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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낭만의 문법을 거부한 멜로드라마 - 뒷자리에 태워줘 [영화]

올해 가장 불편하고 매혹적인 퀴어 영화

by 임지우 에디터
2026.05.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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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퀴어 영화들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종종 ‘얼마나 파격적인가’ 혹은 ‘얼마나 아름답고 금지된 사랑인가’라는 방식으로 소비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콜미 바이 유어네임‘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로맨스를 중심에 둔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아가씨’ 등 폐쇄적이고 제한된 공간 안에서 금지된 욕망과 감정선을 따라가는 작품들도 있다. 물론 퀴어를 소재로 한 영화들 각각의 미학과 의미는 분명하지만, 장르 특유의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 역시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뒷자리에 태워줘>는 꽤나 다른 결의 작품이다. 칸 영화제 각본상을 비롯한 화려한 수상 이력 때문에 자연스레 기대를 안고 극장에 들어섰지만, 초반부의 분위기는 오히려 예상 가능한 방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 시작부터 상당히 노골적이고 섹슈얼한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하자, 필자는 상영 초반부엔 “결국 이 영화 역시 장르 특유의 자극성과 관능성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해리 라이튼 감독은 뒤로 갈수록 클리셰를 비껴가는, 혹은 정면으로 마주하는 장치들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데, 그 설계가 마치 '기분 좋은 놀아남' 이라고 해야할까. 영화는 자극적인 장면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단순한 소비의 대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특히 인상적인 건 두 인물 사이에 존재하는 BDSM적 관계성과 권력 구조를 상당히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점이다. 누가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누가 상대에게 더 의존하고 있는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어떤 방식의 복종과 통제가 이루어지며, 약자가 어떻게 반란을 꾸미는지까지. 고자극 수위를 유지하며 대체로 긴장감 있게 극을 끌고 나가지만, 곳곳에 컬트적인 유머도 숨어 있어 상영관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 안에서 사람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고,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게 되며, 때로는 스스로를 잃어가는지를 꽤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콜린은 말 그대로 ‘모태솔로'. 모든 것이 처음인 사람이다. 연애도, 섹스도, 누군가를 욕망하는 감정조차 서툴다. 그래서 레이를 만난 이후의 콜린은 사랑에 빠진다기보다, 거대한 블랙홀에 통째로 삼켜지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리 멜링이 연기한 콜린은 상대의 말과 행동, 심지어는 시선 하나하나에 흔들리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한다.

 

영화는 그런 콜린의 모습을 단순히 순수하거나 안타까운 청춘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첫사랑이 가진 위험성과 자기파괴적인 면까지도 꽤 집요하게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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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분한 레이는 끝까지 쉽게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다. 그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고, 삶에 작은 영향이라도 끼칠 만한 변수를 제거해가는 사람이다. 스스로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조차 철저히 관리하려는 태도는 때로 차갑고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영화는 레이를 단순한 지배적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 필자는 왜 그가 그런 방식으로 살아오게 되었는지, 왜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도 끊임없이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지울 수 없었다. 어느새 이 관계의 표면적인 구조보다, 그 안에 있는 두 사람의 결핍과 불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콜린의 부모를 둘러싼 서사 역시 기존 퀴어 영화들과는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많은 퀴어 서사에서 부모는 자식의 성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갈등 끝에 이를 받아들이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 속 부모는 처음부터 아들의 동성 연애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소개팅을 주선할 만큼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정작 아들이 사랑에 빠지고, 연인만을 바라보게 되자 부모는 레이라는 인물을 경계하게 되고, 결국 아들의 연애를 바랐던 과거완 달리 두 사람의 교제를 부정하게 된다. 동성애가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사랑의 방식이 갈등의 중심이 된다는 점은 이 영화가 얼마나 클리셰를 비껴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종합해 보면 <뒷자리에 태워줘>는 단순히 퀴어라는 장르 분류 안에 가두기 어려운 작품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를 처음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또 가파르게 성장하는지가, 이 영화가 진짜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콜린이 데이팅 앱으로 새로운 만남을 찾는 결말까지. 첫사랑을 낭만화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세련된 로맨스 영화에 가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불편하고 아름다운 올해의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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