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버섯이 직접 편집한, ‘미코, 버섯의 모든 것’ [도서]

버섯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by 최수인 에디터
2026.02.21 09:00

 

 

균류와 난균류의 차이를 아는가? 곰팡이가 버섯인가, 버섯이 곰팡이인가? 지의류는 대체 무엇인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곰팡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미생물과 연관된 오랜 친구 가설은?


이 질문들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면, 버섯에 대해 아는 것이 생각보다 적었던 셈이다.


‘이르지 드보르자크’가 글을 쓰고 ‘다니엘라 올레이니코바’가 그림을 그린 지식 그림책,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은 독자의 무지를 계몽(!)하기 위하여 버섯이 직접, 제목처럼 ‘버섯의 모든 것’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2024년 볼로냐 라가치 논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 책은 그림책이라는 외형 아래 예상을 훌쩍 벗어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MG_3936 (2).jpg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은 버섯 잡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곰팡이, 버섯이라는 뜻의 라틴어 ’미코’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잡지 ‘MYKO’. 이는 버섯들이 직접 쓰고 편집한 것으로, 10권의 잡지가 한데 모여 있는 통권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두는 자신들이 식물도, 동물도 아닌 버섯이라는 ‘버섯 독립선언문’으로 시작한다. 이후 버섯의 역사를 소개하거나, 버섯 신화를 들려주며, 실제로 가능한 실험을 알려주고, 심지어 버섯이 썼다는 시까지 수록되어 있다. 독특한 각 코너는 하나의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말하지 못하고 설명되기만 하던 버섯들이 자신을 설명하고, 인간이 버섯의 이야기를 듣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렇게 재밌는 세계가 있었다니.


이 책은 눈에 보이는 버섯뿐만 아니라 곰팡이와 효모 등 균류 전반을 아울러 다룬다. 책 속 문장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방대한 내용이지만, 잡지 형식의 친밀감과 즐거운 위트가 함께하니 정보를 주입받는다는 느낌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0008.jpg

 

 

처음 책을 펼치자마자 화려한 색감에 눈앞이 번쩍였다. 14가지 별색 인쇄로 이루어진 본 도서의 그림은 일반적으로 인쇄물에서 볼 수 없는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별색 인쇄라 함은, 해당 인쇄물을 위해 기존 4색이 아닌 따로 조색된 컬러를 사용하는 인쇄를 말한다. 그렇기에 형광색과 같은 특이한 색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보기에 아름다운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잡지의 호별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조금씩 다른데, 그 주제에 맞게 메인 컬러를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곰팡이는 푸른빛이 도는 회색을 사용하고, 와인은 자주색, 발광 버섯은 어두운 녹색 배경에 형광 노란색을 사용하는 등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시각적 경험이 펼쳐진다. 색상의 조합과 매치가 사실과 맞닿아 있도록 함으로써, 사진 한 장 없이 버섯을 눈앞에 그릴 수 있었다.


이야기 속 전문적인 단어를 소화하는 데에 부담을 느낄 독자를 위한 배려도 존재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본문에서 사용되는 용어 및 기타 생물학 용어가 상세하게 풀이된 용어 사전이 수록되어 있다. 끝까지 전부 읽고 나니, 굳어 있던 머릿속 지식이 두 단계는 더 업그레이드된 기분이 들었다.


볼로냐 라가치상의 심사 기준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예술성과 독창성, 북디자인, 창의성 및 혁신성을 포함한다고 알려져 있다. 세밀한 데다 의인화되어 귀엽기까지 한 버섯 일러스트, 버섯이 직접 편집한 잡지라는 창의적인 콘셉트. 지식을 머릿속에 친절하게 넣어주는 내용, 한장 한장 넘기기가 즐거운 북디자인과 화려한 별색 인쇄까지. 직접 읽어본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은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가히 논픽션 부문 대상을 받을 만했다.



0007.jpg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은 어린 시절 읽던 그림책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독자들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버섯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 앞에서 나이는 무의미해진다. 그림책이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 편견 또한 이 책 앞에서 무너진다.


버섯 앞에서 나이도, 편견도 내려놓았다면, 이제 남은 것은 참여뿐이다. 당신도 ‘미스 버섯 유니버스 인기상’에 투표해 보시라. 좋아하는 버섯이 참가자 중 없는 경우에는, 직접 그려서 참가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최수인.jpg

 

 

최수인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도서/문학]
  2. 02 [Opinion] 어른이 되는 방법에 대하여 [도서/문학]
  3. 03 [PRESS] 외계 생명체를 찾아나서는 이유 ‘외계인 방정식’ [도서]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