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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는 모두 닮아있으니까 좋은 힌트가 될거야 -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 [영화]

마주치는 사람들과 새겨보는 지금의 가치

by 한정아 에디터
2026.05.18 12:56

 

 

지하철 빈 자리가 나길 기다리며 누군가의 앞에 서있다보면, 앉아있는 사람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특히 내 다리가 아플 때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어디서 내리실까? 어디서 타신걸까? 약속 다녀오셨나? 무슨 얘기를 하다가 오신걸까? 이것저것 시덥잖은 상상을 덧붙여보아도, 사실 그 상상의 유효기간은 이 사람이 내 앞에 앉아있을 때 뿐.

 

이 사람이 지금 당장 지하철에서 내려 내 앞에서 사라져도 이 사람만의 삶이 계속 펼쳐진다는 그런 자명한 사실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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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27일에 개봉될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은 내가 그 당연한 사실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준다. 어느 일본의 라멘집에서 우연히 만난 쇼타와 대성. 대성은 쇼타의 사직서를, 쇼타는 대성의 편지를 서로 바꾸어 가져간다.


내 것이 아닌 종이 한 장이 들어왔을 뿐인데, 내가 아닌 누군가의 삶의 길을 잠시 걸어본다. 내 삶 속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대성은 일본에서 할머니와 아이와 함께 생일파티를 하고, 쇼타는 한국에서 대학생들의 공연 뒷풀이 파티에 간다. 그렇게 대성의 출장같은 여행이 시작되고, 대성의 여행같은 출장이 시작된다.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은 여백이 많고 음악이 적은 화면을 건넨다. 굵직한 사건이 스토리를 뒤흔든다거나, 화려한 미장센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거나,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 따위를 주지는 않는다. 무언가 영화같지 않은 영화, 그런데 또 엄청 영화같은 영화를 선사한다. 어떤 형태로든 (감독에 의해서든, 극중 인물에 의해서든) 판단되지 않은 사람들이 온전히 스크린 위에 살아있다.


마음 떠난 애인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대성은, 아들의 생일을 챙겨달라는 쇼타의 부탁을 들어준다. 아빠 쇼타를 그리워하는 료코는 전에 살던 집에 찾아간다.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그 집에서 적적히 살고 있는 할머님은 료코의 온기가 반갑다.

 

짝사랑하듯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세 명은 친구가 되어 료코의 생일파티 자리에 함께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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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그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웃음소리는 깊어진다. 쇼타에 대한 묵힌 불만을 털어놓는 료코의 엄마에게 할머님은 그저 어깨를 한번 쓸어내리신다. 그러고는 주방 너머 맥주를 따르며 파티를 즐기고 있는 료코 엄마의 현 남자친구를 비춘다. 생일은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 그러니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좋아- 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셨던걸까.


청년과 중년, 아이와 노인, 여자와 남자,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전개되는 여행(혹은 출장 혹은 영화)은 타인의 삶과 너무도 닮아있는 우리의 삶을 새겨보는 과정을 훌륭하게 강조한다. 제한시간 안에 답을 써내려야하는 시험 같은게 아니라면, 자세히 보자. 출근길에 안경이 깨져버리고, 결혼 반지를 하수처리장에 떨어뜨려도 괜찮다. 놓아주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마음이 다급할수록 집착을 버리고 느리게 넓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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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은 쇼타의 그리고 쇼타는 대성의 못다한 말을 대신 전해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대성은 아마 쇼타의 사직서를 전달해주는 그 여행 속에서 편지의 외침에 스스로 답했을 것이고. 쇼타는 대성의 편지를 전달해주는 출장 속에서 사직서의 방향을 깨달았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며 료코를 힘껏 껴안는 쇼타를 보면, 더욱 깊은 확신이 생긴다. 흘러가며 마주친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나를 발견하고, 잠시 쉬기도 하고, 또 다시 방향을 찾아 걸어가기도 한다.


쇼타가 정말로 일을 관뒀는지, 그러고는 다시 료코와 아내의 곁으로 돌아갔는지는 모르겠다. 대성의 연애 편지가 연인을 붙잡는데에 성공했는지, 그래서 다시 일본으로 함께 여행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들의 삶을 영원히 쫓아갈 수는 없고, 내가 없어도 그들의 삶은 계속 펼쳐질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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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중요한건 그 다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다. 폭우가 쏟아져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소장처럼,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느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태도. 그러다보면 시간이 지나 팔의 붕대를 풀고 연습을 재개하는 마오처럼, 다시 흐름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게 비록 내가 처음에 생각하던 흐름과 다소 다를지라도. 흘러가는 하수처리장의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 중요하다. 료코가 집에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되돌아가려는 순간 열리는 대문처럼,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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