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콜럼버스는 반대로 나아가는 영화다. 각자가 있었던 곳의 정반대로 나아가는 사람들. 가지고 있던 마음의 반대로, 지금 상태의 반대로, 내가 머물던 곳의 반대로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의 방향이 확실히 더 나은 곳을 향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원래 내가 있어야 할 곳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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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를 떠날 수 없는 남자 '진‘과 떠나지 못한 여자 ’케이시’로 소개되는 이 영화는 콜럼버스와 그곳의 두 남녀를 조명한다.

 

진은 교수인 아버지의 병 때문에 콜럼버스로 오게 된다. 기껏 왔지만 서먹했던 사이인 아버지의 병실에도 잘 찾아가지 않는 진은 콜럼버스에서 케이시를 만난다. 진에게는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 보다 원고의 마감이 더 큰 신경거리처럼 보인다. 케이시는 건축에 관심이 많은 소녀로 모더니즘의 도시인 콜럼버스의 한 도서관에서 일한다. 대학도 가고 싶고, 건축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보고 싶지만 엄마 때문에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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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특별한 내러티브는 없지만 화면은 멋진 건축물과 함께 콜럼버스라는 도시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곳을 진에게 소개하는 케이시의 말들로 채워진다.

 

진과 케이시 이외에도 이 영화에 또다른 주인공이 있다면 그건 콜럼버스라는 도시 자체다. 화면은 깔끔하고 규모 있는 건물들과 더불어 초록빛의 조명, 나무, 숲으로 가득가득 채워진다. 적당히 비어있고 적당히 채워진 화면 아래에서 진과 케이시는 건물에 대해, 건축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한다. 지루하고 고요하던 도시는 어느새 둘의 대화로 소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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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고나다의 콜럼버스가 오즈 야스지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진 것 답게 화면은 대칭으로 채워진다.

 

건물부터 인물까지 모두 강박적일 정도로 대칭을 지키며 화면에 나타나는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차에 기대선 채 건물을 바라보던 케이시를 따라 차에서 내려 케이시와 같은 자세로 그녀를 바라보는 진이다. 가이드를 자처한 케이시와 그를 따라다니며 도시 곳곳의 이야기를 듣던 진이 어쩐지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진 장면이었다.

 

이렇게 둘은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건축을 왜 사랑하는지, 이 도시를 왜 떠날 수 없는지, 이 도시를 왜 떠나지 못했는지. 진은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어쩌면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자신의 마음을 마주한다. 돌아가서 자신의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아버지를 여기에 혼자 두고 차마 돌아갈 수는 없는 상황 속에서 복잡함을 느낀다.

 

케이시는 약물중독에서 벗어나 이제야 자신과 함께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엄마를 여전히 걱정한다. 밤에 청소일을 나간다고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다른 곳에 가 있는 엄마를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도서관에서 일하며 마주친 친구가 너도 대학에 가야지 않냐고 해맑게 묻는 질문을 피하며 도서관 계약직 자리에 서류를 내러 간다. 무언가를 자꾸 외면하게 되는 마음들이 이 도시에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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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콜럼버스라는 도시는, 거대한 건축물과 아름다운 자연을 동시에 품은 이 도시는 주인공들을 나아가게 만든다. 치유하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그들을 데려간다.

 

진은 케이시와 만나 외면하고 싶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직면한다. 케이시와 가브리엘의 마음은 엇갈리지만 떠남으로서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진과 만나며 건축을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고, 설명할 사람도 없었던 케이시에게는 더 넓은 곳으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을 떠나게 된다.

 

콜럼버스에서 만난 두 남녀는 반대로 나아간다. 반대에 놓여있는 서로의 자리로 이끌리듯 걸어나간다. 떠날 수 없는 남자는 콜럼버스로 완전히 들어가고, 떠나지 못한 여자는 비로소 콜럼버스를 떠난다. 콜럼버스의 건축물들처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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