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매일 소중한 오늘을 노래하는 우리는 [공연]

오월오일 단독 콘서트 <WISH>
글 입력 2023.03.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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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가 황홀한 이유는 사랑을 열정의 형태로 내뿜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는 것은 그래서 매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그렇다면 좋아하지 않는, 정확히 말하자면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밴드의 콘서트에 다녀왔을 때는 어떨까.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갔을 때처럼 즐거울 수 있을까.

 

나는 어제(12일) 있었던 밴드 오월오일의 단독 콘서트 Wish에 다녀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월오일은 친구가 좋아하는 밴드다. 나는 친구가 좋아하는 멤버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그들의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친구가 표를 2장 예매해준 덕분에 콘서트에 갈 수 있었지만 내심 잘 즐길 수 있을까, 팬과 가수의 공간에서 내가 민폐가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제목이라도 알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 친구가 추천해준 곡들을 속성으로 듣고 가장 최근에 발매한 싱글을 반복재생해두며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공연은 즐거웠다. 관객 유도에 능숙한 보컬과 유난히 말이 없었던 기타, 장난스러운 표정의 신디사이저가 조명 아래에서 색색으로 빛났다. 핵심 리프 정도만 흥얼거릴 줄 아는 나의 옆에서 친구는 잔뜩 웃고 소리질렀다. 그런 친구를 위해 나는 2시간 내내 멤버들의 영상을 찍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이 사람이 행복할 수 있도록.

 

공연이 끝나고 아쉬워하는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긴 대화를 나누었다. 그 내용을 옮겨 보자면 아래와 같다.

 

 

내 프로젝트.jpg

    

 
오늘 공연은 덕분에 정말 즐거웠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밴드를 영원히 몰랐을 수도 있다. 정말 감사한다. 너는 밴드 오월오일을 어떻게 알고 좋아하게 되었나.
 

 

오월오일은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이라는 경연 프로를 우연히 보다 알게 됐는데, 멤버 전원이 모두 음악을 전공하지 않고 독학으로만 음악을 하고 있다는 부분에서부터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오월오일은 프로 초반부터 최약체 팀으로 인식되었고, 또 비전공자로서 다소 불리한 미션들이 있었음에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점차 좋아졌던 것 같다. 오월오일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솔직함과 매 순간 모든 무대를 소중해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무대 위에서 행복해하는 멤버들의 얼굴을 볼 때가 가장 기분이 이상하다. 이렇게 좋아해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안 그래도 오늘 다들 정말 행복해 보이더라. 나도 페퍼톤스를 오랫동안 좋아해오면서 느낀 거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환하게 웃을 때는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해진다. 특히 팬들에게 의미가 있는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모두 같이 웃고 있을 때면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만들어진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오월오일의 노래는 무엇인가.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서 3라운드 미니 미션(패자부활전) 때 부른 ’Last Dance’라는 곡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오월오일을 좋아하게 된 이유라고 말할 수 있는 곡이다. 3라운드 미니 미션은 30분 만에 기타 하나만 사용하여 주어진 메인 기타 리프가 들어간 곡을 완성해야 하는 미션이어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오월오일 멤버들에게는 매우 불리한 미션이었다. (곡은 완성했지만 기타 리프와 곡의 코드가 맞지 않다는 걸 리허설 때 깨달아서 결국 메인 기타 리프를 연주하지 못했으나 팀리더(심사위원)의 선택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진정성 있는 가사, 멜로디가 마음에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아 늘 유튜브 영상으로 자주 들었는데, 이번 단독 콘서트 ‘Wish’에서 드디어 라이브로 듣게 됐다. ’Last Dance’를 방송에서 처음 들었을 때보다 라이브로 들었을 때 감동이 배로 느껴졌는데, 오죽하면 나도 오월오일 멤버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느끼고 겪지 못했으나, 그들이 느끼고 겪었을 감정에 감히 공감할 수 있었다. 정말로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번 공연에서 기타(장태웅)가 “사실 그 무대 올라갈 때 정말 부끄럽고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라고 했는데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연주할 때 행복해할 수 있는 곡으로 변할 수 있길 바란다.

   

 
나도 그 멘트가 기억이 난다. 잘은 모르지만 정말 고생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팬들에게는 그만큼 더 의미가 있는 곡이겠다. 그런 곡을 연주하길 꺼려한다면 팬들에게는 사실 큰 아쉬움이지 않나. 오늘 공연에서 팬들이 많이 행복해했으니 그 좋은 기억으로 부끄러운 기억을 덮을 수 있다면 좋겠다. 공연은 사실 그런 의미인 것 같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노래를 부르고 웃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서로에게 엄청난 에너지가 된다. 너는 오월오일의 공연에서 어떤 점이 네게 살아갈 힘을 주는 것 같은지.
 

 

이건 하나만 꼽을 수는 없는 것 같다. 크게 꼽자면 팬들과 소통을 매우 잘 해준다는 점과 무대할 때 항상 행복해하는 표정을 짓는다는 점에서 공연 보러 다니는 맛이 있다. 모든 팬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아티스트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같이 즐겨야 좋은 공연이 된다는 보컬(류지호)의 말에 백 번 공감하는 입장이다. 보컬(류지호)이 무대를 할 때마다 어떤 분위기의 노래든 늘 팬들과 눈을 맞추고, 제스처를 크게 하고, 팔을 많이 사용하는데(어떨 땐 방방 뛰어다닌다) 그 제스처들이 더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오월오일의 무대는 같이 즐기고 싶고, 더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멤버들의 마음이 잘 보여서 좋다. 데뷔 후 단독 콘서트가 총 세 번 열렸고, 그중 두 번째와 세 번째 단독 콘서트를 다녀왔는데 팬의 입장으로서 처음 갔던 두 번째 단독 콘서트보다 세 번째 단독 콘서트가 더 알차고,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게 눈에 보였다. (물론 두 번째 단독 콘서트가 좋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먼저 알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 같다.

