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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서서울, 지금 호흡 중 [미술/전시]

뉴미디어로 숨 쉬는 금천구, 서서울미술관 방문기

by 김수민 에디터
2026.03.27 10:04

 

 

2026년 3월 12일 개관한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은 서남권 첫 공립미술관으로, 뉴미디어 아트 특화 미술관이다. 뉴미디어 관련 전시와 연구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미래 예술 인재를 양성하는 예술 교육을 중점에 둔다. 또한, 서남권 지역 중심 지속적인 지역 문화 연구를 기반으로 가시화되지 않은 다원적 쟁점과 실천 방안을 모색하여 지역 네트워크를 확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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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울미술관의 위치는 꽤 흥미롭다. 금천구청과 초등학교 사이에 자리 잡아 주민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공간의 외장에 사용한 스테인리스를 소재는 주변 환경을 흡수하고 상호작용을 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다.


전반적인 공간의 마감 역시 개방성과 유동성을 강조한 인상을 주었다. 스테인리스의 굴곡진 형태는 주변 환경을 비출 뿐 아니라 이미지가 계속 움직이는듯한 효과를 자아낸다. 그리고 공간의 외관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주황색 천과 가로등에 달린 모빌 또한 바람을 형상화하며 날씨에 따라 늘 다르게 움직이는 요소이다.

 

 


86세 K-POP 아이돌, 해적이 되어 착륙하다


 

얄루, <신인호 랜딩>,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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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루 작가의 <신인호 랜딩>은 서서울미술관의 SeMA 프로젝트 V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신인호 랜딩>에 나오는 신인호 할머니 (작가의 외할머니)는 작품에서 86세 K-POP 아이돌이자 데이터 뱅크를 침략하는 ‘할머니 해적’이다. 작품에서 신인호가 서서울의 시공간적 데이터 위에 착륙하며 생성하는 다성적 오페라는 과거 산업지구에서 현재 IT 첨단 기술 플랫폼으로 변모한 서서울의 장소 특정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미디어 아트로 흥미롭게 구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신인호라는 노년 여성의 신체는 ‘완벽한 최적화’의 논리에 저항하는 장소로 확장한다.

 

작가는 우주선과 해적선 그리고 오래된 데이터 센터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동시에 하나의 신체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변하는 코르텐 강판을 LED 패널의 지지 구조로 사용한 점에서도 이러한 의도가 선명히 드러난다.


작가는 신인호 할머니가 본래 취향이 아닌 꽃무늬 옷을 고르는 모습을 보며, ‘꽃무늬’를 할머니 소셜에서 중요한 사회적 무장이라고 읽었다고 한다. <신인호 랜딩>에서 꽃무늬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꽃무늬와 생성형 인공지능을 연결한 접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몸들이 만드는 호흡


 

개관특별전 세마 퍼포먼스 «호흡» 오현택, <포옹>,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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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은 신체적 접촉이 점차 낯설어지는 시대에서 몸이 닿을 때 발생하는 감정, 힘, 충돌을 탐구한다. 무리를 이루는 신체들이 만들어내는 보호와 피보호, 위로와 억압, 친밀함과 거리감을 드러낸다.


작품 속 신체는 무리를 이루다가 한 명씩 떨어져 나가며 부드럽게 감싸 안는가 하면 서로 거칠게 밀쳐내기도 한다. 이는 가족과 가벼운 스킨십보다 만원 지하철에서 타인과 밀치고 환승하는 순간이 더 익숙한 나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깊은 고민을 나누는 친구보다 생판 모르는 타인과 더 가깝게 부대끼는 현실을 통해 따뜻한 포옹보다 불쾌한 밀착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일상을 파고든다.

 

 

 

리듬이 관계가 되는 순간


 

개관특별전 세마 퍼포먼스 «호흡» 조승호, <송캠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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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캠프>에서 작가는 음악을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마주치는 사건과 관계성에 주목한다. 한자리에 모인 음악가들이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개인의 리듬이 공동체적 경험 속에서 변주되는 시간과 공간을 관객과 나눈다.


나선형 계단이 있는 중정에서 진행된 이 라이브 퍼포먼스는 감상하던 관객에게 악기를 쥐여주며 일시적으로 공동체를 이룬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계단에서 중정을 둘러싸고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경험 자체가 장소의 우연성과 맞물려 인상적으로 다가온 시간이었다.


 

 

첫 호흡, 여기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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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관특별전은 규격화된 동선을 따르지 않고 장소 특정적인 우연성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다만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내부 설계가 이루어졌는지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기존 전시장과 큰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 공간 배치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공간 디자인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느껴진다.


그럼에도 동시대성을 가진 작품들을 원하는 이들에게 서서울미술관의 개관특별전을 적극 추천하며, 앞으로 뉴미디어 아트에 대한 흥미로운 시도들이 서서울미술관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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