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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깨끗한 거짓, 더러운 진실 - 당신은 무엇을 믿겠습니까? : 연극 ‘빅 마더’ [공연]

진실은 있었다, 다만 아무도 믿지 않았을 뿐

by 정가은 에디터
2026.04.10 10:40

 

 

오늘 당신이 스크롤한 쇼츠, 흘려들은 뉴스, 누군가 공유한 기사, 알고리즘이 골라 올린 영상들. 그중 ‘진짜’는 몇 개나 될까. 세상에는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음모론이 떠돌아왔다.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는 자극을 먹고 퍼지고, 사람은 그것을 소비하며 다시 확산시킨다. 그러나 AI와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훨씬 더 흐려졌다. 가짜 영상과 음성은 현실과 점점 더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이를 향한 반응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로지른다.

    

한 번쯤은 이런 이야기를 접해봤을 것이다. 어쩌면, 그중 일부를 진실이라 믿어본 적도 있었을 것이다. 정말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사실’이라 믿었던 것들 역시, 정교하게 설계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연극, '빅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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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빅 마더'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대선을 앞둔 미국. 현직 대통령의 성추문 영상이 공개되며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뉴욕의 탐사 기자들은 영상의 진위를 추적하던 중, 사건 뒤에 ‘보이지 않는 조작 시스템’이 존재함을 감지한다. 사건은 단순한 정치 스캔들을 넘어 거대한 시스템과의 충돌로 확장되고,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권력 사이의 추격이 시작된다. - '빅 마더' 시놉시스


연극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다. 권력도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다.


용기 있고 양심 있는 기자들은 결국 진실을 폭로한다. 추악하고 더러워서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그들이 지켜온 각자의 무언가와 맞바꾸며 세상에 내놓는다. 그러나 결말은 그들의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 진실의 반대편에 있던 사람이 웃으며 무대를 떠난다. 대중들은 무엇을 믿었는가. 아니, 무엇을 믿지 않았는가.

 

그들이 끝내 외면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기꺼이 선택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진실은 있었다, 다만 아무도 믿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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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폭로되는 순간에도 눈을 돌리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무너지길 원하지 않는 믿음을 끝까지 붙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듣고 싶은 말만 건네는 언론도 있다. 그들과 맞서 무대 위 인물들이 싸우는 동안, 나는 관객석에 앉아 내가 어떤 정보에 웃고, 무엇에 분노했는지, 또 어떤 것을 의심 없이 공유해왔는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무대는 100분 동안 58개의 장면이 쉴 새 없이 교차한다. 시간적으로는 현재와 과거가 뒤섞이고, 공간적으로는 뉴욕의 편집국에서 호텔, 사무실까지 종횡무진 오간다. 등장인물도 적지 않다. 기자들을 중심으로 정치인, 기업인 등 사회 전방위적인 인물들이 얽히며 사건을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호흡과 긴박한 전개 덕분에 어느덧 무대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다.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 중 일부를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잡아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생중계로 송출한다. 내 눈앞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배우를 볼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담아내는 화면을 볼 것인가. 둘 다 진짜다. 그런데 어느 쪽이 더 흥미로운가. 저 영상은 정말 실시간인가. 고민하는 사이 또 장면이 넘어간다.

 

연극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것도 이 작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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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진실과 깨끗한 거짓. 당신은 무엇을 먼저 보고, 무엇을 믿고, 어떤 이야기에 반응할 것인가. 우리는 스스로 사고하고 있다고 믿지만, 어쩌면 이미 정해진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공연장을 나선 뒤에도 한참 따라온다.

 

광화문. 구호가 울려 퍼지고, 진실과 거짓이 뒤엉키며 수많은 이야기들이 겹쳐온 그 자리 한가운데, 이 공연장이 놓여 있다.


연극 '빅 마더'는 4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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