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아니, 거의 보지 않는다. 독립영화가 가진 답답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도 아니면서 사회를 매섭게 바라보고 그려내는 필름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알고 있다. 가끔 어떤 독립영화들은 다큐멘터리보다 더 진짜 같은 삶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인디그라운드에서 “2025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스페셜 위크”를 열었다. 2월 6일(금)부터 25일(수)까지 총 92편의 독립영화(장편 23편, 단편 69편)가 파트 1, 2로 나뉘어 공개되니 날짜를 확인하여 꼭 관람하길 바란다.
‘독립영화 라이브러리’는 국내 장·단편 독립영화의 안정적인 상영 환경을 조성하고 새로운 유통 경로를 모색하기 위해 진행되는 사업이다. 그중에 <3학년 2학기>를 관람했다. <3학년 2학기>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3관왕을 기록했다.
시놉시스
학창 시절의 마지막 3학년 2학기를 학교가 아닌 낯선 공장에서 보내게 된 중소기업 현장 실습생 열아홉 살 창우. 사수의 냉정한 평가 속에서도 일의 즐거움과 동료애를 느끼며 사회생활의 설렘과 두려움, 두근두근 단짠단짠을 맛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동료와의 이별은 창우를 뒷걸음치게 하는데…두근두근 첫걸음을 내딛는 우리 모두의 3학년 2학기, 작은 용기와 희망으로 채워 나간 그 처음을 만난다!
영화 속 인물인 창우는 특성화고에 재학 중이다. 영화를 보면서 도제학교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란 학교와 기업에서 2~3학년을 대상으로 2년 동안 기업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전문 기능인력으로 성장하고 취업하는 직업교육 모델이라고 한다. P-TECH(일학습병행) 제도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회사에 다니면서 2년제 전문대학이나 폴리텍대학 등에 갈 수도 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번듯한 4년제 대학교를 나오는 것이 맞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3년 동안 생기부를 채워 나갔고 밤새워 공부하며 수능을 치렀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 창우는 수능을 보지 않는다. 성민이도, 다혜도 수능을 보지 않았다. 대신 일을 했다. 더 넓은 세상을 본 지금은 그러한 삶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꼭 4년제 대학을 나와 인턴을 하고 취업하는 길만이 길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대학교에 다니지 않고 일을 했던 친구, 전문대학을 나온 친구, 대학교 자퇴 후 다시 대학교에 들어가는 친구 등등 너무 다양하게 자신의 미래를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헤맨 만큼 내 땅이고, 걸어온 길이 내 길이라는 문장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게 된 지금 보는 <3학년 2학기>는 현실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3학년 2학기>는 창우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놉시스와 예고편을 봤을 때는 조금 더 밝고, 주인공 창우의 진로에 관한 고민이 주된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본편은 창우의 이야기와 노동 현장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기계가 계속해서 돌아가는 공장이라는 장소와 안전 레일이 없는 공간을 보고 있으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장면마다 또렷이 음각되어 있는 노동영화의 살과 뼈”라고 표현했다. 담담한 영화를 보고 있으면, 돈을 아끼기 위해 4~5만 원 하는 안전 장갑과 팔토시조차 사주지 않는 회사와 그런 회사의 안일함을 노무사에게 이야기해도 변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이 현실적이라는 사실이 슬프기도 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창우의 이야기는 미래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슬픈 이야기지만 영화에서 말하는 “누구나 인간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사회 초년생이 스스로 얻어내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 사회 시스템이 안전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현실이 어두울지라도 계속해서 보여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권리를 찾기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립영화를 볼 때면 답답한 것 같다. 너무나 현실을 다루고 있어서, 지금 내가 보지 못하는 어두운 현실까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해 주기 때문에 보기가 힘들 때도 있다. 그래도 독립영화를 보고 이해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현재 인디그라운드에서 <3학년 2학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니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찾아보길 바란다. 많은 영화 속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