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멈칫했다. 질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유일한 사람, 나라는 작품의 제목은 무엇이 좋을까요?"


답을 쓰려고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어렵다기보다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나에 대한 질문인데 나는 답을 몰랐다. 어쩌면 그게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메멘토북_표1_띠지X.jpg

 

 

『메멘토 북』은 임팩터 출판사에서 펴낸 팀 에디테라(Team EdiTera)의 작업물로,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나 다이어리와는 결이 다르다. 매일 빠짐없이 채워야 하는 일기장도 아니고, 특정 방법론을 학습해야 하는 기록 시스템도 아니다.

 

책 곳곳에 놓인 명화, 철학적 단상, 문학 속 장면들이 먼저 말을 건네고, 그 뒤에 질문이 따라온다. 독자는 그 질문에 답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게 된다.


책의 제목 '메멘토(Memento)'는 라틴어로 '기억하라'는 뜻이다.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은 시간과 함께 흐려진다. 이 책은 그 흘러가는 순간들을 붙잡아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 즉 기록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도록 돕는다.

 

 

KakaoTalk_20260220_223935412.jpg


 

책 안의 질문들은 가볍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빌려 "왜 '나는' 화가 났을까?"를 묻고, 카프카의 『변신』을 통해 "내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를 묻는다. 구급차 운전기사의 딜레마처럼 급박한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며 나의 선택 기준과 내면의 윤리를 들여다보게 하기도 한다. 단순한 '오늘의 감정 기록'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맞닿은 질문들이다.


읽는 내내 솔직히 부끄러웠다. 이렇게 멈춰 서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얼마나 됐을까. 질문에 답하려 할수록,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낸 일상들이 떠올랐다. 분명 살고 있었는데, 정작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잘 몰랐다. 그 공백이 빈 페이지 위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 불편함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메멘토 북』은 나를 평가하거나 교정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질문을 건네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금의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발견하게 한다. 답을 쓸 수 없다면 빈칸으로 남겨도 된다. 그 여백조차 나의 일부가 된다.

 

 

KakaoTalk_20260220_223935412_01.jpg


 

이 책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시간을 두고 거듭 펼쳐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워낙 질문의 양이 많아 지금, 1년 후, 5년 후에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앉아볼 수 있다. 예전에 썼던 답을 다시 읽을 때, "나는 아직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연속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때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는 변화를 목격하기도 한다.

 

내가 신념처럼 붙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조금씩 달라지게 한 것은 무엇인지— 이 책은 그 경과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나의 생각이 자라고 있는지, 혹은 얼마나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지켜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평생 곁에 두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묵직한 양장 제본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손에 쥐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무게감을 전한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두께가 아니다. 내 삶의 서사를 써 내려갈 공간으로서의 무게다. 흩어진 기억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기억하고 싶다면, 먼저 펜을 들고 질문 앞에 앉아보기를 권한다. 어렵고 막막하더라도, 그 한 문장 한 문장이 쌓여 결국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위대한 이야기가 될 테니까.

 

 

 

오지영_컬처리스트.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