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의 로고는 늘 그들의 컴백에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앨범을 소개하는 가장 첫 번째 일정으로 10~30초 정도의 로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앨범의 컨셉과 메시지를 각인시킨다.
동시대 케이팝이 로고를 다루는 방식은 다양하다. 뉴진스의 경우, 로고의 형태는 항상 바뀌지만 톤을 통일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자 한다. 에스파나 엔하이픈 모두 다양한 컨셉을 시도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에스파는 로고의 형태와 톤이 모두 적극적으로 바꾸고 엔하이픈은 로고의 변형이 거의 없는 방식을 택한다.
르세라핌의 경우 특히 심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역대 로고를 살펴보아도 가운데를 기준으로 선들이 교차한다는 심볼의 규칙을 꾸준히 유지한다. 이 규칙은 유지하면서 질감과 톤을 앨범 컨셉에 맞게 변형해왔다. 그 변화를 하나씩 살펴보자.
LE SSERAFIM
독일 ‘iF Design Award 2023’에서 본상을 받은 로고이다. 심볼은 ‘IM FEARLESS’와 ‘LE SSERAFIM’을 연결하며 존재 자체로 르세라핌의 메시지와 이름을 연결해 준다. 더불어, 고딕체와 흑백의 대비를 사용하여 이들의 메시지가 선언처럼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르세라핌의 메시지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연대’라고 생각한다. 르세라핌은 본인들의 자신감만 내세우지 않는다. 르세라핌이 트레일러에서 3개 국어 더빙을 계속하는 이유가 이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수록곡들을 통해 입체적인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함께 번개를 쫓자’, ‘나도 힘들지만, 너도 그렇겠지.’라고 앨범 첫 트랙에서 직접 청자에게 말을 건다. 심볼의 교차하는 선들이 이들이 말하는 ‘연대’의 가치와 맞물려, 르세라핌의 커리어가 진행될수록 더 인상깊게 다가온다.
ANTIFRAGILE
‘Do you think I’m fragile?‘이라고 물어보며 시련을 마주할수록 더 성장하고 단단해지겠다고 각오를 담은 앨범이다.
메시지를 시각화하기 위해 일본 도자 기법 ‘긴츠기’를 가져온다. ‘긴츠기’는 깨진 도자기 조각을 옻칠로 이어 붙이고 금이나 은 등의 가루로 장식하는 일본 도자 수리 기법이다. 완벽했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변형된 상태를 받아들이며, 깨짐 자체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이 기법은 불완전함, 덧없음, 미완성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와비사비 정신’에 기반한다. 대칭 속 비대칭을 담은 기존 심볼의 철학과도 연결점을 지닌다.
< ANTIFRAGILE >에서는 자신의 단단함만을 내세우기보다 깨짐과 불완전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더욱 견고해지겠다는 철학을 심볼로 구체화한다. 이를 통해 음악적 메시지와 시각적 상징은 하나의 서사로서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CRAZY
< CRAZY >는 처음으로 기존 로고의 비례와 형태를 과감히 벗어난다. 기존의 절제된, 미니멀한 로고 시스템에서 벗어나 심장에 번개가 관통한 듯 폭발하며 선들이 튀어나온다. 스파크가 튀는듯한 이미지는 자연스레 클럽/전자 음악을 연상시키며 타이틀곡 < CRAZY >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기존에 르세라핌이 내세우던 당당한 자신감을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걸 믿고 미쳐보겠다’라는 선언을 위해 로고는 번개와의 만남을 선택한다.
PUREFLOW
이번 앨범은 < EASY CRAZY HOT > 삼부작을 끝내고 돌아오는 새로운 챕터이다. 타이틀곡 < CELEBRATION >은 두려움을 마주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나아갈 힘을 얻게 된 순간을 축하하는 곡으로, 누구나 각자의 순간에서 스스로 축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로고 애니메이션에서는 유기적인 형태와 자연스러운 색상이 눈에 띈다. 로고는 수채화물감이 퍼지는 듯한 효과로 표현되며 역대 르세라핌 로고 중 가장 부드러운 이미지이지 않나 싶다. 트레일러도 그렇고 로고 심볼에서도 부드럽고 감동적인 무드를 가져간다고 느꼈는데, 티저 영상을 보니 꽤 신나는 EDM/테크노 계열인 것 같다.
새로운 챕터에 접어든 르세라핌이 이번에 던질 메시지는 무엇일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