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행위로서의 예술 Ep.2 [미술/전시]

글 입력 2023.05.2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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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아트는 과정, 개념미술로서 작가의 예술 표현방식과 개념을 중시히며, 평면의 캔버스에만 회화, 조각을 제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작가의 신체와 움직임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수행성, 즉흥성이 강조되는 예술이다. 20세기 중반부터 공연예술계에서 '퍼포먼스'의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하며, 규정된 형식들의 경계가 흐려졌고, 각 분야는 하나의 새로운 영역으로 탄생하거나 발견되어 '퍼포먼스 아트'의 개념으로 등장한다. 이는 곧, 현존하는 예술 형태들의 한계를 성찰하고 동시에 극복하려는 요구와 결합된 것이다.

 

퍼포먼스 아트의 대표적 사례로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도발적인 행위예술을 선보인다.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란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유년시절의 기억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말을 꺼냈다. 그녀는 파르티잔으로 활동하는 부모님과 세르비아 그리스도 정교회 대주교였던 할아버지로부터 정치이념 및 종교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

 

또, 어머니의 군대식 훈육으로 인해 압박 받았던 그녀는 죽음과 고통, 두려움, 한계를 신체로 표현하는 상징적 퍼포먼스에 이어 자신의 신체에 위험과 고통을 가하는 자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토마스의 입술 (1974년)>


 

유년시절 전쟁과 학살, 폭력, 정치적 이념에 대한 대립을 목격하며 자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상징인 빨간 별 모양을 자신의 배에 유리병으로 긋는 행위를 보여주었다. 피가 흐르는 자신의 몸을 차가운 얼음 아래로 이끌어 고통을 감내하고, 얼어붙은 등에 채찍질을 하는 등, 자신의 민족과 국가가 행한 만행의 책임을 자학적인 행위예술로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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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0 (1974)>


 

<리듬0(1974)>는 그녀의 작품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위험한 작품이자, 행위자와 관객 사이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이다. 그녀는 전시를 시작하기에 앞서, 관객이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안내와 함께 6시간 동안 수동적인 역할로 존재했다. 대중이 자신에게 물리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든 사용할 수 있는 72개의 물건을 탁자 위에 비치했다. 그 중에는 장미, 깃털, 꿀, 채찍, 올리브 오일, 가위, 메스, 총, 한 발의 총알 등 즐거움 또는 고통을 줄 수 있는 물건들로 채워져있었다.

 

초반의 관객들은 극히 수동적이었으나, 어떠한 행위를 가해도 미동없는 그녀의 태도에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 뒤, 관객들은 점점 더 높은 수위의 고통을 가하기 시작했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그녀의 옷은 잘려나갔고, 가슴과 배에 장미가시가 박힌 상처로 피가 나고 있었다. 한 관객이 그녀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을 때, 퍼포먼스는 끝이 났고, 그녀에게 가학적 행위를 행한 사람들은 자리를 피해 빠르게 달아났다. 해당 퍼포먼스 아트는 인간의 악함과 공격적인 본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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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죽음(death self)(1977)>, <정지된 에너지(1980)>


 

1974년 ~ 1988년 그녀는 과거 연인이자 예술적 파트너였던 독일 행위예술가 울라이와 협업하여 관계의 신뢰와 믿음, 사랑을 주제로 한 행위예술을 선보였다. 타자의 삶을 교환하고 파괴하면서 흡수하는 개인에 대해 탐구하는 <자아의 죽음(1977)>은 울라이와 마리나의 입을 연결해 온전히 두 사람의 숨으로 호흡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공연 시작 17분 후 이산화탄소 질식으로 둘은 같이 기절했고, 서로에게 위험할 수 있는 행위를 보여줌으로서 주제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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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협업 작품인 <정지된 에너지(1980)>는 서로 마주 본 마리나와 울라이의 손에 활과 화살을 함께 당기며 위태로운 상황을 연출했다. 이는 관계의 신뢰와 믿음에 대한 주제성을 가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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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바로크(1997)>


 

1,500개의 피 묻은 소뼈 위에 앉아 유고슬라비아 민요를 부르며 4일 동안 소뼈의 피를 닦는 행위를 보여준 아브라모비치의 <발칸 바로크(1997)>는 1990년대 발칸 반도에서 일어난 인종 청소 사건, 보스니아 전쟁에 대한 응답으로서 선보인 작품이다.

 

그녀가 피 묻은 소뼈를 4일이 넘는 시간 동안 닦아도 완전히 깨끗해질 수 없는 것처럼 많은 희생자들을 남긴 전쟁의 수치심 또한 사라질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당시 발생한 보스니아 전쟁을 포함해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전쟁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자아의 정화작업이자, 제의적 퍼포먼스인 것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이 작품을 통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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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여기 있다(2010)>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예술가가 여기 있다>는 736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전시장에 앉아있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관객이 눈 맞춤만으로 소통하는 작품이다. 그녀가 앉아있는 맞은 편 의자에는 관객들이 앉아 자신의 속 얘기를 털어놓거나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눈 맞춤을 통해 서로의 에너지를 교환한다.

 

해당 작품이 진행되었던 첫 날 과거 연인이자 파트너였던 울라이가 깜짝 방문을 하며, 미동없이 앉아있던 그녀의 행동의 변화를 일으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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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작품의 흐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행위예술은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삶과 죽음을 다룬 예술

2) 참여, 공감 그리고 치유의 예술

3)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의 유산을 남기기 위한 예술

 

1970년 – 80년대 삶과 죽음을 주제로 다루었던 퍼포먼스에서 자신의 몸에 상처와 고통을 주는 도발적, 충격적인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긴장, 공포, 불편함의 감정을 전달하며, 포스트 모더니즘이 가진 해체문화의 특성을 보여주었고, 2000년대 이후 자신의 신체에 가학적인 고통을 주는 퍼포먼스가 아닌 관객의 참여와 공감 더 나아가 위로와 치유의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주로 진행했다.

 

2010년 <예술가가 여기 있다> 진행 이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인스티튜트를 구체화하여 설립했다.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연구소를 설립해 지원하고 있으며, 아브라모비치 메소드 워크숍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자기정화와 성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한다.

   

*

 

이처럼 퍼포먼스는 기존의 형태와 변형 사이의 긴장을 놀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든 퍼포먼스는 행위로서, 상호작용, 상징적인 형식과 살아있는 육체를 사용해 의미를 구성하는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여 문화적 가치를 확인, 거부하거나 혹은 전복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들과 작업의 흐름을 통해 그녀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제성과 시도들이 어떠한 하나의 방법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동시대 관객과의 상호작용, 예술가의 가치관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퍼포먼스는 현재 미술, 공연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 상호작용 되고 있으며, 퍼포먼스와 결합되는 예술(연극, 뮤지컬, 무용 등) 혹은 퍼포먼스 움직임 자체로서 다양성과 포용성의 특성을 가진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연극과 움직임의 퍼포먼스가 결합된 피지컬 씨어터에 대해 더욱 깊이 사유해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 정다은 ( Chung¸ Da-eun ).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Beyond Postmodernism)’ 공연예술연구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2000년도 이후의 공연분석을 중심으로-." 드라마연구 -.65 (2021): 179-226.

 

 

[윤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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