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이 찾아왔다.
길고 긴 겨울을 지나 잎에서 초록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씨앗들은 저마다 자신을 퍼뜨리기 바쁘고, 사람들도 그 풍경을 마주하러 밖으로 나오기 바쁘다. 나는 이 책을 받아 든 순간, 초록빛의 향연과 "The Springs of Joy"라는 이름, 그리고 누구보다 따뜻한 바깥의 온기를 담은 표지를 보고 당장 돗자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책을 꺼낸 순간 싱그러움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아기자기하고 자연스러운 일러스트들은 왠지 꽃향기와 초록 내음을 뿜어내는 것 같았고, 나는 한강공원에 자리를 잡아 사람들의 웃음소리, 뛰어노는 소리, 그리고 눈앞의 경치와 함께 이 책에 천천히 녹아들었다.
이 책은 이야기책이 아닌, 짧은 구절들이 담긴 책이다. 구절마다 담긴 의미 한 모금, 그림 한 모금,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이 순간의 찰나 한 모금이 더해지니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타샤 튜더는 살면서 큰 기쁨을 안겨주는 일이 생기면, 그게 무엇이든 그림으로 그렸다고 한다. 금방 곁을 스쳐 간 작은 새, 헛간 틈새로 들어오는 한 줄기 햇살, 연못에 비친 풍경의 실루엣처럼. 손자 로라가 은색 고양이를 쓰다듬는 모습도, 윈슬로가 숙녀를 공손히 앉히는 신사적인 모습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그림들 사이사이에는 오스카 와일드, 에머슨, 마크 트웨인처럼 그녀가 사랑한 작가들의 구절들이 담겨 있는데, 읽다 보면 왠지 위로 받는 기분이다.
그 순간들과 이어진 문장들은 더없이 깊고, 그녀의 옛 그림책에서 느껴지던 색연필과 수채화 특유의 온기처럼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따뜻하고 그림 같은 순간들로 가득한지를 느끼게 해준다.
그중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계속 곱씹었던 구절들을 몇 가지 꼽아보았다.
사소한 온기가 주는 행복
어렸을 때는 가장 행복한 순간, 기억에 남는 일들이 대부분 큰 이벤트였던 것 같다. 생일에 받은 깜짝 서프라이즈라던가,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경험이라던가.
그러나 지금 내게 행복을 주는 것들은 대부분 소소한 곳에서 찾게 된다. 가혹한 현실 속에서 그런 소소함이 굉장히 소중하고, 언제 또다시 마주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랄까. 그래서 이 구절이 마음에 남았다.
평소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하나의 미소, 눈빛, 칭찬처럼 사소하게 스쳐가는 것들 속에 담긴 풍부한 온기가 오히려 서프라이즈처럼 다가오는 행복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수그리고, 차가운 손을 꽁꽁 주머니에, 발을 신발 속에 숨기던 겨울을 지나 지금은 조금 고개를 들어 풀들에게도 인사하고 풍경도 바라보게 된다.
조금씩 그런 여유를 찾아서인지 이전과는 세상이 달리 보인다. 현실에서 흔히 말하는 잔혹하고 척박한 세상 속에서도, 지나가는 커플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친구들과 돗자리에서 게임하는 모습들,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서로 보고 꼬리를 흔드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이 장면 전체가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길고 넓게 느껴진다.
드라마나 영화 속 해피엔딩을 장식한다면 딱 이런 배경이 아닐까 싶어,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의 정취에 함께 녹아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따사로운 햇빛이 나를 감싸고, 어느새 졸음이 밀려왔다. 그 문장들과 타샤의 그림들이 한껏 다가와 토닥이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와 잔잔히 불어오는 봄바람에 감싸여 그만 잠들어 버렸다. 그래봐야 30분쯤 잤을까. 눈을 떠보니 해는 어느새 밤을 맞이하려는 듯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사람들은 노을을 감상하는 분위기에 젖어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뛰어노는 아이들과 그 모든 분위기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봄의 정취를 한껏 느끼고 있는 지금, 이 책과 함께 동화책 속 한 아이가 되어보길 바란다.
우리를 둘러싼 소소하고도 따스한 정취가 가슴속 깊이 남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