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철도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고속철도인 ‘가오티에 (高鐵)’와 일반 철도인 ‘타이티에 (台鐵)’ 두 종류 중 보통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철도는 타이베이를 비롯한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 등 대만의 주요 대도시를 관통하는 가오티에일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대만의 숨겨진 명소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타이티에를 타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많은 지역 중에서도, 대만에서 지내며 처음으로 타이티에를 타고 간 근교 도시인 주난진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주난진은 대만 먀오리현의 가장 북서쪽 끝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서, 주난진의 바로 위에는 TSMC를 비롯한 대만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밀집한 신주시가 있다. 따라서 주난 자체는 신주현이 아닌 먀오리현에 위치해있지만, 신주시로 통근하는 인구가 제법 많은 도시이다.
타이베이에서 주난으로 향하는 기차 편은 많은 편이다. 대만 종관선 철도가 주난역을 기점으로 노선이 분리되기 때문에, 주난역은 철도 교통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 중 하나이다.
하지만 타이베이로부터 약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소요 시간과 주난현 내에서의 대중교통이 열악하여 여행 난이도가 제법 있는 편이다. 하지만 주난현 역시 도시 규모가 작다 보니 체력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도보로 많은 곳들을 방문할 수 있다.
주난진 곳곳에는 오래된 골목이라는 뜻의 ‘라오지에 (老街)’가 곳곳에 있다.
이러한 라오지에는 타이베이 시내 곳곳에도 있지만, 타이베이와 가장 확실히 대조되는 점은 관광지화가 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 조용한 분위기에서 현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주난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주난 서북부에 있는 맥주 공장에 방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곳은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타이완 비어를 생산하는 공장 중 하나로, 타이완 비어와 관련된 대형 조형물들과 드넓은 잔디광장이 있어 현지인은 물론, 최근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사진 스팟으로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곳이다.
사실 타 대도시들에 비하면 주난에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유명 랜드마크가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주난 여행이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던 이유는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만의 서쪽 해안은 바람이 많이 불어 끝없이 이어지는 풍력 발전기가 수놓아져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의 조합이 마치 자연과 인간의 힘이 맞물려 완성된 거대한 장관 같았다.
주난 해변 근처 몇 군데에 카페가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추천하는 장소는 밤이 되면 글램핑장 혹은 캠핑장으로 변모하지만 낮에는 카페를 운영하는 곳들이다.
나는 석양을 보기 위해 카페에서 시간을 떼우려했고, 해변을 따라 걷던 중 운 좋게 발견한 장소였는데, 이러한 곳들이 해변 주변에 몇 군데 있는 것 같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캠핑장이 주는 특유의 여우로운 분위기 덕분에 잠시나마 몸과 마음 모두가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가 질 무렵,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나와 석양을 바라보며 무작정 걸었다.
본래 주난진의 북쪽에 위치한 신주는 별명조차 ‘바람의 도시’일 정도로 바람이 무지하게 많이 불고, 주난진이 자리한 먀오리현과 그 아래 타이중시에 이르기까지 해안을 따라 풍력 발전기가 길게 늘어서 있다.
드넓은 바다와 붉게 물든 하늘, 그리고 하늘 높이 우뚝 선 풍력발전기가 함께 어우러진 그 풍경 속에서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으니, 그 순간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청춘의 한 장면처럼 마음 깊은 곳에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