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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은 늘 배경에 있었다. 숲의 주인공은 나무였고, 우리는 나무의 키와 숲의 깊이를 말해왔다. 마트의 식재료이거나 비 오는 날 잠시 돋아나는 풍경쯤으로 여겼다. 땅 위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작은 갓이 아니라, 그 아래 조용히 퍼져 있는 존재.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을 읽으며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이 무심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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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버섯 독립 선언문’으로 문을 연다. 장난스럽고 유쾌한 형식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는 식물도 동물도 아니라고, 오랜 시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존재라고. 인간이 분류 체계를 정비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존재. 인간이 정한 칸막이 밖으로 당당히 걸어 나오려는 생명력 때문에 그들의 선언이 통쾌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버섯이 직접 만드는 잡지 형식으로 구성된다. 버섯이 인터뷰하고, 시를 쓰고, 대회를 연다. 읽다 보면 내가 버섯 세계의 독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신화와 문화, 효능과 진화, 그리고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들까지.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 안에 초대되는 감각이다.

 

우리가 이름 붙인 몇 가지 품종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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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균사 네트워크가 숲을 연결한다는 설명이 인상 깊다.

 

땅속에서 얽히고설킨 균사는 나무와 나무를 이어주고, 영양을 나누며 보이지 않는 질서를 만든다. 숲의 주인공은 나무가 아니라, 그 아래 보이지 않게 퍼져 있는 균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위에 서 있는 나무가 전부인 듯 보이지만, 그 아래에서 보이지 않게 얽힌 존재들이 숲을 지탱한다. 우리는 늘 눈에 띄는 것만을 중심이라 불러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말로 구조를 만든다면, 중심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관찰하고 분류하는 대상이 아니라, 말하는 주체로 등장하는 버섯. 그 낯선 전환은 책장을 넘길수록 은근한 유머와 사유를 동시에 남긴다. 설명은 쉽지만 가볍지 않고, 친절하지만 얕지 않다.

 

형형색색의 일러스트 역시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세밀화처럼 정교하면서도 동화책처럼 생동감 있는 그림들은 버섯을 정보가 아닌 이미지로 먼저 기억하게 한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다. 오히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작은 전시를 보는 듯한 기분을 준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이 책이 독자를 수동적인 독자로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단한 실험과 재배 방법을 제시하며 직접 키워보고 관찰하라고 권한다. 버섯은 종이 위의 지식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 읽는 일은 곧 관찰을 시작하는 일이 된다. 그리고 책에서 알려준 대로 솔방울을 주워 버섯을 키워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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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 버섯의 모든 것』을 덮고 나면 숲이 달라 보인다. 땅 위에 솟아난 작은 갓 하나가 아니라, 그 아래 펼쳐진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이제 숲을 걷다 우연히 버섯을 만나면, 나는 그것을 배경으로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이 우리가 중심이라 믿어온 자리가 사실은 수많은 연결 위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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