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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Rock Festival? 樂 Festival! [공연]

록 페스티벌에 중독된 이유

by 이재원 에디터
2026.05.11 12:39

 

 

‘Rock’과 ‘樂’의 발음이 비슷한 것은 참으로 공교로운 우연의 일치이다.

    

여러 가지 대중음악의 장르 중에서도 록은 감상하는 것이 아닌 즐기는 장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특별하게 즐거운 음악을 가감 없이 누리고 뛰어놀 수 있는 록 페스티벌은 음악이 물리적인 공간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향유의 장이다.

 

사실 좋아하는 밴드들의 단독 콘서트를 찾아가기에도 시간과 돈이 부족한데, 왜 우리는 굳이 록 페스티벌에 가서 흡사 농부와 같은 복장으로 땡볕을 견디며 모르는 밴드의 공연을 보고 있는 걸까?

 

 

 

1. 새로운 밴드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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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록 페스티벌은 행사 규모에 따라 2~4개의 무대에서 하루에 10~30개의 팀이 타임 테이블에 따라 공연하는 구성으로 진행된다. 여러 무대에서 번갈아가며 쉼 없이 공연하기 때문에 모든 팀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부지런히 다니면 원하는 만큼 많은 밴드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타임테이블 상 4시 전에 공연하는 밴드들에 주목해 보자. 인지도나 연차 순으로 구성되는 타임테이블 특성상 이른 오후에 공연하는 밴드들은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졌거나 데뷔를 한지 오래되지 않은 밴드들이다. 헤드라이너와 서브 헤드라이너의 유명곡들을 즐기는 것도 당연히 즐겁지만, 새로운 밴드들의 몰랐던 곡을 알아가는 것도 무척 인상적인 경험이다.

 

이런 앞 타임의 밴드들이 해가 갈수록 타임테이블의 후반부로, 메인 스테이지로 승진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록 페스티벌의 한 가지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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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가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나 좋아하게 된 밴드에는 ‘리도어’가 있다. 멤버 네 명의 출중한 실력과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곡들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공연을 본 그날부터 바로 곡을 찾아들을 정도로 반하게 된 밴드였다.

 

새로운 밴드를 발굴하기 보다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를 무한 재생하는 나와 같은 타입의 리스너들에게 록 페스티벌은 우연히 마음에 들어온 밴드와 함께 취향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확신한다.

 

 

 

2. 잔디밭에서의 소풍, 그런데 이제 음악을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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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콘서트와 달리 록 페스티벌은 대부분 넓은 공원 부지에서 열린다. 스테이지 앞의 스탠딩 존과 그를 둘러싼 피크닉 존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데, 피크닉 존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소풍처럼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F&B 존에서 음식과 생맥주를 사서 돗자리에 앉아 노래에 맞추어 발가락을 까딱거리는 여유는 피크닉 존의 전유물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록 페스티벌의 상징 음식은 김치말이 국수이다. 스탠딩 존에서 땀 흘린 뒤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를 먹어주면 열도 식힐 수 있고 탄수화물 충전으로 기운이 나는 느낌이다. 맛있는 음식, 취향이 맞는 친구, 밴드 라이브 공연의 삼박자가 갖추어진 록 페스티벌의 소풍은 분명 주말을 보내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3. 현실 따위는 잊어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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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팔찌를 수령하고 페스티벌의 현장으로 합류하는 순간 관객들은 공연장 밖의 현실과 분리된다. 사방에서 쉴 새 없이 음악이 흘러나오고 온통 즐기러 온 사람들뿐인 이 공간에서는 모두가 록을 좋아하고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든다.

 

페스티벌에서 관객의 유일한 의무는 안전하게 무대를 즐기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의무, 해야 하는 일은 페스티벌의 관할이 아니다. 솔직히 일요일 저녁 공연 때는 다음날 현실을 걱정하며 헤드 공연이 끝나기 전에 귀가하거나 체력을 아끼면서 타협하지만, 적어도 공연을 보며 뛰고 있는 순간에는 다른 생각을 안 하고 즐기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노는 순간에도 머릿속이 걱정으로 차있다면 그것은 티켓값 낭비일 테니까 말이다.

 

페스티벌에 다닐수록 진정으로 숙련된 페스티벌 관객은 준비물을 잘 챙기는 사람이나 숙련된 슬래머보다는, 무대를 보는 순간에 오롯이 무대를 즐기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즐기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모순적이지만, 나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은 순간을 즐기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록 페스티벌을 다니며 현재에 몰입하는 경험을 많이 하고 나면 언젠가 나도 '지금'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지 않을지 기대해 본다.

 

 

 

마치며


 

혹시 이 글을 읽고 록 페스티벌에 흥미가 생겼다면, 우선 알고 있는 가수가 많이 출연하는 페스티벌을 기준으로 도전해 보면 입문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와 돗자리를 챙긴 뒤, 특히 여름~초가을의 페스티벌이라면 반드시 목뒤까지 덮는 모자와 팔 토시를 챙겨 농부 룩(look)을 완성해 주고 편의점에서 열을 식힐 돌얼음을 사 가면 완벽하다. 그렇게 록 페스티벌에 오게 된 당신과 나는 어쩌면 같은 스탠딩 존에서 함께 뛰고 슬램을 하며 몸을 부딪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얼리버드 티켓이 너무 빨리 매진되면 곤란하니 다들 천천히 입문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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