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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살다 보면 무언가를 지나치게 욕망하게 되곤 한다. 누군가는 돈이, 누군가는 사람이, 또 누군가는 음식이 그렇다. 옛말에 '과유불급'이랬다고. 욕망 또한 과하면 무언가를 파괴하게 되기 마련이다. 황금알을 많이 가지고 싶었던 부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잃고, 욕심쟁이 나무꾼이 모든 도끼를 잃고, 더 큰 부자가 되고 싶었던 놀부가 도깨비를 만나 된통 얻어맞은 것처럼. 파괴되는 것은 부부나 나무꾼, 놀부만이 아니다. 그 사이에는 거위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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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몽유도원>에는 사람을 욕망한 '여경(개로왕)'이 등장한다. 그가 사랑한 '아랑'은 이미 '도미'와 혼인한 여성이다. 그럼에도 여경은 아랑을 자신의 여인으로 삼고 싶어 한다. 끊어질 줄 모르는 둘의 사이를 질투한 여경은 도미의 눈을 멀게 해 배 위에 띄워 멀리 보내버렸다. 아랑은 모든 것이 자신의 외모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 생각해 스스로 얼굴을 망가뜨린다.


<몽유도원>은 삼국사기 속 도미전 설화를 모티프로 한, 최인호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한다. <영웅>, <맘마미아>, <명성황후> 등을 제작한 극단 에이콤(ACOM)의 손에서 음악과 배우의 움직임이 더해져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몽유도원>은 에이콤의 과거 적품에도 드러났듯 무대 및 조명을 입체적으로 사용한다. 가령 도미와 아랑이 떨어져 있는 장면에서 둘은 한 무대에 있지만 다른 색의 조명을 사용해 다른 장소에 있는 것처럼 연출했다. 또 항구의 역할을 하는 무대 장치를 이동시킴으로써 육지에서 멀어지는 배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강화시키도 했다. 무대 전체를 쓸쓸하게 항해하는 배는 도미와 아랑의 외로움을 부각시켰다.


한편 작품은 '꿈'과 '현실'의 간극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첫째는 여경이 한 여인을 만나는 꿈이다. 여경은 꿈 속에서 너무도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데,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신하 향실은 수소문 끝에 여경의 설명과 들어맞는 여인 아랑을 찾는다. 아랑은 여경의 마음에 꼭 드는 여인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혼인을 해 남편을 충실히 사랑하고 있었다.


둘째는 도미와 아랑이 살고 있는 꿈 같은 마을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목지국 출신으로, 과거 반역을 꾀했다고 알려진 부족이다. 현재는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다. 도미는 이들을 이끄는 '읍차'였다. 바꾸어 말하면 리더이자 왕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수직적 구조과 사라졌다는 점에서 엄연히 다르다. '왕'과 '신하' 등 신분제가 존재하는 곳에서 이 마을 사람들은 평등을 이야기하며 더불어 살았다.


셋째는 아랑을 잃은 여경이 마주한 현실이다. 여경은 도미를 배에 실러 바다로 보낸 후 아랑과 혼인식을 치르지만, 일식이 일어난 틈을 타 아랑은 도망친다. 여경은 아랑을 잃은 후 그야말로 미치광이가 된다. 그를 찾고자 군대를 파견했고, 나라는 보살피지 않았으며, 충실한 신하마저 죽인다. 그때 여경은 그런 대사를 한다. 이것이 꿈이라면 빨리 깨고 싶다고. 아니, 아랑이 없는 현실은 더 없이 초라하니 깨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꿈'과 '현살'의 모습이 합쳐지기도 병치되기도 하면서 작품은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또한 결말은 각 인물에게서 극명하게 갈린다. 여경이 꿈과 현실 모두 지옥이었다면, 재회한 아랑과 도미는 둘이 함께라면 어떤 현실도 꿈 같았고, 꿈 같은 모든 순간이 현실이 되어 있다.


조연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보여주는 넘버는 <몽유도원>의 백미다. 왕비를 정하소서, 도원의 혼례, 흑과 백 등 여러 배우들의 목소리가 한 데 모이고 무대에서 뒤엉키며 보여주는 움직임은 잠시도 눈을 떼기 아쉬울 정도다. 움직임이 풍성하고 과장해 나타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었을까. 어릴 때 봐 온 어린이 뮤지컬 같기도 했다. 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딱딱하게 다가올 수 있는 단어가 대사에서 언급되기도 하지만 등장인물의 움직임으로 곧잘 이해된다.


'꿈'이라는 소재를 환상적이게도, 비극적이게도 만들면서 '욕망'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욕망을 가지지 않은 채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도미, 아랑과 욕망을 과하게 표출하며 절망에 이르는 여경의 차이도 눈에 들어온다.


<영웅>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에이콤의 작품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넘버가 있다. 아리랑을 가사로 하는 넘버도 그랬지만, 무대를 웅장하게 채우는 넘버들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몽유도원>은 도미와 아랑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꿈 같은 세계에서 일어난 꿈보다 더 꿈 같은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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