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어느 날이었다.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 너 대만 가봤어?
늘 가보고 싶다고 입이 닳도록 말만 했던 여행지였다. '아니'라는 답장을 보내자마자 재빠르게 메신저 알람이 울렸다.
- 나랑 대만 갈래? 지금 비행기 표 엄청 싸!"
난 이제껏 해외여행을 충동적으로 떠나본 적이 없었다. 항상 1년 전에 계획을 세워두었고, 조금 늦게 세워도 최소 다섯 달 전부터 준비를 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여행을 간다고? 갑작스러웠지만 이상하리만치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난 충동적으로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으로 이동했다. 마치 2층 버스를 탄 듯 시야가 높아 꼿꼿하게 앉아 있어야 했다. 도로만 이어진 바깥 풍경을 볼 때는 아직 대만에 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도심으로 들어서자 빼곡한 간판과 오토바이, 오래되었지만 정겨운 건물들이 비로소 내가 대만에 와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반차오 숙소에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단수이로 향했다. 번화한 반차오와 달리 단수이는 소박한 분위기에 낮은 가정집들이 많았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로 유명한 진리대학교를 둘러보고 내려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일몰이 아름답다더니 강물은 금빛으로 반짝였고, 저 멀리 빌딩과 배들이 하나둘 불을 밝혔다.
점잖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 풍경을 잠시 만끽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50831_221430353.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09142447_okkgbyhe.jpg)
이튿날에는 철도마을 스펀으로 향했다. 택시 창밖으로는 수많은 천등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스펀에 도착해 닭날개 볶음밥과 땅콩 아이스크림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운 뒤, 친구와 함께 4색 천등을 구입했다.
빨강은 건강, 노랑은 재물, 보라는 학업, 흰색은 장래와 광명을 상징한다 했다. 기분삼아 날리는 천등이었지만 부모님과 친구들까지 떠올리며 건강과 평안을 빌었다. 그렇게 날린 천등은 금세 점이 되어 하늘로 사라졌다.
![[크기변환][캡처변환]KakaoTalk_20250831_22240593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09142426_wmuvrrkd.jpg)
스펀을 떠난 우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을 닮았다는 지우펀으로 향했다. 시장에 들어서자 밀크티, 찻잎, 건조 육포 등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이 눈길을 끌었다. 좁은 계단에 걸린 홍등 아래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인파 속을 빠져나와 한 찻집에 들어가 해가 질 때까지 머물렀다. 습하고 더운 날씨였지만 에어컨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어 그저 견뎌야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택시기사님이 차를 잠시 세워 지우펀 야경을 찍을 기회를 주신 것은 잊을 수 없는 배려였다.
![[크기변환]KakaoTalk_20250831_221439525.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09142516_nezrgelh.jpg)
마지막 날은 시먼딩에서 대만의 활기찬 중심가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다.
아침부터 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펑리수와 누가크래커를 잔뜩 사들고 돌아가려는데, 교통카드 잔액이 바닥난 걸 뒤늦게 알아챘다. 내리려 허둥대는 우리를 본 승객들이 기사님께 상황을 설명해주었고, 결국 한 여성 승객이 우리의 버스비를 대신 내주었다.
우리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谢谢》하고 인사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50831_221518714.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9/20250909142547_ldyhmiwp.jpg)
해가 저문 저녁에는 용산사를 찾았다. 화려한 용 장식이 건물을 휘감고 있었고, 곳곳의 조명이 사찰을 환히 밝혔다. 양옆에서 고요히 쏟아지는 인공폭포는 용산사의 위엄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절 앞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점괘를 보며 소망을 빌고 있었고, 우리도 덩달아 함께 참여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를, 하고픈 일을 모두 이루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대만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여행은 막을 내렸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며 아쉬움이 남았지만, 언젠가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설렘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