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약 70%가 험준한 산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산들은 대부분 동쪽에 분포해 있다. 이로 인해 대만의 주요 대도시는 자연스럽게 서쪽에 형성되었고,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제공항 역시 대부분 서부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의 동부는 현지인이 아닌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지역이다. 최근 인천–화롄 직항 노선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서부 도시들에 비해 대중교통과 편의시설이 부족해 자유여행지로는 다소 난도가 있는 편이다.
지난번부터 ‘타이베이 근교 여행지 추천’이라는 주제로 짧은 여행기를 이어오고 있다. 가장 난도가 낮은 지룽, 그다음 단계인 주난까지 총 두 편을 소개했다. 각각 타이베이의 북쪽과 서쪽이었다면, 이번에는 동쪽에 위치한 이란으로 향해보려 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동부 지역은 서부에 비해 여행 난이도가 다소 높기 때문에, 이번 이란 여행은 ‘난이도 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타이베이에서 동부로 향하는 기차 여행을 특히 좋아한다. 험준한 산세를 가로지르다 보면, 어느 순간 열차는 태평양 바로 옆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인공적인 이동수단인 기차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어딘가로 모험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란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화롄으로 향하는 타로코호나 타이둥으로 가는 푸유마호 같은 쾌속 열차를 이용하면 약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소개한 여행지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타이베이 근교’라는 범주에 충분히 속한다.
개인적으로 동물 애호가라면 대만, 그중에서도 이란은 꼭 한 번 방문해보길 권하고 싶다. 이란을 포함한 대만 동부 지역에는 다양한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농장들이 많이 있다.
물론 타이베이에도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동물원이 있지만, 울타리 없이 동물들과 같은 공간에서 뛰어놀고 먹이를 나누는 경험은 또 다른 힐링을 선사한다.

다만 이러한 농장들과 주요 관광지들은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고 시간 정보도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란을 비롯한 동부 여행에서는 촘촘한 계획보다는 여유 있는 일정이 오히려 더 적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대만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패키지 여행의 인기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방문할 가치가 있는 명소들이 많지만, 이동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버스투어나 택시투어를 선택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카발란 위스키 양조장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을 대표하는 술을 꼽자면 금문고량주와 카발란 위스키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카발란 위스키는 이미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았고,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대만 여행 시 꼭 사 오는 기념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위상이 높아진 카발란 위스키의 양조장이 바로 이란에 위치해 있다. 다만 이곳은 이란 시내에서도 산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이란 여행은 이동 시간과 동선을 고려하면 하루에 1~2곳 정도만 방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양조장 방문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면 자유여행으로 들르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반면 기차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이란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이란현의 중심 도시는 이란역이 있는 이란시가 아니라, 남쪽에 위치한 뤄둥이다. 해 질 무렵 구간열차를 타고 느린 속도로 철길을 따라 이동해 뤄둥에 도착하는 여정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다. 뤄둥역 인근의 뤄둥 야시장은 대만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며, 이란 특산물인 삼성파를 곁들인 고기 꼬치가 특히 유명하다.
삼성파는 쓴맛과 매운맛이 거의 없고,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숙소는 온천으로 유명한 자오시를 추천한다. 마찬가지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 소도시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숙소와 다양한 맛집들이 모여 있다. 최근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지고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도 소개되면서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점점 늘고 있다.

타이베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풍경과 시간을 품고 있는 곳이다. 접근성과 이동의 불편함이라는 분명한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서쪽 도시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약간의 불편함마저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란은 기대 이상의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