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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질문 끝에 온전한 내가 있기를 - 메멘토 북 [도서]

나를 찾아가는 질문의 길

by 손가인 에디터
2026.02.24 02:53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생각을 언어로 치환해내는 일을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 매우 어려워하기도 한다. 실체없이 복잡하게 얽힌 덩어리를 뜯어내 빚어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어려워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흔하지만 광범한 문항 앞에서 나는 자주 머뭇거리게 된다.

 

다만 <메멘토 북>은 조금 더 구체적인 나를 묻는다. 이 책에 수록된 질문들 중에는 학교 수업 시간에 익히 대답해본 것들도 있고 언젠가 떠올렸다가 지나친 물음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누구도, 나 스스로도 내게 해본 적 없는 질문과도 마주하게 된다.


 
Q. 내가 가진 부족함이 오히려 삶에 여유를 가져온 적이 있나요?
 

 

부족함이 오히려 여유를 가져온다니. 역설적이다. 충분히 가능한 역설이지만 달리 생각해본 적은 없는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온전한 것을 좋아했다. 그건 내 천성일 수도 있고, 불완전을 불안하게 여기는 인간의 본능일 수도 있다. 때로는 남겨둔 여백이 사람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중학생 때 샀던 다이어리가 떠올랐다. 선 한 번 긋지도 않은 채 서랍 한구석에서 칠 년쯤 잠들어있을 빈 종이들이 생각났다.


나는 종종, 기계적으로 인쇄되어 가지런한 질문과 줄글 앞에서 펜을 들면 저 공백에 손을 대기가 어려워질 때가 있다. 눈앞의 깨끗한 페이지 위에 글씨를 덧입히는 걸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메멘토 북>은 책의 앞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빈칸을 겁내지 마세요.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답을 적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을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어떤 질문은 오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생각에도 여백이 필요합니다.

빈칸은 '미완'이 아니라 '머무름'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답을 적는 욕심 대신 두툼한 푸른 책을 오래오래 뒤적였다. 페이지를 넘기며 다시 생각했다.


질문을 만나면 뇌는 반사적으로 기억을 뒤적인다. 어딘가에 묻혀있던 기억을 용케도 꺼내와서는. 모호하게 섞인 생각들이 드문드문 언어나 장면으로 치환되다가 형체를 이루기 전에 흩어진다. 그러면 억지로 펜을 잡는 대신 질문을 좀 더 바라본다. 머무른다. 나름의 여백을 남기고 떠나가면 다음 물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질문들은 대부분 특정한 상황과 기한이 있었는데. 답을 적어야 한다는 압박없이 공란을 응시하는 것은 훨씬 자유로운 일이었다. 당장 떠오르는 것보다 깊은 곳에 있는 기억을 찾아 헤매어 볼 수 있기에.


기억을 찾다보면 내가 보인다.


사람의 정체성은 그가 획득한 기억에 기반한다. 그것을 반증하듯, 책의 제목인 '메멘토(Memento)'는 '기억하라'는 뜻을 갖고 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억을 되짚다보면 그곳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것처럼.


그러므로 이 책에는 기한이 없다. 시간이 흐르고 기억이 쌓이면 나의 대답은 또 달라질 테니까. 책은 말한다. "과거와 다른 나를 만나고 싶다면, 같은 질문에 다시 답해보기를 권합니다. 생각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필로 썼다 지우며 남은 자국, 화이트로 덮인 펜글씨, 포스트잇으로 뒤덮인 페이지 모두가 내 생각의 나이테가 됩니다."


그렇다면 내가 남긴 여백도 나이테가 되겠지. 그렇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여백을 수용하고 흔적을 새기다보면 비로소 완성되는 책이 있다. 파란 표지에 '기억'을 품은 제법 묵직한 양장본, 여기 새겨넣은 우리의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메멘토북_표1_띠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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