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이고 사랑에 서툰 '콜린'은 우연히 섹시한 바이커 '레이'와 마주친다. 잘생긴 얼굴에 다부진 몸매를 지닌 레이는 눈빛만으로 콜린을 압도하고 자신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태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비밀스럽고 불균형한 관계 속으로 질주한다.
영화는 초반부부터 끝까지 ‘사랑’이라고 정의하기는 힘든 갑과 을의 관계를 보여준다. 두 사람은 이해와 타협보단 지배와 복종, 구속과 순종이란 단어가 그들에게 더 어울렸고 성적인 부분에서는 특히나 강압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콜린은 레이의 세계에 맞춰 변화하기 시작했고, 레이를 향한 욕망은 끝없이 커져만 간다.


영화 <뒷자리에 태워줘>는 북미 개봉 후 로튼 토마토 지수 99%를 기록하며 전 세계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제78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각본상을 비롯 각종 독립 영화제에서 감독상 및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입증하였다.
‘루카 구아다니노’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같은 청량한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성적인 욕망을 노골적이고 파격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야성적이고 관능이 넘치는 가학적인 세계로 당신을 초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지럽고 낯선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건 관객뿐만 아닌 듯하다.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로 약간은 과보호적인 부모님과 함께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콜린은 마치 노예처럼 자신을 부리는 레이의 비뚤어진 세상에 완벽하게 적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하던 그가 레이를 만난 뒤 “그 사람 말이 내가 헌신하는데 소질 있데요”라고 말하며 자신에 대한 장점과 한계점을 알아내기 시작한다.

레이와 콜린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연출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레이와 모든 첫 경험들을 함께하고 싶은 콜린은 그의 뒷자리에 앉아 질주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의 허리를 꽉 안는다. 앞만 보고 달리는 레이와는 다르게 콜린은 그의 등 온도를 느끼고,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에 자신의 손을 비춰보기도 하며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도 로맨틱한 데이트처럼 연출하여 콜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사랑임을 보여준다.
반면 레이의 세상은 어둡고 차갑고 각져있다. 그는 언제나 카메라와 멀리 떨어져 있으며, 직업, 나이 등 자신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콜린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그와 잠자리는 함께 하지만 자신의 침대에 절대 올라오게 하진 않는다.
마치 레이 그가 키우는 강아지를 대하듯 콜린을 조련하고 자신의 생활에 맞게 훈련 시키는 듯하다.

그런 그가 클로즈업 잡히는 몇 안 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콜린의 생일날 그의 소원을 모두 거절해 그를 한껏 실망시키고는 자신이 성관계에 만족하고 나서야 ‘생일 축하해 콜린’이라고 속삭일 때였다.
‘나’의 세상 속 ‘나’에게 취해있는 레이의 캐릭터를 백 퍼센트 혐오하지 못하는 건 그 어떤 인간보다 동물적으로 본능에 가까이 행동하고, 그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놀라운 피지컬과 연기력 덕분이다.
콜린 역을 맡은 ‘해리 멜링’ 또한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두들리 더즐리’ 역으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리고 이후 <퀸스 갬 빗>, <페일 블루 아이> 등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며 아역의 그림자를 지워왔다.
아역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진 외적 변화와 작품 내에서 콜린의 불안과 욕망에 사로잡히는 희열을 섬세한 연기로 그려내고 있어 그의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듯하다.

레이에 대한 콜린의 사랑이 짙어질수록 콜린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레이를 갈망하기 시작한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절대 자신의 얼굴을 보지 말라며 밤에만 찾아오던 에로스의 말을 어기고 등불을 밝히던 프시케처럼 콜린은 금지된 호기심에 폭주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학대하거나 잡일을 시켜서 커진 불만 때문이 아닌 자신에 대한 사랑을 증명받고 싶어 하는 콜린의 탈주가 욕망에 대한 갈증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변화를 주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사랑에 상처받고 그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조금이라도 성장했다면 이 영화의 장르를 ’로맨스‘라고 여겨도 될까? 얽히고설키고 할퀴어진 사랑도 콜린에겐 사랑이었다면 안타까운 마음은 뒤로한 채 그의 마음을 존중해 줘야 할 듯하다.
정답 없는 사랑 속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두 사람의 결말이 궁금해지는 <뒷자리에 태워줘>는 오는 5월 27일에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