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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많은 것들이 새로이 시작되는 3월은, 한 해 중 가장 낯설고 서투른 시기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저는 다가올 3월이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분명 어차피 다 지나갈 것임을 알면서도, ‘잘 안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돕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무대라는 세상에서 바라보았던 몇몇 이들을 생각합니다. 그들도 저처럼 많이 불안해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들이 해준 이야기를 떠올리다 보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고 시작을 마주할 용기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그들을 여러분들께 좀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두 명의 인물을 소개해 드릴 건데요, 그 둘은 겉으로는 정말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이 취미 그 이상이라는 거에요.

 

이 ‘상상’이라는 것은 우리를 벼랑 끝까지 내모는 ‘불안’이 되기도 하고, 떨리는 가슴으로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이제부터 소개해 드릴 ‘상상하기 전문가’들의 이야기로 그에 대한 방향성을 함께 찾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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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인스타그램 @project_ilda)

 

 

첫 번째로 소개할 사람은 ‘작가’입니다. 본명이 작가냐고요? 아니요, 그의 진짜 이름은 저도 모릅니다. 그럼 어떤 작품이 유명하냐고요? 사실 그는 무명이에요. 그렇지만 누구보다도 글에 대한 열망이 강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신병원 폐쇄병동이죠. 하지만 계속 상상을 합니다. 그에게 상상이라는 것은 작가로서의 일 그 이상이에요. 우울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계속 호흡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죠.

 

그러나 상상에서 비롯된 불안은 그의 머릿속을 시끄럽게 합니다. 작가는 그것이 자신의 머릿속에 사는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를 ‘드러머’라고 이름 붙이고, 자신의 두개골을 열어 머릿속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며 그를 찾아냅니다. 마침내 작가는 드러머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불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또한 결국에 자신을 괴롭게 하는 드러머의 연주가 사실은 드러머가 보내는 ‘위로’였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작가는 다짐합니다. 무엇 하나 해결된 게 하나 없는 가혹한 현실이지만, 계속해서 글을 써보겠다고요. 그리고 계속해서 상상해 보겠다고요. 그렇게 하찮은 저항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천둥의 굉음을 모두가 들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연극 <썬더>의 주인공, ‘작가’였습니다.

'작가'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Opinion] 이건 쓸모는 없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얘기야 - 연극 '썬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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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인스타그램 @gulpans)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릴 사람은, 워낙 유명하셔서 다들 많이 아실 것 같아요. ‘앤’입니다. 그 ‘빨간 머리 앤’ 맞습니다. 그녀는 고아원 출신인데, 에이번리의 초록 지붕 집에 입양되게 됩니다. 앤은 그곳이 어떤 곳일지 행복하게 상상하며 에이번리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환영받기는커녕, 다시 고아원에 돌아갈 위기에 처합니다.

 

사실 앤은 예전에도 그랬습니다. 고아원에서도, 쌍둥이들을 홀로 키웠을 때도 그녀에게 마음 둘 곳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앤은 외로움을 떨쳐 내고자 상상을 했습니다. 유리창이나 물에 비친 자신을 보고 이름을 붙여주며 친구로 삼아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리고 낯선 곳에 있는 길을 ‘기쁨의 하얀 길’, 호수를 ‘반짝이는 호수’로 이름 지으며 익숙하지 않은 그곳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렇게 특유의 밝고 명랑한 면모에 반해, 초록 지붕 집에 사는 마릴라와 매슈는 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이후 앤은 똑똑하고 어여쁜 아가씨로 자라나 졸업 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환영받지 못했던 그 시절,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에 또 다른 슬픔이 있을 거라고 상상했기에 두려웠다고. 하지만 앞으로 그러한 슬픔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좋은 일이 펼쳐질 거라고 상상할 거라고요.

 

뮤지컬 <앤ANNE>의 주인공, ‘앤’이었습니다.

'앤'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Opinion] 이번엔 누가 ‘앤’ 역할 할래? - 뮤지컬 ‘앤ANNE’ [공연]

 

다가오는 3월을 어떠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으신지요. 꼭 3월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앞두고 있을 때의 마음은 설렘보다도 불안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D-day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불안함은 커져만 갑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미래라는 것이 불확실하고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앞날을 그저 상상해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면 ‘작가’처럼 불안의 얼굴과 직면해 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그렇게 흉폭한 존재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불안이 ‘드러머’였던 것처럼요!) 그리고 ‘앤’처럼 그 불안을 안은 채로 씩씩하게 걸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또 다른 슬픔이 있을 거라는 걸 알지만, 분명 좋은 일이 펼쳐질 거라고 ‘상상’하면서요.


당신의 머릿속에 사는 불안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리고 당신이 이름 붙여줄 '기쁨의 하얀 길'은 어디인가요? 우리의 3월이 조금 더 상상으로 풍요롭길 바랍니다. 길모퉁이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같은 곳에 시선을 두고 있는 모든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도착하게 될 그곳에서 번쩍거리면서 빛날 우리를 결국 모두가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명함 임솔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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