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에 떨어진 남자 앞에 다 부서진 기타를 들고 나타난 남자. 이 두 남자 모두 익숙한 얼굴이다. Woodz와 저스틴민. 드라우닝의 그 사람과 애프터양의 그 사람. 그러나 이들이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얼굴은 우리가 아는 얼굴이 아니다. 꿈에 다가가지 못해 어딘가 침울해 보이던 얼굴은 욕망을 따라 질주하기 시작하더니 후반부엔 광기 어린 얼굴이 된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욕망과 본능, 그리고 그걸 쫓아가는 woodz의 얼굴에 집중한다.
감각적인 이미지, 그리고 얼굴

영화는 스토리 라인보다 이미지와 감각, 그리고 그것들을 느끼는 관객의 몰입에 초점을 맞춘다. 대부분의 러닝타임에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의 얼굴이 거의 화면에 가득 차 있다. 오디션에 떨어져 슬퍼하는 우진은 자신이 떨어진 영상을 계속해서 돌려본다.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우진의 욕망은 영상을 돌려보며 차곡차곡 쌓인다. 그리고 엉망진창인 기타를 들고 남기가 해피기타의 문을 두드렸을 때, 우진의 욕망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음산한 밤, 영업도 끝난 기타 수리점의 문을 열고 들어온 ‘누가 봐도 수상한 남자’인 남기의 기타를 우진은 덥석 부여잡는다. 뭐든 잘 고치는 사람은 우진이 아니라 우진의 누나인 시은임에도 불구하고.
방금까지 우진 앞에 서있던 기타의 주인인 남기는 사라졌고, 우진은 그 기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남기가 두고 간 기타를 튕기는 순간, 화면은 뒤죽박죽이 된다. 현기증이 나고, 숨이 가빠지며 기타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기타가 곧 우진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이한 느낌과 화면으로 가득한 시퀀스가 끝난 후의 우진은 기타의 저주에 걸리고 만다. 하지만 기타의 저주는 적어도 우진에겐 저주가 아니다. 오디션에서 연락이 오고, 누나 대신 나간 오디션에서 우진은 자신이 꿈꾸던 완벽한 연주를 선보인다. 부품도 다 구하지 못한 그 엉망인 기타로.
저주에 걸린 기타로 스타가 된 우진은 기타의 부품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욕망에 사로잡힌 채로 부품을 구하러 다니며 나쁜 짓을 서슴지 않는다.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은 윤리와 일상을 뛰어넘는다. 그렇게 기타의 부품을 구할 때마다 온몸에는 상처가 늘어간다. 욕망에 가까워질 수록 망가져가지만, 우진은 그걸 멈출 생각이 없다. 기타와 나만이 존재하는 시간,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방해꾼이 되거나 고통이 된다. 그게 설령 기타를 통해서 우진이 이뤄낸 인기일지라도. 영화 속 팬들의 존재는 꽤나 전형적이고 노골적이다. 흔히 ‘빠순이’를 지칭할 때 보여지는 모습들. 촬영장에 무단침입하고, 가까이에 붙어서 사랑한다는 말을 커다랗게 외치는 모습. 저주받은 기타가 만든 것들은 부정적이다. 온전히 우진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진이 지금 가진 연주, 실력, 인기는 모두 저주받은 기타로 인해 나온 것들이다. 그 기타마저도 자신의 것이 아니다. 우진의 욕망 한쪽에는 불안이 깔려있다.
불안한 상태로 찾은 경매장에서 우진은 남기를 다시 만난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기는 그 놈도 어디선가 부품을 찾으러 다니고 있을 거라 말하며, 그렇지만 절대로 마지막 부품은 찾을 수 없을 거라 말한다. 남의 것으로 이룬 욕망은 결코 완성되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듯하다.
멈추지 않는 욕망의 질주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진과 우진이 조우한다. 긴 금발의 머리를 한 남자는 또 다른 우진이다. OO-LI 앨범의 조승연을 떠올리게 하는 도플갱어는 또다른 우진이다. 자신의 도플갱어와 마주한 우진은 미친듯이 도망가다가 해피기타 안에 그 도플갱어를 두고 혼자 빠져나온다. 그리고는 피를 뒤집어 쓰고 비행을 부른다. 욕망의 질주 마지막엔 엉망이 된 모습이지만 끝까지 기타를 손에 놓지 못하는 집요하고 광기어린 얼굴이 보인다.
드라우닝 걔, 이기 전, 쇼미더머니에 나오고 알앤비와 펑크락을 하던 woodz를 알던 사람들에게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또 하나의 신선한 이미지로 남을 것이다. 붉은 색의 욕망, 그 욕망을 따라가는 질주, 미친 사람처럼 음악에 영혼을 내맡긴 모습까지. 여태껏 본 적 없던 모습이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그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woodz가 쌓아 올린 것들은 가짜가 아니라는 것, 그의 욕망은 미완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