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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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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큼이나 인류 문명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전기일 것이다. 이제 전기는 단순히 빛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탱하는 핵심축으로서 기능한다. 기술의 발전은 전기를 만들고 저장하며 소모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더군다나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발달중인 인공지능은 가히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릴 정도로 사용과 유지에 있어 많은 전력량이 필요하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듯, 콘센트를 꼽기만 하면 전기가 흐르는 세상에서 우리는 전기(의 사용)에 얼마나 관심을 지닐까.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전시 《일렉트릭 쇼크》는 전기가 일상의 층위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 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요소 중에서도 일선에 있는 ‘전기 패권 시대’ 속에서 전기를 중심으로 기술과 환경, 정치의 관계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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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현실 세계에서 꿈 속 세계로 인도하듯, 교각들의 〈밤보다 무서운 밤〉은 미술관 중앙에 침대와 베개 더미를 들여놓았다. 프로젝터로 비춰지는 화면 속 미소녀 캐릭터 ‘티(TEE)’는 곤히 자고 있지만, 관람객이 VR 기기를 통해 보는 것은 파자마 파티를 하는 소녀들이다. 밤이 깊어지고 피곤함이 몰리자 소녀들은 ‘방전’ 상태가 되며 잠을 청하려 한다. 하지만 관람객이 손가락으로 소녀를 가리키며 전기를 보내자 소녀들은 잠들지 못한 채 파티를 계속 이어나간다.

 

소녀들의 초점없는 눈빛과 반복되는 춤, 붉게 번쩍이는 배경은 조금 불쾌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도래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지구의 날 소등행사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전기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그 전기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일깨운다. 우리가 자는 한 밤에도 전기는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캐릭터 소녀를 억지로 깨우는 행위를 통해 찝찝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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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는 만큼 전기는 어디로든 갈 수 있을까. 송예환의 신작 〈전기의 소수자들〉을 보면 꼭 그렇지마는 않다. 작품 중앙에 조명이 놓여 있고 태양전지는 그 조명으로부터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한다. 전지의 위치에 따라 생산되는 전력량이 상이하기에, LCD 화면은 어두워지거나 꺼지는 등 불안정하다. 전기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때문에 사람들은 전기를 갖기 위해 다투고 경쟁한다.

 

전기를 기반으로 구축된 디지털 세계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모든 이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효율성이었고, 이는 소수의 언어만이 살아남도록 만들었다.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말을 잃어버린 자들은 다른 말을 배워야 한다.

 

김우진 작가의 〈유령과 바다, 그리고 뫼비우스〉는 폐가와 유령의 이야기를 통해 사라져가는 언어들을 기린다. 작가는 언어를 상실하여 소통하지 못하는 고독을 유령에 비유한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나, 가상 세계에서 유령과 같이 닿을 수 없는 존재. 마주보는 두 화면은 각각 가상과 현실 세계를 비추며, 수면에 비친 상처럼 동일하지만 접근할 수 없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

 

디지털 세계가 전기로 만들어진 가상 세계라면, 박예나 작가의 〈Ossia Organ〉는 전기로 작동하는 비인간 실체의 물리적인 세계다. 먼 미래, 혹은 가까운 미래일지도 모르는 이 세계는 인간에 의한 전기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구조물들이 스스로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장 1층에서 2층이 연결된 계단에 오르면 센서와 캠이 특정 데이터를 계단 아래에 있는 〈아카이브_증발된 구조〉로 전달하게 되고, 이 전달된 신호에 따라 빛을 발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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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는 〈롤라 롤즈〉를 통해 〈Ossia Organ〉와는 또다른 미래를 소환한다. 최근 AI의 기반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등장하며 화석 연료가 다시금 주목받는 가운데, 만약 화석 연료가 고갈된다면 인류는 어떻게 에너지를 생산할까. 업체는 이 포스트 석유 시대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포스트 휴먼 ‘롤라(ROLA)’의 탄생 과정을 들려준다.

 

석유화학기업 아람코(ARAMCO)의 부회장 ‘R’ 역시 롤라가 되기 위해 휠과 압전 소자를 신체에 이식하며 새 시대에 걸맞는 신체를 얻고자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정신적인 불안과 신체의 고통은 영상 속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함께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의존하는 에너지의 양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감내해야할 무게는 모두가 똑같이 짊어지게 될까.

  

《일렉트릭 쇼크》는 제목처럼 찌릿찌릿한 작품들로 전기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재 우리가 딛고 서 있는 현대 문명의 발판이 견고하다고 굳게 믿고 있진 않는가. 일종의 ‘오일 쇼크’처럼, ‘일렉트릭 쇼크’가 우리에게 찾아온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기가 얽히고설킨 네트워크를 통해 흘러가듯, 우리의 네트워크도 잘 흐르고 있는가. 모든 것이 익숙해진 때, 지금을 돌이켜보고 미래를 펼쳐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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