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루이 다비드, 마라의 죽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는 남자의 가슴에는 칼에 찔린 상처와 핏자국이 있다. 왼손에는 꼭 쥔 편지, 오른손에는 깃펜을 들고 탕에 몸을 비틀어 누워 있는 남자.
역사와 배경지식 없이 보면 그저 안타깝게 죽은 사람을 그린 그림으로 보인다. 묘하게 풍기는 성스러움 덕에, 어쩌면 종교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이다.
어린 시절,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마라의 죽음〉의 역사적 배경 일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사실 이 그림은 프랑스 혁명의 주요 인물 중 하나였던 ‘장 폴 마라’가 이상화되어 있는 추모화로, 당시 프랑스 혁명의 일원이었던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렸다.
그는 마라를 순교자가 연상되는 모습으로 그렸다. 정치적으로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때 역사를 알고 보면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처음 느꼈다.
〈위험한 그림들〉 역시 그림에 역사를 더해 세계사를 체계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위 그림을 그린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 역시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의 신고전주의적 면모를 명확히 보여주는 〈소크라테스의 죽음〉부터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을 담백하게 그린 〈단두대로 향하는 마리 앙투아네트〉, 그리고 몰락을 함께한 ‘나폴레옹’을 다룬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그 유명한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까지 역사와 함께 알아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다양한 세계사를 시간 순서대로 아우른다. 그림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무려 선사시대 벽화부터 시작한다. 고대에 일어났던 로마 대화재, 초기 근대 마녀사냥, 근대 수송기관 증기기관차…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마치 도슨트와 함께하는 미술관 투어 같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전쟁과 전투에 관한 이야기가 돋보였다. 먼저 로마 공화국 내전이었던 ‘제3차 노예대전’이다. 검투사였던 스파르타쿠스를 중심으로, ‘드니 푸아이에티에’의 〈스파르타쿠스〉 조각을 통해 그의 결연한 눈빛과 단단한 체형을 보여주고, 검투장을 그린 여러 그림을 통해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는, 죽어가는 검투사들의 인권을 깨닫게 한다.
쥘 외젠 르네프뵈, 갑옷을 입은 오를레앙성의 잔 다르크
훈족의 로마 침공과 살라딘의 십자군 격퇴를 거쳐, 이번에는 잔 다르크가 참여한 ‘백년전쟁’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파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은 참 극적인 생애와 비극적인 결말을 좋아한다. 최근 사례를 들자면 기어코 천만을 돌파하고 천육백만을 목전에 둔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그렇지 않은가. 정통성이란 극적인 생애와 타의에 의한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결말.
‘잔 다르크’의 생애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했다. 양치기 소녀로 태어나 ‘신의 계시’를 통해 군인이 되었다. 여러 전투를 거치며, 부상마저 딛고 전쟁 영웅이 되었다. 역사라기보다는 판타지 소설에 가까운 날들을 거쳐, 정치적 싸움에 의해 이단이자 마녀로 몰려 억울하고 가여운 결말을 맞기까지. 〈위험한 그림들〉에서는 이런 잔 다르크의 삶을 여러 그림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쥘 외젠 르네프뵈’의 그림이 돋보였다. 〈양치기 소녀 시절 잔 다르크〉에는 성 미카엘이 잔 다르크에게 검을 건네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어서 〈갑옷을 입은 오를레앙성의 잔 다르크〉다. 그림에서 그녀의 주변은 온통 전투로 초토화되어 있다. 그러나 캔버스의 중앙, 검과 깃대를 들고 있는 잔 다르크는 강하고, 차분하고, 성스러워 보인다. 쥘은 잔의 마지막도 그렸다. 이 책에서는 〈화형당하는 잔 다르크〉와 함께 희생양이 된 잔 다르크가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얼마나 굳세고 신앙에 가득 차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김수운’의 〈천조장사전별도〉와 함께 알아보는 임진왜란에서의 ‘흑인 용병’과 ‘원숭이 기병(!)’ 이야기, 미국 독립전쟁, 앞에서 소개했듯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과 살펴보는 프랑스 혁명 전쟁과 나폴레옹 전쟁, 이어서 양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현실까지. 어쩌면 세계사란 싸움의 역사인 것일까.
현재 여러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 속 전쟁을 다시 바라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느낀다.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들 하지 않나.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가 향해야 할 길이 어디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만약 리뷰를 통해 호기심을 느낀 경우에는 이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 소개한 그림은 전체의 십분의 일도 채 되지 않는다. 20개의 이야기와 무려 100장에 달하는 그림은 지루할 틈 없이 몰아친다.
생생한 역사 현장으로 들어가고 싶은 독자라면, 오늘은 〈위험한 그림들〉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