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이 있는가? 그 꿈을 이루고 나서 환호하던 순간은 막상 경험하고 보면 생각보다 별거 없다는 마음에 머쓱해지곤 한다. 실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큰 사건들로 인한 행복은 1년이 지나면 그 행복을 느끼기 전 만족도로 돌아온다는 결과가 밝혀지기도 했다.
세상은 언제나 자신이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리며 이 책의 첫 페이지가 시작된다. 이윽고 나오는 문장, “현실이 기대와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것.”이라는 말에 우리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기대한 것이 기대한 그 이하라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혹여 꿈꾸는 것을 이루지 못했다면 삶은 어떻게 지속되는 것일까.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달의 바다>는 기자가 되기 위해 5년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은미’에게 16년간 소식이 없던 고모를 찾아 미국에 다녀오라는 할머니의 부탁에서부터 시작된다. 5년이라는 시간 끝에 남은 것 하나 없이 가족의 눈초리와 질책 속에서 버티던 은미는 할머니의 부탁을 수락하고 미국으로 떠난다.
은미의 고모는 어렸을 때부터 수재 소리를 들으며 자라온 사람으로 지난 16년 동안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인물이다.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고모는 마침내 미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가 되었으며 그동안 할머니에게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 담긴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고모가 정말 꿈을 이룬 것인지에 관한 의심 반, 꿈을 이룬 고모의 삶을 들여다볼 설렘 반을 안고 미국에 간 은미는 고모와 재회한 후, 그녀가 일하는 곳에 함께 간다. 그러나 기대를 안고 간 그곳은 ‘우주 간이역’이라는 이름을 붙인 샌드위치 가게였고 입구에는 ‘엽서와 기념품 있음’이라는 글씨만이 크게 쓰여있다. 이내 은미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앞치마를 두르고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정신없는 이모를 보게 된다.
달과 우주, 꿈과 희망에 대한 환상과 아름다움이 가득 담긴 편지의 내용처럼 사는 고모는 온데간데없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보는 편지의 내용은 가보지 않은 세계를 이토록 구체적이고 사실처럼 묘사하기까지 걸린 고모의 시간이 보인다. 가보지 못한 세상을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그곳에 다다른 자신을 상상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을지, 끝내 가지 못한 그곳을 보며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닿지 못한 세계를 세세하게 녹인 문장들은 그만큼 그 세계를 갈망하고 사랑했던 고모의 마음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고모는 자신의 삶을 마냥 한탄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 할머니에게 왜 거짓말로 편지를 부친 거냐는 은미의 말에 고모는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말하며 이 일을 하는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으로 묘사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운이 좋았던 편이야.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렇게 저렇게 살길이 열렸지. 그래서 이 일도 계속 하게 됐지.”
고모가 할머니에게 한 거짓말은 꽤나 스케일이 큰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거짓말은 마냥 부정적이지 만은 않다. 외려 연민이 느껴진다. 힘들고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세상으로 시선을 바꾸려는 열정이 포함된 거짓말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실패하고 좌절하며 겪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다시 해보면 될 것 같다는 거짓말 같은 말들을 품고 도전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내고 그 하루가 일주일, 한 달이 되는 거짓말의 힘은, 그렇게라도 버티고자 하는 인간의 끈질긴 모습과도 연결된다.
꿈꿔왔던 곳에 다다르면 실망만이 가득할 거라는 말은 우리가 삶이라는 밑그림을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그려왔기 때문이다. 원하던 곳에 이르러도 어차피 실망한다면, 행복에 닿아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로 돌아가게 돼 있다면, 이젠 당연하게도 그곳에 가기 위한 과정에 집중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는 말이 있듯이, 진정한 꿈이란 반짝이는 달의 어딘가에 도달한 모습이 아닌 달을 바라보며 걸어갔던 수많은 간이역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