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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그날에>는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강제 동원되어 노동에 시달리다 죽은 남편 (강철규)를 잊지 못하고 기다리는 아내 (한순희)의 이야기이다.

 

유복자를 키우며 남편을 한순간도 잊지 않기 위해 ‘한순희’는 매일매일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며 자신의 기억 속에서 만난다. 하지만 둘만의 기억이 남겨진 고향 땅은 수몰 예정이고, 그녀의 기억 또한 점점 희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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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그날에>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겪은 비극을 한 인간의 삶과 기억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기억 속 인물과 현실의 인물들이 서로 자유롭게 교차하며 극이 전개된다.

 

‘2026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대회’의 글에 따르면, 기억과 현실을 오가는 인물들을 위한 무대를 구현하기 위해 무대의 개방성과 외로운 섬과 같은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다고 한다.

 

 

 

노년의 의식 위를 걷는다


 

서사는 과거와 현재, 실재와 환상을 오가는 입체적 구조를 취한다.

 

특히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는 노년의 ‘순희’의 머릿속을 따라가며 그녀의 내면을 시각화한다. 장면이 갑작스럽게 과거로 전환되는 순간들은 치매를 겪는 노년의 의식 흐름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느껴진다. 주변에 비슷한 노년의 가족이 있는 관객이라면 ‘순희’의 머릿속을 따라가는 과정에 공감하며 몰입하게 될 것이다.


작품은 거대한 역사를 나열하기보다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감정을 풀어내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근현대사의 아픔을 노년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판타지적 기법으로 풀어내, 극의 무게감을 조절하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잊는다는 것, 보내준다는 것


 

연출가는 “죽은 남편을 고통스럽게 기억하려 하지만 결국에는 신의 축복인 망각의 순간에 눈부신 그날을 맞이할 수 있다는 역설이 존재함을 담았다."라고 말한다.

 

극 중 ‘순희’는 남편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희망을 붙들고 TV 앞을 떠나지 못한다. 이 기다림은 ‘순희’의 사랑을 드러내는 동시에 본인을 과거에 가두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망각은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는 슬픔이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존재를 놓아주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기억이 빛바래져 가는 순간이야말로 ‘순희’가 마주한 ‘눈부신 그날’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기억으로 비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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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극단민예' 인스타그램

 

 

다만 ‘순희’의 내면 묘사에 집중한 나머지, 그와 관계를 맺는 주변 인물들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진 점이 아쉽다. 역사적 비극 속 다양한 시선을 지닌 인물들이 전형적으로 묘사된 것은 주인공의 감정선을 부각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입체적인 인물 구성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눈부신 그날에>는 기억이라는 주관적인 렌즈를 통해 역사의 아픔을 그려내며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사랑을 지속하고 마무리하는지를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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