 하는 인간의 당연한 욕망과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는 책임감 가운데 인물들은 흔들린다. 흔들리면서도 결국 선택한다.

 

영웅은 그렇게 존재한다. 마구 흔들리면서도, 마구 혼란하면서도.

 

 

[크기변환][돌파구] 아이들(26-0521)_ⓒShin-joong Kim_125.jpg

극단 돌파구 제공 ©김신중, 김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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