   

 
맞다. 같이 즐겨야 좋은 공연이 되고, 서로의 행복한 눈빛을 보고 있으면 이런 것 때문에 하루를 버텨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오월오일이 관객의 호응 유도에 굉장히 능숙하다고 생각했다. 밴드 멤버들이 다들 말도 잘 하고, 커버곡 등 가사를 잘 모르는 곡을 할 때에는 관객에게 멜로디를 알려주는 것도 인상 깊었다. 특히 팬서비스가 유난히 좋더라. 눈도 많이 마주쳐 주고 관객 사이로도 다니고. 이런 밴드의 성장을 가장 먼저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단독 콘서트가 더 좋았다고 했는데, 그러면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무엇이었나.
 

 

이번 공연에서는 인트로를 편곡한 곡들이 많아서 그런가 유독 기억에 남는 곡들이 많았는데, 공연을 보고 나올 때면 늘 ‘노란세상’이라는 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아님에도. 보통 셋리스트 중간이나 중후반에 들어가는 노래인데 오늘은 마지막 앵콜곡이었다. 팬들이 먼저 떼창을 하고, 그다음에 기타 연주가 들어갔다. 그리고 보컬(류지호)이 팬들과 같이 노래를 불렀고, 그렇게 같이 후렴을 두 번 반복해서 부르다가 편곡한 인트로를 연주했다. 그 순간에는 ’연주하다‘가 아니라 ‘펼쳐지다’로 다가왔다. ‘노란세상’은 늘 인상 깊지만 몰래 숨어서 펼쳐보는 일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노란세상’이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선언 같기도 했고 포효 같기도 했다. 무언가 성장함을 느꼈다. 그게 나인지, 오월오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몇 번이나 들었던 노란세상과 오늘의 노란세상은 다른 세상이었다.

   

 
나도 그 곡은 기억난다. 사실 내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들은 오월오일의 노래가 바로 ‘노란세상’이다. 팬들의 무반주 떼창은 언제나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러면 앞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은 그것보다 배로 좋지 않을까. 그런 시너지들이 모여 다른 세상을 만든 것 같다. 다들 행복해 보이더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2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 킬링 포인트가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이것도 하나만 꼽을 수 없다. 이번 공연은 멤버들끼리의 멘트 티키타카도 너무 좋았고, 보컬이 관객석으로 내려와 돌아다니며 무대를 진행한 것도 좋았다. 곡 대부분의 인트로를 평소와 달리 편곡해 연주한 것도 좋았고, 자신들의 곡이 아닌 다른 가수의 곡을 커버해 들려준 것도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앵콜곡이었던 ‘노란세상’ 아웃트로 때 기타(장태웅)가 우는 모습을 보였는데, 자주 울먹이긴 했어도 이번 공연처럼 우는 모습은 처음 봤다. 곡이 끝나고 나서 보컬(류지호)이 기타(장태웅)를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 단독 콘서트에서는 첫 하이터치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너무 떨어서 그런지 멤버들에 대한 기억보단 높아졌던 심박수 느낌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멤버들을 코앞에서 보고 손까지 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잊지 못할 기억이긴 하다.

   

 
맞다. 난 그때 정말 깜짝 놀랐다. 기타가 너무 많이 울더라. 그렇지만 행복해서 우는 울음인 것 같아 마음이 좋았다. 내가 팬이었다면 같이 울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이터치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도 하이터치가 처음이었는데, 멤버들 모두 너무 따뜻한 눈으로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며 손을 잡아줬다. 진심으로 감동이었다. 이제 곧 집에 가면 이 대화를 글로 옮길 텐데, 마지막으로 오월오일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월오일을 ‘영업’ 하자면.
 

 

오월오일의 노래를 들으면 동심을 찾을 수 있다. 아마 여름과 초록을 좋아하는 사람은 오월오일을 좋아하지 않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 오월오일은 20대의 동화를 연주하고 부른다. 인디밴드 판에서 보기 드문 순수함을 가진 청년들이다. 보컬의 음색은 독특하고, 가사 하나하나에 많은 공을 들인 티가 난다. 모든 노래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건,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월오일은 모든 노래에 진정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멤버들이 다정하다.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자꾸만 기대하게 되는 밴드. 일단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오월오일을 좋아하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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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는 제 3의 시선을 가지기 쉽지 않다. 내 앞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가슴은 벅차오르고 숨은 가빠지지만 끝까지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 공연장의 존재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감사하게도 제 3의 시선에서 어제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는 친구의 눈에서는 별이 빛났고, 무대 위의 밴드는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내 앞뒤옆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찬 비명을 질렀고 조명은 색색으로 변하며 모두의 위에 공평하게 내려앉았다.

 

오월오일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멘트는 ‘매일 소중한 오늘을 노래하는 우리는 오월오일’이다. 오월오일은 내 친구의 오늘을,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오늘을,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던 나의 오늘을 소중한 기억으로 칠했다. 그것이 내가 처음 보는 밴드의 공연에 다녀와 글을 쓰고 있는 이유다. 나는 내 친구를 사랑해서 그가 사랑하는 것들을 함께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어제 내 친구가 오월오일을 사랑하는 이유를 몇 번이고 체감했다. 그래서 오월오일은 이제 내게도 각별하다. 오월오일에 대한 오늘의 사랑이 내일의 음악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 본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명함.jpg

 

 

[김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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