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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버섯은 내게 그저 몸에 좋은 식재료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여러 요리에 사용되지만 버섯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특별히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버섯을 들었을 때 식용 버섯만을 떠올릴 것이다. 그마저도 본인의 나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종에 한해서다.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양송이버섯, 새송이버섯 정도가 떠오른다.


그러나 '미코, 버섯의 모든 것'(저자 이르지 드보르자크/그림 다니엘라 올레이니코바/출판 이루리북스)을 읽으면서 독립된 생명체로서의 버섯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에 있는 버섯은 독자인 나를 ‘인간’이라고 지칭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미코’는 곰팡이 혹은 버섯을 뜻하는 라틴어 접두사 미코에서 비롯되었다. 이 책은 ‘미코’라는 이름의 잡지가 1호부터 10호까지 발행되는 구성으로, 버섯이 직접 만든 잡지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첫 호부터 버섯은 버섯 독립선언문을 통해 스스로를 식물도 동물도 아닌 독립된 생명체라고 선언하며 자신의 역사와 세계를 서술한다. 잡지의 편집장은 김균, 버섯이다. 책의 형식에서부터 느껴지는 위트는 구체적인 구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버섯이 직접 쓰는 잡지, 지식이 아닌 '이야기'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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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잡지의 구성을 따라 네모난 칸에 다양한 코너로 구성된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인터뷰’, ‘궁금하면 물어봐!’, ‘조상을 찾아서’, ‘그림으로 보는 세계’, ‘문화의 창’, ‘버섯 신화’, ‘실험’ 등 다양한 구성으로 과학 지식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칸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화려하게 페이지를 장식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버섯의 세계는 놀라울 만큼 광범위하다. 이 책에 따르면 균류는 1969년 로버트 휘태커에 의해 비로소 독립된 생물계로 분류될 만큼 오랫동안 과학적 인식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어쩌면 그동안 버섯이 지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버섯은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불탄 자리에서만 태어난다는 버섯의 이름은 숯만가닥버섯이다. 모든 버섯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물버섯의 대 위에 있는 갓과 나무에 붙은 느타리의 귀 모양은 자실체이고, 자실체를 형성하는 버섯은 극히 일부라고 한다. 흘러내린 형태나 배 모양처럼 흔히 생각하지 못한 형태의 자실체를 가진 버섯이나 아주 작거나 땅 밑에 있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버섯이 많다.


이 책은 생각거리로 버섯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며, 그곳에 부족한 것과 넘치는 것이 무엇일지 묻는다. 버섯은 인간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 속에서 생태계의 순환을 지탱해온 존재다. 항생제 페니실린과 같은 약이나 발효빵이나 와인 같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조류나 나무와 함께 공생하며 생태계를 이루기도 한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지의류는 조류와 곰팡이가 결합된 것이다. 지의류에 대한 잡지 5호는 조류와 곰팡이의 만남을 인터뷰로 소개하는 코너로 시작한다. 잡지 10호에는 신기한 형태의 버섯을 성명, 자기소개, 심사평, 세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같은 목차로 소개하는 미스 버섯 유니버스 대회 코너가 있다.


예전 사이언스 책에 수록되었을 것만 같은 ‘버섯 사진 도감 만들기’나 ‘버섯 습도계 만들기’와 같은 실험 방법도 중간중간 수록되어있다. 한 장의 구성이 알차고 다양해서 이곳저곳 옮겨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읽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이 만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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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잡지하면 시각적 텍스트 구성이 첫째다. 사진이나 그림이 텍스트 못지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잡지는 미학적 즐거움을 준다. 이 책도 잡지라는 형식이 지닌 가독성과 유희성을 최대한 활용한다.


96쪽 전면에 사용된 14개의 별색(출력물에서 컬러 구현력을 높이기 위하여 별도로 지정하는 색)과 눈을 사로잡는 형광빛 색감은 버섯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보여준다. 특히 잡지의 각 표지 디자인이 매우 아름답다. 다니엘라 올레이니코바의 그림만으로도 이 책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이 책이 볼로냐 라가치 논픽션 부문 대상을 받았는지 알 것만 같다. 누구도 알지 못했던 지식을 담고 있거나 아주 방대한 양의 지식을 전달해서가 아니다. 모든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낯선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 읽어도 좋다. 실험 방법이 쓰여 있는 페이지를 펴두고 실험을 해봐도 좋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치며 읽어도 좋다.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진 페이지를 펼쳐 구경해도 좋다. 마음에 드는 표지가 그려진 페이지를 펼쳐 전시해놓아도 괜찮겠다.


책 안에 든 다양한 코너처럼 독자 또한 입맛에 맞게 책을 즐기면 되겠다. 아름다운 버섯 책과 함께라면 환상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나 또한 앞으로 여러 번 꺼내 읽을 것만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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