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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봄에는 이 노래 한 번 들어보세요 [음악]

아는 노래도 새롭게 들리게 할, 사적인 음악 가이드와 함께하는 봄 노래 추천 list

by 채혜인 에디터
2026.03.05 15:24


 

봄은 어째서 언제나 그렇게 기다려지는 걸까. 어쩌면 본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매년 봄의 기운에 끌리지 않은 적이 없다.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고, 그에 맞게 따스한 햇살이 잠깐 내렸던 2월의 며칠. 느닷없이 문을 두드린 봄 손님에 괜히 마음만 싱숭생숭 들떠버렸다.


그렇게 마음을 흔들고 가버린 이른 봄소식에 마음은 이미 한창이다. 아직도 겨우내 열일한 두터운 아우터를 포기 못하는 날씨라도, 귓속 이어폰에는 이미 ‘봄 설레발’ 시즌이 때맞춰 시작되었다. 아, 한 가지 말해둘 것이 있다면 나의 취향은 ‘옛 것이 좋아 젊은이’이다. 대략 20년 전쯤의 봄 거리를 걷는다면 들릴법한 봄노래들을 소개한다.


 

 

♪ 김윤아 – 봄날은 간다 (2001)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아직 오지도 않은 봄에 설레발 좀 쳐보겠다는데, ‘봄날은 간다’가 말이 되냐고? 조금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보면 달리 보인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김윤아는 어느 봄날 아이의 유치원 등원을 시키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벚꽃 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곡의 영감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하나둘씩 지기 시작하는 봄의 한가운데에서 탄생한 곡이라는 것이다.


봄의 상징과도 같은 벚꽃이 지는 것을 봄날이 ‘끝나는’ 것으로 비유하긴 했지만, 봄의 초입에 찾아와 물꼬를 틀고 사라지는 벚꽃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사실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봄의 끝을 논하는 지점은 결국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아닌 봄의 품 안에서 일 것이다.

 

 

[당신의 사적인 음악 GUIDE]

 

Q. 언제?

이제 막 아침의 새초롬한 공기가 걷힌, 한낮의 해가 따스하게 내리쬐는 이른 오후 


Q. 어디서?

- 집 앞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 벚꽃나무 아래서

- 흐드러진 벚꽃길을 지나는 마을버스 창가 자리에서


Q. 어떻게?

- 휘날리는 벚꽃 잎이 내 손에 앉을 수 있도록 펼치고서 조금은 아련한 마음으로 들어보세요




♪ 모던쥬스 – 사랑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2004)


 


 

 

눈부신 태양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눈을 감으면 아른거리는 오렌지빛 잔향처럼


어떻게 내 눈안에 니가 들어와버린거야

눈을 감아도 환하게 웃던 니 모습이 남아있는걸


혹시라도 느껴지니 온몸의 따뜻한 온기를

곧 터질것같은 가슴을 넌 느낄수 있겠니

 

 

이 노래의 인트로를 들으면 유독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설렌다’는 평이 많다. 그런 평을 알고 나서 처음 들었기 때문인 건지, 정말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산뜻한 느낌이 든다. 30초가량, 악기의 선율만으로 봄길을 따라 달리는 듯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인트로는 마음을 달뜨게 만든다.


2010년 전후의 노래들, 특히 히트한 k-pop은 인트로 없이 바로 후렴으로 진행되는 구조를 띄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영향을 받은 탓인지, 그 이후로는 이렇게 곡의 분위기를 느긋하게 소개하는 형태가 점차 줄었다. 노래를 틀자마자 바로 ‘익숙한’ 흥겨움을 느끼기에는 제격이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줄어든 탓에 나만의 페이스로 노래를 즐기기에는 조금은 촉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는 여유롭게 나의 봄을 즐기기에 충분한 틈을 준다. 덧붙여 감히 말하건대, 후렴이 아니라 도입부가 자꾸만 생각나서라도 다시 찾아 듣게 될 노래 중 하나다.

 

 

[당신의 사적인 음악 GUIDE]

 

Q. 언제?

-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는 찰나, 주황 노을빛이 비치는 늦은 오후


Q. 어디서?

- 오렌지빛 태양이 잘 보이는 한강둔치를 걸으며

- 노을빛이 창가로 들어오는 지하철 안에서


Q. 어떻게?

- 봄의 풍경 구석구석 눈에 담으며 여유롭고 느긋하게 들어보세요

- 곧 있을 누군가와의 만남을 한껏 기대하며 들어보세요


 

 

♪ 에피톤 프로젝트 – 봄날, 벚꽃, 그리고 너 (2009)


 


 


매년 봄에 우연히 어디선가 듣건, 아니면 생각이 나 꼭 한 번은 찾아 듣게 되는 단골 노래다. ‘봄날, 벚꽃, 그리고 너’라는 제목과 피아노 연주 하나만으로 이토록 강한 각인을 남길 수 있을까.


에피톤 프로젝트의 평소 톤과 같이, 조금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멜로디와 템포가 그리는 봄을 따라가다 보면 왠지 모를 아련함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꾸 상상하게 된다. 봄에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추억을 그리는 장면인지, 아니면 저번 봄에 처음 만났던 어떤 사람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돌아올 봄을 더 기대하는 장면인지.

 

아쉽게도 내겐 봄에 있었던 그럴싸한 추억이 많지 않은데, 그럴 땐 너튜브의 음원 영상에 달린 수많은 댓글 사연들을 읽곤 한다. 그러면 그제서야 봄의 아련한 향기가 두 배는 진해져서 음악이 조금 더 매력 있게 들리곤 한다.

 

 

[당신의 사적인 음악 GUIDE]

 

Q. 언제?

지난봄의 추억이 떠오르는 새벽 혹은 조금 이르게 눈이 떠져 버린 아침


Q. 어디서?

- 자기 전 나의 포근한 침대에서

- 외출 준비를 하며 휴대폰을 놓을 수 있는 집안 어디에서나


Q. 어떻게?

- 가사 없는 멜로디에 나의 봄의 추억을 입히면서 들어보세요

- 음악의 영상에 남겨진 많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들어보세요

 

*


곡들을 소개하며 위의 세 노래를 한껏 들었더니 나도 모르게 봄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아! 어쩌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미 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나 봄노래가 듣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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